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 조기 대선으로 가게 되면 정계개편 촉발할 가능성도 배제 못해
  •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정국'이 형성된 가운데, 향후 정국의 흐름에 따라 내년 4월 12일에 매우 중대한 정치적 결단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이 정치권 안팎에서 모락모락 일고 있다.

    본래 내년 4월 12일은 공직선거법이 정한 재·보궐선거일이다. 공선법 제35조 2항 1호에 따르면, 재보선은 매해 4월의 첫 번째 수요일에 실시하지만, 그날이 민속절인 경우에는 그 다음 주의 수요일에 하도록 규정한다. 2017년 4월 5일은 민속절인 한식(寒食)이기 때문에, 재보선이 12일에 실시되는 것이다.

    지난 4·13 총선과 관련해 33인의 국회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있지만, 내년 4월 12일에 재선거가 치러지려면 선거일 전 30일, 즉 3월 12일까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이 나야 하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그간 정치권에서는 4·12 재보선은 그해 12월 대선 전에 치르는 마지막 선거라는 점에서 정치적 유의미성은 있지만, 정치 지형이 변동하는 정도의 이벤트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하지만 이후 정국의 기류가 급변하자 내년 4월 12일에 정치 지형 자체의 근본적 변동을 일으키는 일이 치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은 13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을 언급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은 13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을 언급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회 탄핵소추, 헌재 탄핵심판 이후 내년 4·12 조기대선?

    우선 예견되는 상황은 조기 대선이다. 재보선과 함께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것이다.

    조기 대선은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거나, 또는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함으로써 치러질 수 있다.

    국회에서는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탄핵이 논의되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적 해결을 중시하는 여당 내부에서 관련 논의가 제기되고 있고, 초(超)헌법적인 퇴진·하야를 주장하던 야당에서도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현실론(탄핵)이 고개를 들고 있다.

    법치국가답게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다면, 국회가 헌법 제65조에 따라 탄핵에 돌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서 헌법이 탄핵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데,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광장에 ○○만 명이 모이면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윽박지름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4일 "탄핵소추권은 국회에 있다"며 "야당은 중구난방의 주장을 거두고, 대통령의 진퇴와 관련된 사항을 결정할 수 있는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탄핵론과 관련해 가장 앞서가고 있는 곳은 여당 내부의 비박(非朴)계다.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은 13일 비상시국회의에서 "대통령은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불씨를 지폈다. 비박계 3선 의원은 본지 취재진과 만나 "이번 주 정국 흐름에 따라, 빠르면 내주에라도 탄핵안이 발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헌법 제65조에 따르면, 탄핵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로 발의하고,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현재 국회에서는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 등이 171석의 의석을 점하고 있기 때문에 발의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려면 새누리당 의원 중에서 29명이 동조해야 한다.

  • ▲ 국회에서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될 경우,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소추위원을 맡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에서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될 경우,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소추위원을 맡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탄핵심판서는 여당 권성동이 대통령 박근혜 신문?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에 돌입하게 된다. 국회의 소추의결서 정본이 헌법재판소에 도달하면 헌재는 탄핵심판에 돌입해야 하는데, 헌법재판소법 제49조에 따라 국회 법사위원장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검사 격에 해당하는 소추위원을 맡는다.

    헌재법 제30조 1항에 따라 탄핵심판은 구두변론을 하게 돼 있으므로, 소추위원인 새누리당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피청구인인 박근혜 대통령을 변론 과정에서 신문하는, 보기 드문 모습을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헌재법 제38조에 따라 180일 내에 탄핵심판을 결론내야 하는데,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의 지위가 권한대행이 이뤄지고 있는 헌정 상의 중대 국면이라는 점을 감안해 최대한 신속하게 집중심리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4년 3·12 노무현 탄핵의거 때에는 67일 만에 사건의 결론을 낸 적이 있다.

    만일 11월 중에 탄핵소추안의 의결이 이뤄지고, 헌법재판소가 약 3개월에 걸쳐 심리를 한다고 가정하면 내년 2월에는 탄핵심판의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 결론이 헌재법 제53조 1항에 따른 '대통령 파면'의 결정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그 직을 상실한다.

    헌법 제68조 2항에 따른 '대통령이 궐위된 때'로써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기왕 재보선일로 지정돼 있는 4월 12일에 대선을 함께 치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상정하게 되는 순간, 각 정당의 정치 일정이 신속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계 개편이 급히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는 순간부터 각 정당은 헌재에 의해 파면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레이스에 돌입할 것이다. 탄핵심판의 결론이 나온 뒤에 경선과 본선을 60일 이내에 모두 치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경선 룰' 급조로 특정 대권주자에게 경선이 불리하게 돌아가거나 특정 정당 공천으로는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대선에 출마하기 위한 새로운 정당을 형성하기 위한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등 정치권 전반의 호흡이 가빠질 가능성도 높다.

