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되면 대통령 궐위… 60일내 치러질 선거 당선자는 5년 임기 즉시 시작
  • ▲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야3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는데 일정 부분 공감대를 이룬 상황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야3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는데 일정 부분 공감대를 이룬 상황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대통령 탄핵 정국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추진 검토기구를 구성했고, 국민의당은 탄핵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야당 지도부 인사들은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의 탄핵 찬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개별 접촉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일단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 반드시 가결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전혀 가결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일단 발의하고 봤던 국무위원 해임건의안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게다가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자체 동력으로 국면을 이끌고 있는 게 아니다. 국면이 광장에 쏟아져나온 '촛불질'의 힘으로 견인되고 있다보니, 만일 국회에서 탄핵안을 발의했다가 부결되면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문재인 전 대표가 구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를 할 때, '밤의 당대표'라고 불렸던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는 법적 판단과 정치적 판단을 같이 하는 기관"이라며 "박근혜 탄핵에 동의하는 새누리당 의원을 많이 확보해서 재적 3분의 2를 훌쩍 초과해야 한다"고 자문했다.

    ◆탄핵소추안 발의, 재적의원 과반수… 이미 성립

    이러한 '훈수'를 감안할 때, 야당은 탄핵소추안의 의결이 확실시되는 '숫자'를 확보한 뒤에야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내달 5~6일에 열릴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의 청문회 이후가 D-데이가 될 수 있다"며 "5일 대기업 총수들이 출석하고, 6일에는 최순실 씨 등 사태의 핵심 관련자들이 줄줄이 청문회에 나오는데,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중대한 불법 혐의가 추가로 폭로된다면 '마의 200석'을 훌쩍 넘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재적 국회의원 과반수로 발의해야 한다(헌법 제65조 2항). 민주당 의원 121명과 국민의당 의원 38명, 정의당 의원 6명은 전원 발의에 동참할 것으로 보여, 이미 이 요건은 성립됐다.

    서영교·이찬열 의원 등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들도 발의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 통진당과의 연계를 의심받고 있는 무소속 의원들은 발의에 참여하려 해도, 더 많은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을 포섭하기 위한 전략상 야3당에서 이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어차피 재적 과반수만 넘으면 되기 때문이다.

  • ▲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비주류 의원들 중 다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 추진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비주류 의원들 중 다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 추진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본회의 표결은 무기명으로… 여권 '이탈표' 29인 이상 필요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를 본회의에 보고하고,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으로 표결해야 한다(국회법 제103조).

    무기명으로 투표가 이뤄지는데 따른 유불리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새누리당 친박계는 반대,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들은 찬성 입장이 확실시된다. 변수는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무기명투표이기 때문에 새누리당 비박계가 청와대나 친박계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가(可)표를 던질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탄핵안이 발의되면 찬성할 의원이 수십 명쯤 되는 것처럼 호도하다가, 막상 발의됐을 때 익명에 숨어 부(否)표를 던지면 정부·여당의 덫에 걸리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탄핵소추안의 의결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이탈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생기는 고민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의결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인 200인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121인)·국민의당(38인)·정의당(6인)·무소속(6인)이 전원 찬성한다고 해도 171인에 불과하다. 새누리당 비박계 29인의 동조가 필요한 것이다.

    김용태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하며 "지금은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분명히 구분돼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분당"이라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의 분당(分黨)이 어느 정도 진행돼야, 탄핵이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추의결서 송달받으면 권한정지… 하야도 불가능?

    국회 본회의에서의 표결 결과 200인 이상의 의원이 찬성해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정세균 국회의장은 소추의결서를 각각 피소추자인 박근혜 대통령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송달한다(국회법 제134조). 향후 탄핵심판 과정에서 각각 피고, 재판장, 검사 역할을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소추의결서를 송달받은 시점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행사는 정지되며,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돌입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3월 1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될 당시 지방 일정 중이었다. 경남 창원에서 탄핵소추안 의결 소식을 전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송달받을 때까지는 괜찮다"고 반성은 커녕 후안무치한 태도로 일관하며 해군사관학교 방문 등 이후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는 작태를 보였다.

