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선 풍향계… 영·호남에 이어 반문 '마지막 퍼즐' 끼우려 시도
  • ▲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안철수 후보가 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안철수 후보가 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1년 넘게 계속된 구애(求愛)는 언제쯤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국민의당이 주요 정당 중 유일하게 4일 대전광역시 한밭체육관에서 대선후보자 선출대회를 열고, 안철수 전 대표를 대선 후보로 확정지었다. 이에 따라 안철수 전 대표의 유별난 '충청사랑'이 새삼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2015년 12월, 친문패권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박지원 대표·주승용 원내대표·김동철 전 비상대책위원장·문병호 황주홍 최고위원·유성엽 교문위원장 등과 함께 황야로 나아가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 대미를 장식하는 중앙당창당대회를 대전에서 진행했다. 원내 주요 정당이 중앙당창당대회를 대전에서 진행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중앙당 창당을 대전에서 한 것도 이례적인데, 1년여 뒤인 이날 대선후보 선출을 대전에서 한 것 또한 파격이다.

    지난해 2월 2일 대전에서 중앙당을 창당한 뒤 두 달여 뒤에 열린 4·13 총선에서 '녹색 돌풍'을 불러일으켰듯이, 대전서 대선후보 선출대회를 열어 한 달여 뒤에 열릴 대선 승리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야구선수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좋은 징크스'를 불러일으키는 습관을 반복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이날 대전·충청·세종 권역 현장투표 도중 진행한 연설에서 "대전은 국민의당이 창당한 곳으로, 정치혁명의 발원지"라며 "패권주의 양당체제를 무너뜨렸다"고, 지난해 총선에서의 '대전발 녹색 돌풍'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대전·충청·세종은 나 안철수에게 약속의 땅이며, 승리의 땅이고, 미래의 땅"이라고 강한 구애의 뜻을 내비쳤다.

    이처럼 단순히 '좋은 징크스' 때문에 대전이 선택됐다고 볼 수만은 없다. 충청은 대선의 중요한 전략권역이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난 안철수 전 대표에게 '마지막 남은 퍼즐 조각'에 해당한다.

    권역별로 보면 호남은 국민의당의 핵심 지지 기반에 해당한다. 지난달 25~26일 10만 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려 현장투표를 진행하며 '제2의 안풍'에 불을 당겼다. 지역구 28석 중 국민의당이 23석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선대위가 출범하고 의원들이 발로 뛰기 시작하면, 호남은 다시 한 차례 '안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광역시장 선거에 출마한 열우당 오거돈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찾았던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 정권은 부산정권"이라고 발언했다. 이처럼 호남은 지난 노무현정권 당시 압도적 지지를 몰아주고서도 홀대받았던 아픔이 남아 있다.

    그런데 지난달 19일 부산항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문캠부산시민통합캠프' 출범식에서 오거돈 부산경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표의 면전에서 "부산대통령을 만들어내자"고 역설했다. 11년 전의 일이 주체와 객체만 반대로 바뀐 채 반복된 것이다.

  •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년여 전인 지난해 2월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중앙당창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년여 전인 지난해 2월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중앙당창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권교체를 원하는 정서가 강한 호남에 지금은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세가 상당수 남아 있지만, 대선 구도가 '문재인 대 안철수'로 압축되고, 안철수 전 대표를 지지해서도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이 확실해지면, 호남의 선거 판세는 급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경남은 안철수 전 대표의 고향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역에서 고등학교(부산고)까지 나온 뒤 서울의대에 진학했다.

    이 권역은 전통적으로 강한 여권 지지 성향 속에서 친노(친노무현) 잔존 세력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어, 지지세가 자유한국당·바른정당·더불어민주당 등으로 흩어져 있고 국민의당 세력은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대선이 '문재인 대 안철수' 구도로 압축되면,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안철수 전 대표에게로 집결하면서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는 평가다. 대구·경북도 이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서울과 수도권 권역은 특정 후보에 대한 몰표가 발생할 수 없다고 보면, 결국 대선의 키를 쥐고 있는 삼남 지방 중 관건은 충청 권역이다.

    특히 충청 권역은 '충청대망론'의 필두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친문 성향 지지자들이 양산한 '가짜 뉴스' 앞에 뿌리째 베어넘겨지고, 다음 타자였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조차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결과 강고한 '재인산성' 앞에 무릎꿇음으로써 정치적 공백 상태에 빠져 있다.

    게다가 충청은 전통적인 대선의 풍향계이자 캐스팅보트다. 1992년 치러진 14대 대선 이후 대전·충남·충북에서 승리한 후보는 모두 대선 당선으로 직행했다.

    그럼에도 안철수 전 대표의 충청 기반은 아직 취약하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28~30일 조사해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5자 가상 구도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전국 각 권역 중 대전·세종·충청에서 가장 낮은 지지율(20%)을 보였다. 호남(37%)과 대구·경북(33%)은 물론 서울(30%)보다도 크게 하회하는 결과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때문에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2월 14일부터 16일까지 충청권을 2박 3일로 순회하며 공을 들였지만, 냉정히 말해 아직까지는 '짝사랑'의 단계다. 다만 반기문 전 총장의 팬클럽 '반딧불이'가 오는 9일 안철수 전 대표 지지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진 것은 호재(好材)로, 드디어 '충청 바닥민심'이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대전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된 것은,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를 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인 충청권을 끼워맞추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며 "사랑이 35일 내에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