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화재현장 찾아 "왜 책임지는 사람 없냐. 총리가 나가는 게 맞다"… 임시국회 앞두고 정국 경색
  •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7일 오후 경남 밀양화재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밀양문화체육센터를 찾아 분향하고 있다. ⓒ밀양(경남)=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7일 오후 경남 밀양화재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밀양문화체육센터를 찾아 분향하고 있다. ⓒ밀양(경남)=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한 달 만에 다시 화재참사가 일어나 무고한 국민들이 목숨을 잃은 것과 관련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태세다.

    제천 화재참사 때 "정쟁에 이용하지 않을테니, 대통령이 전국에 일제소방점검을 특별지시해달라"고 요청했던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내각총사퇴 요구에 힘을 실었다. 다가올 2월 임시국회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7일 오후 밀양 화재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밀양문화체육센터에서 분향·헌화한 뒤 취재진과 만나, 전날 김성태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내각총사퇴'를 주장한 것과 관련해 "그것은 정쟁(政爭)이 아니다. 정치적 책임의 문제"라고 분명히 했다.

    앞서 홍준표 대표는 지난해 12월 25일 제천 화재참사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세월호정권처럼 사회적 참사를 정쟁에 이용하지 않겠다"며 특정인의 사퇴 등 정치적 요구를 입에 담지 않고, 대신 "연말연시에는 화재사고가 나기 쉬우니 대통령이 소방점검 특별지시를 내려달라"고 요청했었다.

    하지만 한 달 정도의 말미가 있었는데도 소방점검은 커녕, 청와대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와 문재인 대통령이 모여 "경남 동부 분위기가 좋아졌다" "대구시장에 좋은 후보(재난대응 주무부처 장관인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을 암시)를 내서 한국당 문 닫게 해보자" 등의 논의만 잇따르자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기로 단단히 작심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홍준표 대표는 이날 "이 정부가 세월호 해난사고를 정치에 이용해서 정권을 잡았는데, 자기들은 정권출범 이후 100여 명의 (인명 희생이 발생한) 재난사고가 났는데도 아무도 정치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직접 '국민안전으로 눈물 흘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해놓고, 국민들이 억울하게 재난사고를 당했는데 왜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쟁이라는 것은 '정권 물러나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게 정쟁"이라며 "총리나 장관이 책임을 지라는 것은 정쟁이 아니라 정치적 책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정치책임은 무과실책임이며 경과책임이고 무한책임"이라며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가는(사퇴하는) 게 맞지 않느냐.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차원의 문제가 아닌데…"라고 내각총사퇴 요구를 고수할 뜻을 밝혔다.

    사전경고에도 불구하고 연말연시에 사회적 참사가 잇따르면서 100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목숨을 잃은 것과 관련해, 원내 제2교섭단체인 한국당이 내각총사퇴 등 강경한 기조를 유지할 경우 다가올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정국이 급격히 경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7일 오후 경남 밀양화재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밀양문화체육센터를 찾아 의원들과 함께 헌화하고 있다. ⓒ밀양(경남)=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7일 오후 경남 밀양화재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밀양문화체육센터를 찾아 의원들과 함께 헌화하고 있다. ⓒ밀양(경남)=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달 30일 개원할 임시국회는 내달 5~7일에 걸쳐 대정부질문이 전개될 예정이다.

    한국당 의원들이 질의에 나서 이낙연 총리와 김부겸 장관 등 정치적 책임을 모면할 길이 없는 정부관계자들을 강하게 압박하면, 임시국회는 여당이 원하는대로 '통법(通法)의 장'이 되기보다는 강대강(强對强)의 요구가 맞부딪치는 대결정국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홍준표 대표는 제1야당의 대표로서 이날 일관해서 국민 앞에 책임감으로 침통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지난 제천 화재참사 때 '정쟁 자제'를 선언하면서까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국 일제소방점검 특별지시"를 주문했으나, 이것이 묵살되면서 또 무고한 37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은 것에 대해 깊은 회한을 느끼는 듯 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밀양문화체육센터 입구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기 위해 펜에 손을 가져가다가 "아이, 쓸 말이 없다"는 한탄과 함께 손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제천 화재참사 때 합동분향소인 제천체육관을 찾았을 때에는 '죄송합니다' 다섯 글자만을 남기면서 "내가 죄송하다고 쓴 것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늘 긴장을 하고 사전에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던 적이 있다.

    자신도 정치지도자로서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입장인데, 한 달 만에 다시 참사가 터지자 이제는 "죄송하다"는 말을 할 면목조차 없게 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자신에 앞서 합동분향소를 다녀간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와서 할 말은 '할 말이 없다'는 게 정답"이라고 질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방명록을 작성하지 않은 것에 대해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이 쏟아지자, 홍준표 대표는 "오늘은 할 말이 없다"며 "제천에서는 죄송하다는 말을 드렸는데, 오늘은 아예 할 말이 없어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왜 현장에서 방명록을 안 썼느냐? 할 말이 없다"며, 한참 침통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더니 "좀 그렇다, 예…"라고 쓴웃음과 함께 현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