    여기서 한 가지 변수는 소추의결서를 송달받아 권한이 정지된 대통령이 탄핵심판 중에 하야(下野)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국회법 제134조 2항 후단은 '소추의결서가 송달된 때에는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파면당해 마땅한 공직자가 그 전에 스스로 사임하거나 해임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무원연금을 전액 수령하려 하는 등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임명권자가 따로 없다. 소추의결서를 송달받아 권한이 정지된 대통령이 스스로 사직, 즉 정치적 용어로 하야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불분명한 것이다. 임명권자가 없는 대통령이 탄핵당할 경우를 상정치 않은 '입법의 불비'이자 '법령의 흠결'이라고 할 수 있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명문의 해석상 사직할 수 없다는 것이므로, 탄핵소추의결서를 송달받아 권한이 정지된 이상 하야도 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는 해석이 있는 반면 "임명권자가 사직원을 접수할 수 없다는 것이므로, 임명직 공무원을 전제한 규정"이라며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이 스스로 사임하는 것에는 적용되지 않는 규정이라고 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 ▲ 탄핵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에서 6인 이상의 헌법재판관이 찬성하면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내려진다. 이 경우,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며, 이 선거에서 당선된 후보는 5년의 임기를 즉시 시작하게 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탄핵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에서 6인 이상의 헌법재판관이 찬성하면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내려진다. 이 경우,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며, 이 선거에서 당선된 후보는 5년의 임기를 즉시 시작하게 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탄핵심판 헌법재판관 6인 이상 찬성해야… 임기만료가 변수

    소추의결서를 송달받은 헌법재판소는 본격적으로 탄핵심판 심리에 돌입한다. 탄핵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헌법재판소법 제23조 2항 1호). 이는 9명의 헌법재판관 중 일부의 공석이 있더라도 변함 없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내년 1월 말일로 임기가 만료된다. 이정미 헌법재판관도 3월 14일이 임기 만료일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새로운 헌법재판소장이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내년 1월말까지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8명의 헌법재판관 중 3명의 반대로, 또 3월 중순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7명의 헌법재판관 중 2명의 반대로 탄핵을 기각할 수 있는 셈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이 준용되며(헌법재판소법 제40조 1항), 국회 법사위원장이 검사 역할인 소추위원을 맡고, 소추의결서 정본으로 '공소장'을 삼는다.

    심리는 구두변론에 의한다(헌재법 제30조 1항). 따라서 소추위원인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심판변론 과정에서 피청구인인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신문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상황까지 연출될지는 미지수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때에도 비록 권한정지돼 있지만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재판부가 대통령을 소환하지는 않았다.

    ◆파면 결정되면 60일내 선거… 당선 즉시 5년 임기 시작

    헌법재판소에서의 심리 끝에 탄핵심판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이 판단하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파면을 결정하는 선고를 내린다(헌법재판소법 제53조 1항).

    파면됐다고 해서 직무집행 중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헌법재판소법 제54조 1항). 오히려 파면되면 더 이상 대통령의 신분이 아닌 것이므로 헌법 제84조에 따른 불소추특권을 누리지 못한다.

    게다가 파면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중대한 불법성이 입증됐다는 뜻이다. 파면과 동시에 형사처벌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내려지면, 이는 곧 헌법 제68조 2항이 규정한 대통령 '궐위' 상황이 된다. 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또, 대통령 궐위에 따른 선거일은 선거일 50일 전까지는 대통령권한대행자가 공고해야 한다(공직선거법 제35조 1항). 이 두 조항을 결합해보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내려지면 그 권한을 대행하고 있는 총리는 최대 열흘 내로 선거일을 정해 공고해야 하는 셈이 된다.

    5년마다 12월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의 경우, 당선된 뒤에도 3개월 정도의 기간을 갖고 정권 인수 작업을 한 뒤 이듬해 2월에 취임하는 반면, 대통령 궐위에 따른 선거에서 당선된 후보는 당선 즉시 5년의 임기가 새로이 시작된다(공직선거법 제14조 1항).

    반대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대선은 예정대로 내년 12월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