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임기 자평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냈다"
  •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6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국제광고제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칸(프랑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6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국제광고제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칸(프랑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혼란에 빠진 국내 상황을 주시하고 있음을 밝히며, 올해 말로 임기를 마친 뒤에는 국내 정치권에 입문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기문 총장은 22일(현지시각) 미국의 뉴스 채널 CNN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12월 31일 임기 마지막날까지는 회원국들에 약속한대로 모든 시간과 역량을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임무에 쏟겠다"면서도 "내년 1월 1일이 오면 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봉사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국내 정치권 인사와의 면담을 통해 언론에 알려진 것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입장이다. 반기문 총장은 지난 5월 제주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내년 1월 1일 한국 시민으로 돌아오게 되면 결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지난 추석 연휴, 미국 뉴욕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등을 만난 자리에서도 "내년 1월 중순 이전까지 귀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정국은 급변했다. 5월 관훈토론에서는 패널이 박근혜 대통령과 차기 대권에 관한 교감이 있었는지를 캐물었으나, 지금은 박 대통령과 어떠한 교감이라도 있으면 '망하는' 상황이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지지율이 주춤하면서, 최근에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게 밀린 차기 대권주자 2위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초래한 국내 정국과 관련해, 반기문 총장은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순수한 국내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한국이 세계 평화와 안보·개발·인권에 기여한 점이 자랑스럽고,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이러한 기여가 계속되기를 희망한다"고 원론적인 언급을 했다.

    다만 반기문 총장은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우려를 가지고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한국에서 일어난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좌절과 분노를 잘 알고 있다"고 밝혀, 국내의 정치적 변동을 주의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유엔에서는 안토니오 구테헤스 전 포르투갈 총리가 반기문 총장의 뒤를 이어 제9대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취임을 준비하고 있다. 구테헤스 전 총리는 지난 10월 5일 안보리 투표를 통과한데 이어, 13일에는 유엔 총회에서 공식 선출됐다.

    총장직 인계를 준비하고 있는 반기문 총장은 제8대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지난 10년 간의 임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임무를 나는 임기 초에 가능한 임무로 바꿔냈다"며 "훌륭한 조직에서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