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총리 측 인사 기다리게 하면서까지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축하난을 전달받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이 일정에 앞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느라고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서 당선 축하를 위해 파견된 인사들을 30분에서 1시간 가까이 기다리게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축하난을 전달받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이 일정에 앞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느라고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서 당선 축하를 위해 파견된 인사들을 30분에서 1시간 가까이 기다리게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당선 축하를 위해 청와대에서 파견된 인사를 30분 넘게 기다리게 하면서까지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사안의 경중(輕重)과 공사(公私)의 기준을 분명히 한 분별 있는 거동을 당대표직 수행 첫날부터 보인 것이다. 전당대회 수락연설에서 선포한 "선명야당"으로의 길을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당대표직 수행 첫날인 28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면서부터 일과를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안철수 대표는 현충탑 참배와 함께 전직 대통령 묘역을 방문하면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까지 모두 참배했다.

    최근 '1919년 건국설' 등을 주장하며 건국과 산업화 세력을 우회적으로 폄훼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친문(친문재인) 세력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행보를 선보인 것이다.

    예정에 없이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게 되면서, 이날 오전에 예정돼 있던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접견은 30분,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배재정 국무총리 비서실장과의 만남은 한 시간 이상 순연됐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대리해 찾아온 인사를 기다리게 하면서까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공당(公黨)의 대표로서 참배한 것은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공사와 일의 경중을 슬기롭게 판단한 결과라는 호평이 나온다.

    청와대를 대리해 찾아온 전병헌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도 안철수 대표는 전날 밤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상기시키며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국익과 민생에 도움되는 일이라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바꿔 말하면, 현 정부의 행태 중에서 국익과 민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안에 있어서는 협조를 기대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를 전달한 셈이다.

    전날 수락연설에서 안철수 대표는 △정권이 바뀌자마자 거꾸로 펼쳐지는 코드 인사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협하는 상황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무능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갉아먹는 분별없는 선심성 약속과 "분명히 싸우겠다"고 공언했다.

    위에 열거한 사례들은 모두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행태들인데, 어떻게 봐도 "국익과 민생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단호하게 싸우는 선명한 야당의 길"을 걸어갈 것임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모습은 전날 저녁에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내비쳐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을 축하하고 '새정치'를 잘 보여달라"며 "여야정협의체가 구성되지 않고 있는데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한 것에 대해, 안철수 대표는 "민생과 국익에 대한 일이라면 대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면서 "여야정협의체가 왜 구성이 안 되고 있는지는 상황을 파악해보겠다"고 답했다.

    지금 여야정협의체는 각 당 원내지도부가 모두 세부적인 내용에까지 합의해 서명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굳이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을 협의체에 넣어달라고 국회와 정치 관례에 어긋난 주장을 펼치는 민주당 때문에 마지막 한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정치권을 떠나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러한 상황을 모를 리 없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에 "상황을 파악해보겠다"고 답한 것은 '정의당을 위한 민주당의 허들 낮추기 공작' 때문에 안 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일침을 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안철수 대표를 청와대에 초청할 뜻을 보였지만, 안철수 대표가 호락호락하게 '사진 찍히기' 용으로 청와대 초청에 금명간 응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는 정권 출범 이후 100여 일간 국민의당이 처음에는 청와대·여당의 독선과 독주에 반발하는 듯 하다가, 결국 끌려가듯이 동의해주고 마는 모습이 반복된 것에 못마땅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청와대에 불려들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통령의 당부만 듣고 오는 일은 결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