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고리로 정계개편 시도… "문재인 빼고는 다 개헌 생각"
  •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사진)은 24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개헌을 고리로 대규모 정계개편을 촉발할 의지를 드러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사진)은 24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개헌을 고리로 대규모 정계개편을 촉발할 의지를 드러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신당 창당과 개헌을 매개로 하는 대규모 정계개편을 시사하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도 손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무성 전 대표는 24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시간이 부족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다른 길로 갈 수밖에 없다"며 "친박·친문패권주의를 제외한 어느 세력과도 손잡을 수 있다"고 천명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김무성 전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다소 불분명하게 언급했던 탈당과 신당 창당에 대해 진일보한 자세를 취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새누리당을 해체하고 건전 보수들만 모아서 새로운 당을 만든다는 것이 비주류의 생각이었는데 주류와 친박들이 이걸 막아서고 반대하면 다른 방법은 없다"며 "싸움의 길로 가는 것보다 새로 우리끼리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많이들 하고 있다"고 비박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당대표를 한 사람이 탈당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일단 탄핵부터 먼저 시도하겠다는 것"이라면서도 "여의치 않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다른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결국 당장 탈당을 유보하는 것은 '명분쌓기'일 뿐, 궁극적으로는 '친박 핵심'을 배제한 보수신당 창당으로 가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적 리더십과 정치생명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김무성 전 대표가 이번에는 궁극적으로 탈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4·11 총선을 앞두고 낙천(落薦) 대상이 되자 새누리당 낙천 인사·자유선진당·국민생각 등과 연대해 비박계 범보수신당을 창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막판에 당 잔류를 선언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당시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당의 잘못된 공천심사 기준으로 야기된 많은 동료 의원의 억울한 호소를 지켜보면서 분노에 찬 안타까움을 느꼈고, 대안세력을 결집해 신당을 창당해 확 뒤집어 엎어보자는 유혹도 있었다"면서도 ""영원한 당인(黨人)인 내가 우파 분열의 핵이 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므로 백의종군하겠다"고 물러났었다.

    당시에도 '선도 탈당'을 결행한 몇몇 정치인들만 졸지에 청천벽력을 맞은 모양새가 됐었다. 이번에도 김용태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먼저 탈당한 상황인데, 김무성 전 대표가 또다시 당에 잔류하게 되면 정치적 리더십의 물음표가 커지고 추종 세력이 흩어지는 등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장나게 된다는 지적이다.

  •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사진 가운데)은 24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탈당과 신당 창당의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사진은 지난 7월 14일 서울 당산동 모처에서 열린 전당대회 승리 2주년 기념식에서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사진 가운데)은 24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탈당과 신당 창당의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사진은 지난 7월 14일 서울 당산동 모처에서 열린 전당대회 승리 2주년 기념식에서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결국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와 이정현 지도부 퇴진을 압박하는 시한을 설정하면서, 신당 창당을 위한 '명분쌓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대선 불출마 선언도 궁극적으로는 신당 창당의 추동력을 더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는 해석이다.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무성 전 대표가 탈당을 유보한 것과는 달리, 향후 정치 계획에 대해서는 이미 탈당을 하기라도 한 것처럼 정계 개편을 전제로 자세한 설명을 했다는 것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김무성 전 대표는 "(새로운 보수의 연합에는) 한계가 없다"며 "친박·친문패권주의를 제외한 나머지 어느 세력과도 손잡을 수 있고,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의 연대도) 가능한 일"이라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아주 훌륭한 분으로, 패권주의자를 제외한 민주적 사고를 가진 건전세력들이 모여서 거기 (경선에)서 1등한 사람을 뽑아서 같이 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각각 1~2위권과 3~4위권에 있는 반기문 총장과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서 손짓을 하는 등 '킹 메이커'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한 것이다.

    문제는 '산 하나에 호랑이 두 마리가 있을 수 없다(兩虎不容)'는 원칙이다. 반기문 총장이나 안철수 전 대표, 그리고 보수신당의 잠재적 동료인 비박계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은 모두 대권을 꿈꾸고 있는데 이들을 하나의 당(黨)이라는 울타리 속에 다 포섭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김무성 전 대표는 개헌(改憲)에서 찾았다. 권력분산형 개헌을 고리로 대규모 정계개편을 촉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지금 선거하면 내가 (제왕적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세력들은 다 개헌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가 아닌, 서로 권력을 나누는 구조로 가게 되면 그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나아가 "현재의 제왕적 5년 단임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음에 어떤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똑같은 비극이 또 생긴다"며 "지방자치도 개혁해야 하고 교육감 직선제 같은 문제도 개혁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권력분산 개헌을 해야만 하고, 그게 오히려 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