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기자 폭행, 기획이었다면 효과 120%

멸망한 나라의 특징 “외세에 얻어맞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곳”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12.18 08:29:43
지난 14일 中경호업체 직원이 한국 기자를 폭행할 당시 모습. ⓒ뉴시스-CBS 제공영상 캡쳐.

 

지난 14일 정오 전후, 中베이징에서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주최한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가 열렸다. 당시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곳을 찾았다. 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취재하던 한국기자들도 그 뒤를 따랐다. 이들은 다른 나라들이 그렇듯 ‘국가원수 해외순방 동행 취재단’이었기에 출입증(비표)도 모두 갖고 있었다.

조금 뒤 사달이 일어났다. 행사 질서유지를 맡은 中경호업체 직원들이 기자들의 행사장 출입을 저지한 것이다. ‘비표’를 보여주며 들어가려 했지만 막무가내로 막았다는 것이 당시 기자들의 이야기다.

이에 한국 기자들과 서로 간에 고성이 오가자 中경호업체 직원들이 우르르 달려와 일부 기자들을 ‘끌고’ 나갔다. 기자들이 계속 항의하자 中경호업체 직원 10여 명이 달려들어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고 놀란 청와대 관계자들이 뜯어 말리려 했지만, 이들도 中경호업체 직원들의 손에 내동댕이쳐졌다. 中경호업체 직원의 수는 계속 늘었다.

이상이 지난 14일에 일어난 ‘中경호원의 한국 기자 폭행’의 요약이다. 문제는 中경호원의 한국 기자 폭행의 여파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사건은 당시 현장에 있던 한 기자의 ‘정보보고’를 통해 국내 언론에 알려졌다. 내용을 본 기자들은 자괴감을 느꼈다. 그 직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는 정례 브리핑이 열렸다. 브리핑에 참석한 기자들은 폭행 사건에 대해 질문했다. 여러 차례의 질의응답이 있고 브리핑이 끝났다. 직후 기자들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기자 폭행 사건과 관련, 베이징 현지에서 조만간 브리핑이 있을 예정이오니, 금일 브리핑에서 오고 간 내용은 현지 브리핑이 끝난 뒤에 보도해 달라”는 요지였다. 기자들은 분명 청와대의 ‘지시’일 것으로 생각했다.

여기다 中외교부가 한국 언론의 흥분을 분노로 바꿨다.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그 행사를 주최한 곳이 한국 측이니 그쪽에다 한 번 알아는 보겠다”면서 “그래도 우리 땅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관심을 가져줄게”라고 답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해 놓고 공식 일정을 텅 비게 만든 中공산당 정부의 태도는 기자 폭행 사건의 원인과 과정을 떠나 한국인들의 분노를 샀다.

같은 날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이 中경호원의 한국 기자 폭행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놨다. 이 가운데 한국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한국 기자들이 비표를 보여주며 정당하게 출입을 요구했음에도 中경호원들은 이를 거부하며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고, 이에 항의하던 기자를 끌고가 구타했다”면서 “中경호원들의 한국 기자 폭행을 단호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2016년 11월 28일 英BBC기자가 중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인민회의 후보를 인터뷰하러 가자 中공안들이 후보의 집을 막아서며 취재를 방해하는 모습. 中공산당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英BBC 당시보도 화면캡쳐.

 

한국기자협회는 “중국 정부는 국빈 방문한 한국 대통령을 동행 취재하던 기자들을 폭행한 것은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며, 언론의 자유를 탄압한 것은 물론 기자이기 전에 인간을 모욕한 행위인 이번 일에 대해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함께 폭행 가담자와 책임자를 처벌하고 공식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15일에는 서울 중구 명동의 주한 中대사관 앞에서 ‘中경호원의 기자 폭행’을 규탄하는 시위도 열렸다. 청와대와 中정부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때는 늦었다.

오늘까지도 ‘中경호원의 기자 폭행 사건’을 둘러싸고 이런 저런 말이 나온다. 일부 사람들은 “기레기들이 분명 한국에서처럼 함부로 행동했을 것”이라며 피해 기자를 비난했고, 다른 사람들은 “비표도 갖고 있었던, 대통령 해외 순방을 공식적으로 수행한 기자들이 현지에서 폭행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정치권도 이 문제를 놓고 서로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야당은 “내리 세 끼를 혼자서 식사하는 등 중국 측으로부터 홀대를 받는 것도 모자라 취재진이 얻어맞는 상황임에도 대통령은 뭘 하고 있었냐, 조공외교 다녀 왔냐”고 비난했고 여당은 “대통령의 이번 중국 국빈 방문을 통해 한·중 간에 꼬인 관계를 풀 계기와 북핵 해법에 큰 도움이 될 전기를 마련했다”며 반박했다.

