심재철 부의장, 北위장평화공세 관련 세미나… 애국당은 현장항의방문했지만 정치권은 대체로 침묵
  • ▲ 강원도 동해 묵호항에 입항한 북한 만경봉92호의 모습. ⓒ동해(강원)=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강원도 동해 묵호항에 입항한 북한 만경봉92호의 모습. ⓒ동해(강원)=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북한 만경봉92호가 5·24 대북제재의 예외까지 인정받으며 우리 해경 함정의 호위 하에 강원 동해시 묵호항으로 입항한 가운데, 정치권은 자유한국당만이 유일하게 이 문제에 관해 논평을 내는 등 전반적으로 무신경한 모습을 보였다.

    같은날 민주평화당이 중앙당창당대회를 열어 공식 창당하고, 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충청권에서 '통합 바람' 불러일으키기에 안간힘을 쓰는 등 정계개편이 활발했던 탓으로 보이는데, 한국당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세미나를 열어 평창동계올림픽을 이용한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했다.

    현송월 등 북한 예술단을 태운 만경봉92호는 6일 오후 4시 30분 무렵 강원 동해시 묵호항에 입항했다. 정부는 해경 함정을 동원해 해상에서 만경봉92호를 엄중 호위하는 한편 동해여객터미널에는 경찰병력 4개 중대를 투입해 우리 국민의 출입을 통제했다. 또, 묵호항 일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헬기와 드론의 비행마저 통제하는 등 유난스런 모습을 보였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망에 스스로 구멍을 뚫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저자세 행보에 대해 정치권은 일부는 현장 방문을 통해 규탄하고, 일부는 의원회관에서 세미나를 열어 대응책을 모색하는 등 나름의 대응을 보였으나, 대다수는 무신경한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주요 정당 중 이날 만경봉92호에 대한 논평을 내놓은 정당은 한국당이 유일했다.

    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북한의 체제선전요원 140명이 당초 육로로 온다고 했다가 뱃길로 온다고 계획을 갑자기 바꾼 것에는 노골적인 의도가 엿보인다"며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태옥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북한 마식령스키장 이용을 위한 항공편에 미국의 항공제재 예외를 요청해 겨우 양해받았다"며 "이번에 만경봉호 입항을 허용한 것은 대북제재에서 항공예외에 이어 해상예외의 선례를 남기려는 김정은의 전략에 이 정부가 또 무능하게 넘어간 것"이라고 질타했다.

  • ▲ 자유한국당 심재철 국회부의장이 북한 만경봉92호가 강원 동해 묵호항에 입항한 6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에 관한 세미나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심재철 국회부의장이 북한 만경봉92호가 강원 동해 묵호항에 입항한 6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에 관한 세미나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아울러 "한국이 잘못된 선례를 남기면 마지못해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도 예외를 인정하면서 자연스레 대북제재는 유야무야될 것"이라며 "국제사회와 역대 우리 정부가 실시했던 대북제재를 무력하게 만드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주요 정당 중 만경봉92호의 동해 묵호항 입항에 문제를 제기한 정당은 한국당이 유일했다. 다만 대한애국당은 묵호항 현장을 방문해 규탄기자회견을 가졌고, 심재철 국회부의장 등 한국당 일부 국회의원들도 의원회관에서 세미나를 개최해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애국당 조원진 대표는 이날 오후 4시, 만경봉92호 입항 직전 묵호항 현장을 찾아 입항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조원진 대표는 "당초 남북합의에도 없는 만경봉92호 입항은 북한의 일방적인 변경으로 5·24 조치를 정면 위배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인 해운제재 위반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한애국당과 애국국민은 북한 만경봉92호 입항을 결사 반대하며, 평양올림픽을 만들려는 문재인정권을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애국당 조원진 대표와 300여 명의 시민들은 태극기를 휘날리며 묵호항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 병력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들은 "현송월이 귀에 들리도록 크게 부르자"며 애국가를 제창한 뒤, 만경봉92호가 입항하자 "빨갱이 배 돌아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후 조원진 대표는 강릉역으로 이동해 평양올림픽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당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같은날 국회에서 '평창올림픽을 통해 본 바람직한 남북관계' 세미나를 열어, 남남갈등을 유도하고 국제공조를 무력화하려는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에 맞설 방안을 모색했다.

    심재철 부의장은 이날 세미나 개회사에서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태극기를 뗀 국가대표와 인공기를 단 북한선수단, 졸속단일팀 구성과 방남 경비 제공 등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양보와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며 "핵이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구하는 평화란 모래성과 같아 결국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 ▲ 북한 만경봉92호가 강원 동해 묵호항에 입항한 6일, 자유한국당 심재철 국회부의장이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에 대한 세미나를 주최하면서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북한 만경봉92호가 강원 동해 묵호항에 입항한 6일, 자유한국당 심재철 국회부의장이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에 대한 세미나를 주최하면서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어 "김대중·노무현정부는 북한이 대남혁명전략의 일환으로 펼친 평화공세에 순진하고 낭만적인 대북관에 근거해서 동조했다"며 "문재인정부도 위장된 평화를 연출하는데 급급할 뿐만 아니라, 더 심각하게도 올림픽 이후 김대중·노무현정부의 퍼주기 대북정책을 다시 시작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이번 토론회는 평화공세 이면에 숨겨진 북한의 대남전략을 분명히 규명하고 일방적으로 북한정권에 휘둘리고 있는 문재인정부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마련됐다"며 "국정을 감시하는 국회의원의 본분을 다해 정부의 대북정책이 한반도에 더 큰 위기를 불러오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조영기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와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전경만 남북사회통합연구원장과 정낙근 여의도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만경봉92호 입항 등 평창동계올림픽을 틈탄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에 대해 발제와 토론으로 고찰에 나섰다.

    유동열 원장은 "김정은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결정을 내린 저의는 햇볕론자 및 종북세력의 입지를 강화하는 반면 자유민주진영의 궤멸공작을 지원해 남남갈등을 확산시켜 우리 사회에 혼란을 조성하고, 대외 측면에서는 평화이미지 연출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와해시키려는 술책"이라며 "평창올림픽 참가 직전까지 문재인정부를 압박해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받으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성사되더라도 이는 김정은정권의 속성상 전술적 차원에서 연출하는 위장평화공세"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의 대남적화전략을 포기시킬 수 있다는 발상은 실현불가능한 허구"라고 단언했다.

    정낙근 여의도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만경봉92호를 통해 대규모 예술단을 파견한 목적은 한미공조 약화와 남남 갈등 유발 목적"이라며 "예술단의 공연으로 주객전도가 돼 북한이 주목받는 모습이 연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했다는 여론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고 북한의 의미있는 변화 없이 미국의 강경한 대북압박이 지속됨에 따라 문재인정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며 "자유한국당과 우파 시민사회그룹이 역할분담을 통해 정부와 좌파진영의 위선적 평화관 및 대외관을 원내외에서 강력히 비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