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6번째 주인공, 올해 5번 연주회 갖는다
  • "연주할 때마다 청중이 있다는 것을 항상 느낀다. 연주를 시작하면 형성되는 마음가짐이 있다. 무대에 서는 이유를 생각하고, 음악의 메시지가 추상적이더라도 전하고자 하는 그 메시지에 집중하려고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3)가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6번째 주인공으로서 올해 5번의 연주회를 갖는다.

    양인모는 2006년 이후 9년간 1위가 나오지 않았던 제54회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콩쿠르에서 2015년 3월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당시 청중상, 현대작품연주상, 최연소 결선 진출자에게 주는 엔리코 코스타 박사 기념 특별상까지 휩쓸며 클래식계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양인모는 8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트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파가니니 콩쿠르의 우승 특전은 생전에 그가 쓰던 바이올린인 1743년산 과르네리 델 제수 '카노네'로 연주회를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악기를 봤을 때 파가니니의 땀으로 추정되는 얼룩이 묻어 있었다. 그의 존재감이 피부에 와닿았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는 박물관에 전시해놓고 우승자가 나올 때만 박물관에서 꺼내서 현을 갈아 연주회를 한다. 연주회 때 경호원 4명에게 둘러싸여 연주하는데, 제가 아니라 바이올린을 경호했다"며 "캐논(대포)이라는 별명에 어울릴 만큼 제가 연주해 본 악기 중에서 가장 소리가 컸다"고 덧붙였다.

    2013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제도는 금호아시아문화재단의 보다 심화된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30세 미만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의 요람으로 통한다. 그간 피아니스트 김다솔·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조진주, 첼리스트 문태국이 선정된 바 있다.

    금호아시아문화재단 측은 "양인모는 바이올린을 가장 바이올린답게 연주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음악적인 아이디어가 생동해 우리 음악계가 놓치면 안 될 연주자라는 확신이 들어 올해 상주음악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6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한 양인모는 중학교 졸업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영재로 조기 입학한 뒤 김남윤 교수를 사사했다. 2013년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해 현재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다. 음악원의 후원으로 요제프 요아힘이 브람스 협주곡을 초연할 때 사용했던 1714년 스트라디바리우스 '요아힘-마'를 사용 중이다. 

    양인모에게 금호아트홀은 의미가 남다른 장소다. 2008년 13세 때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첫 독주회를 가진 곳이다. 이후 2016년 1월 '금호 라이징 스타 시리즈'의 첫 번째 주자로 같은 무대에 섰다.

    "지난 12월에 학부를 졸업했다. 그 전까지는 학교생활로 인해 한국에 자주 오지 못했다. 최고 연주자 과정을 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이번에 5번의 연주를 갖게 돼서 기쁘고, 올해 상주음악가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이다."
  • 양인모는 오는 11일 신년음악회에서 힌데미트, 이자이, 그리그로 이어지는 탄탄한 구성의 '바이올린 에센셜' 무대를 펼친다. 5월 3일에는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로서 양인모의 진면모를 보여줄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 연주를 앞두고 있다.

    6월 21일에는 지난해 상주음악가인 첼리스트 문태국, 피아니스트 벤킴과 피아노 트리오무대를 꾸민다. 9월 6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함께하는 클라리넷 트리오 공연, 마지막 11월 15일에는 일리야 그린골츠와 바이올린 듀오 연주가 예정돼 있다.

    특히 프로그램 일정 중 파가니니의 '24개 카프리스' 연주회가 기대를 모은다. 파가니니의 '24개 카프리스'는 파가니니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풍설을 믿게 할 만큼 신적인 연주기교가 총망라된 작품이다. 기술적으로 완벽하면서도 음악적으로 소화가 힘들어 전곡연주를 무대에 올리는 연주자는 많지 않다. 

    "저에게는 큰 도전이다. 한 자리에서 24개를 연주하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부담이 된다. 정작 파가니니는 그의 24개 카프리스를 공연에서 연주한 적이 없다. 카프리스가 연습곡이 아닌 연주곡으로서의 의미를 갖게 할 때만이 이번 연주가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들기 전에 전곡을 꼭 연주해보고 싶었다." 

    그 동안 한국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양인모를 두고 팬들은 '실존하는 것이 맞는지, 2D 캐릭터가 아니냐'며 양인모와 파가니니의 합성어인 '인모니니'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이에 "그 동안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이달 안에 개인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SNS 활동도 시작할 예정이다"고 전하며 웃었다.

    아울러 양인모는 클래식 외에 좋아하는 음악으로 얼터너티브 록 밴드 라디오헤드와 협연하고 싶은 음악가에 영국 출신의 지휘자 존 엘리어트 가디너를 꼽았다. 

    "라디오헤드는 굉장히 철학적이다. 가사를 들으면 말이 되지 않지만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곡들이 많은데, 1997년 발매된 'OK Computer(오케이 컴퓨터)' 앨범이 대표적이다. 지휘자 가디너와는 고(古)음악을 함께 연주하고 싶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