이런 모습이 익숙하다면, 그 분은 분명 ‘한국인’이다. 제3자의 눈으로 보면 이런 모습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지금 한국 내에서는 가해자와 방조자, 즉 中경호업체와 中공산당 정부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경호업체가 中공안의 지휘를 받는다는 점을 깨닫는다면 이번 사건의 책임이 中공산당 정부, 특히 지도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왜 한국 정치인과 언론은 中공산당을 비난하지 않을까. 뭔가 약점 잡힌 게 있나.

中경호원의 한국 기자 폭행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中공산당 지도부가 문재인 대통령을 국빈 초청해놓고 함정에 빠뜨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중국은 예부터 자기들이 만만히 보는 나라를 길들일 때는 그 나라 지도자를 불러서 망신을 주고 비참함을 느끼게 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한 뒤 ‘홀대’가 아니라 ‘천대’하다시피 하면서, 그래도 한국 정부가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사고’를 한 번 일으켜 내분을 일으키게 만드려 했던 것 아닌가 의심했다.

中공산당은 19세기 후반 이후 나라가 멸망할 때에 대한 학습을 해왔기에 ‘멸망하는 나라’의 특징을 안다. 가장 큰 특징은 외세로부터 핍박을 받아도 자기네끼리 서로 “네 탓이요”하며 싸운다는 점이다. 실제로 19세기 말 청나라와 조선이 그랬다.

지금 中경호원이 한국 기자를 폭행한 사건을 두고도 한국 정치권과 언론은 ‘가해자’를 빼고 서로를 비판하는 소재로 삼고 있지는 않은가. ‘현행범’인 가해자의 책임과 원인을 먼저 따져야 할 때인데도 여야와 청와대, 언론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中공산당이 외국 기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사진은 1992년 6월 천안문 사태 3주년을 맞아 취재를 간 외신기자들을 中공안이 폭행했다는 단신 보도. ⓒ네이버 아카이브 경향신문 관련보도 캡쳐.

 

아무튼 이번 사건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인 한국 기자들을 오히려 비난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강경하고 고압적인 태도와 논조를 보이는 한국 언론들이 중국 앞에만 서면 왜 그렇게 유약해지느냐는 비판이다. 이를 대변하는 사례로 꼽히는 게 바로 2016년 11월 23일 국방부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 이날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日대사가 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국방부에 왔을 때 한국 사진기자들은 그가 들어오는 현관 통로에 두 줄로 도열한 뒤 카메라를 내려놓고 팔짱을 끼고 섰다.

내막은 이랬다. 국방부 공보과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비공개로 한다”고 통보하자 기자들은 “왜 숨기느냐, 한국 안보를 위한 협정 아니냐, 이번 협정이 밀약이 아닌 이상 비공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취재를 거부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다.

기자들의 행동은 그 명분에서 보면 합당한 면이 많았다. 그러나 이들이 연출한 모습의 사진이 보도된 뒤 한일 양국에서는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 사이를 지나가는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日대사의 표정은 일본 사회를 자극했다.

2016년 11월 23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日대사가 국방부에 들어설 당시 한국 기자들은 취재를 보이콧 한다는 의미로 사진과 같이 행동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시 기자들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기자들에게 불법적인 폭력까지 자행하는 중국 측에 대해서는 일본 대사에게 했던 것보다 더욱 강한 ‘메시지’를 던져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우호적이거나 동맹국인 나라에게는 큰 소리를 치는 반면 적성국인 강대국에게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다면, 시쳇말로 ‘방구석 여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언론들이 중국에 ‘강한 메시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쉬운 일은 바로 ‘중국에 대한 사실을 보도’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한국 언론들이 보도하지 않았던, 한국 내 불법체류자와 중국인 범죄자의 상관관계, 한국인에게 걷은 세금을 매년 수백만 원씩 퍼주는 꼴인 중국인 유학생, 중국 정부가 한국 언론의 입을 막는 방식,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 중국의 실상, 중국인 관광객 ‘유커’가 아무리 많이 와도 한국 경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 중국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기업들이 현장에서 맞닥뜨릴 中공산당의 간섭. 中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이 운영하는 ‘장기(臟器) 공장’의 실상, ‘비트코인’ 광풍 뒤에 숨어 있는 中공산당 비자금 세탁 등 그동안 한국 언론들이 외면해 왔던 ‘사실’만 보도해도 中공산당은 “이거 잘못 건드렸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지난 11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당시 포착된 모습은 두고두고 화제가 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싱싱정보' 영상 캡쳐.

 

물론 中공산당이 ‘사드’ 때보다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이때는 언론뿐만 아니라 정치권, 학계, 모든 국민들이 선택을 해야 할 때다. 한국이 믿을 수 있는 동맹국이 미국인지 중국인지 말이다.

“한국에게 미국이라는 동맹이 없다면 중국이 과연 제대로 대접을 해주겠느냐”는 한 미국 석학의 말과 “미국만 없었으면 한국은 진작 손 봐줬을 나라”라는 中공산당 간부의 발언을 떠올려보면 답은 쉽게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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