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지우기' 과속 후유증 보인 친문, 손혜원 '노무현 계산적 죽음' 발언 논란
  •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정도원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정도원 기자


    민주당 내 신주류 세력인 친문재인계의 '노무현 지우기'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마치 번데기를 탈피 중인 '성충(成蟲)'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다만 그 성충이 국민을 위한 나비일지, 나방일지 가늠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친문은 문재인 경선 후보를 필두로 한 세력으로 19대 국회 후반기를 시작으로 입지를 구축했다. 이들이 당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던 이유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라는 유산이 존재했다는게 중론이다.

    실제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끌던 '참여정부' 당시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역임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이후엔 노무현재단 상임이사 등을 지냈다.

    문 후보가 정계에 발을 디딘 부분도 마찬가지다. 그는 제16대 대선에서 '동지적 관계'였던 당시 노무현 후보의 부산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으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는 야권지지층으로부터 '노무현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다.

    그래선지 문 후보는 '노무현의 친구'라는 수식어가 존재한다. 노 전 대통령과의 깊은 인연 덕분일까. 문 후보는 지난 18대 대선에서 48%의 득표율을 기록, 야권 지지층을 단결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바다. 현재도 그는 당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며 '문재인 대세론'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문 후보와 그의 측근들 행보를 살펴보면 자신들에게 입혀진 '노무현의 색'을 지우기 바빠 보인다. 이는 경선 및 대선을 준비 중인 문 후보의 캠프 인사들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문 후보가 참여정부 인사들을 물리고, 정치적 색이 옅은 인사들 영입에 공을 들인 것이다. '박원순의 남자'로 불리는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강남에 깃발을 꽂은 전현희 의원의 캠프 입성이 이를 방증한다.

    문 후보가 정치색이 옅은 인물을 중용하는 데는 '주류패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게 정치권의 주된 견해다. 나아가 문 후보가 '계파통합' 행보로 '지역주의 극복'을 내세웠던 노 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한다는 후문이다. 또 벗꽃 대선을 맞이해 신선함을 여론에 부각시키려 한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문 후보 측근들은 '노무현 지우기' 후유증을 연출하기도 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손혜원 의원의 지난 9일 노 전 대통령 폄하 발언이 그렇다. 당시 손 의원이 팟캐스트 방송에서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은) 계산된 것"이라고 밝혀 빈축을 샀다. 야권 지지층은 손 의원 발언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손 의원은 논란을 해소시키기 위해 문재인 캠프의 홍보부본부장직을 내려놓았다.

    뿐만 아니라 문 후보의 자문기구인 '10년의 힘 위원회'를 살펴보면 주요 대기업 사외이사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에 민주당의 또 다른 대선주자 이재명 후보는 "삼성이나 재벌에 대해 편향적인 친재벌 후보"라고 문 후보를 질타했다. 문 후보와 친문의 이같은 행보는 '국민과 수평적·쌍방향적 소통정부' 기치를 내건 참여정부와 대조를 보인다.

    야권 안팎에선 문 후보와 친문이 새로운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보이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친노' 이미지를 버리고 새로운 이미지를 여론에 각인시키려는 친문의 마지막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