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한미 배치작업에 정부 맹비난… 사드 배치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드와 관련해 오락가락 입장을 내놓던 문 전 대표가 최근엔 '전략적 모호성'까지 주장하면서 유력 대선주자의 정책적 대안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문 전 대표는 7일 한·미 양국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에 대해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현안점검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여러 번 사드 배치에 대한 제 입장을 밝혔다"며 "사드 배치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것이 우리 국익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음 정부로 넘겨주면 긴밀한 한미협의, 한중협의를 통해서 안보와 우리 국익을 함께 지켜내는 그런 합리적인 결정을 충분히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작업을 시작한 정부를 맹비난하며 차기 정부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할 뿐, 사드 배치 찬반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것이다. 사드 배치를 하겠다는 건지, 않겠다는 건지, 어떤 방법으로 사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지 도저히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문 전 대표는 '향후에도 사드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앞으로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서 말하겠다"고 답을 회피했다.

    문 전 대표는 전날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에선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필요로 하는 순간까지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그것이 외교"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김종인 전 대표가 사드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 입장을 견지하자 친문(親文)세력들은 "당 대표의 애매한 입장은 부적절하다", "사드 반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압박했었다. 문재인계가 이른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사드 문제가 불거지자 '전면 재검토', '잠정 중단' 등을 주장했었다. 지난 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한미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을 그렇게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드 배치에 대한 '공론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야권 안팎에선 표를 의식한 문 전 대표가 사드 배치 찬성으로 말을 바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사드에 대한 당론도 정하지 못하는 마당에 문 전 대표는 한술 더 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계속 말을 바꾸는 '전략적 뒷북치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문 전 대표가 전날 토론회에서 '전략적 모호성' 운운한 것을 두고도 여권의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사드와 관련해 문 전 대표가 '전략적 모호성'을 주장하면 결국 북한 정권과 중국 편을 드는 것이라는 오해를 살 뿐"이라며 구체적 대안제시를 요구했다.

    심재철 국회부의장도 "문재인 전 대표가 사드 배치에 관해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궤변을 내세우며 자신의 입장을 숨겼다"며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대통령의 첫째 임무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애당초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