  • ▲ 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로서 누구보다 박근혜 대통령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최근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은 아무도 말릴 수가 없다고 밝혔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 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로서 누구보다 박근혜 대통령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최근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은 아무도 말릴 수가 없다고 밝혔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 최후의 정치적 승부수?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이 최후의 정치적 승부수를 선제적으로 던질 수도 있다. 즉, 자발적 결단으로 하야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누구도 손대지를 못했다"며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 내려오라고 해도 거기에 앉아 있을 고집쟁이"라고 평했다. 하야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맥락이지만, 바꿔말하면 대통령 본인이 하야를 결단해도 누구도 말릴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지금처럼 '식물대통령'으로 아무런 영(令)이 서지 않고, 민주당 추미애 대표로부터 자신이 제의했던 영수회담을 스스로 일방적으로 거둬들이는 등 정치적 모독을 당할 바에는, 적절한 시기에 대통령직을 스스로 내려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른바 '백만 군중'의 '촛불질'에 의해 끌려내려오는 듯한 모양새는 대통령의 자존심이 용납치 않고, 대한민국의 적을 이롭게 할 패권 세력에게 국권을 넘겨주는 것은 대통령 선서를 한 입장에서 마지막 숭고한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 된다. 따라서 지금 당장이 아닌, 정치적으로 최적의 시점에 대통령직을 던질 가능성을 점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심스럽게 1월 신년기자회견 하야설, 2·25 대통령 취임 4주년 하야설 등이 나돈다.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퇴진의 로드맵을 제시한 뒤 권한대행을 할 국무총리에게 인계인수를 하고 2월 25일에 하야할 것이라는 절충설도 있다.

    청와대와의 교감 하에 운신하는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내년 1·21 전당대회 소집안을 제시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미 1월초에 중대한 정치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교감을 가지고, 열릴 수 없는 전당대회를 제안했다는 분석이다.

    만일 취임 4주년에 대통령직을 내려놓는다면 60일 내에 선거일을 지정해야 하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4월 12일에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유력하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마지막 정치적 승부수에 해당하는 만큼 각 정당은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이는데, 이 시점에 이미 국내에 귀국해 있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입장에서는 정치적 유불리를 쉽게 점치기 어렵다.

  • ▲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현직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규정한 부칙을 담은 개헌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유도하자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문희상 의원이 개헌론자인 우윤근 국회사무총장,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현직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규정한 부칙을 담은 개헌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유도하자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문희상 의원이 개헌론자인 우윤근 국회사무총장,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명예로운 출구' 임기 단축 부칙 담은 개헌안 4·12 국민투표?

    '질서 있고 국정 수습, 명예로운 대통령 퇴진' 시나리오에 따른 4·12 개헌 국민투표 시나리오도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여야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원내 다수 의석을 점한 야당이 막무가내로 퇴진과 하야를 부르짖는 가운데 국민들은 아스팔트로 내몰리고, 청와대는 '식물' 상태에서 요지부동이며 여당은 끝없는 내홍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 다수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으로 선출된 사람을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은 절차로 끌어내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렇다고 탄핵 절차를 밟는 것은 '국정 공백'을 장기화할 우려가 있고, 일부 잔존한 대통령 지지층의 좌절감과 분노를 불러일으켜 국론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진퇴양난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명예로운 출구'를 열어준다는 측면에서, 개헌(改憲)을 통한 대통령의 임기 단축이 거론되는 것이다.

    대선 승리로 5년 단임의 임기를 보장받은 대통령이지만, 헌법개정에 따라 임기가 단축되는 것은 가능하다. 1980년 제정된 5공화국 헌법 부칙 제3조는 '이 헌법 시행 당시의 대통령의 임기는 이 헌법에 의한 최초의 대통령이 선출됨과 동시에 종료한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탄핵하기보다는 개헌을 하면서, 자연스레 신헌법에 현재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부칙을 삽입함으로써 명예로운 퇴진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은 놀랍게도 야당 중진의원으로부터 먼저 제시됐다. 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개헌을 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된 대통령으로 기록되지 않고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다"며 "대통령 퇴진을 원하는 사람들은 임기 단축의 효과를 볼 수 있고, 헌정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야기한 근본 원인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병폐를 개선하기 위해 의원내각제로 개헌하면 의전적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직선하지 않고 국회에서 간선할 수도 있다. 자연스레 개헌 이후 새로 소집될 국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했을 때, 그와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는 것으로 정하면 된다.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야기한 근본 병폐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며, 국회가 개헌 논의에 조속히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야기한 근본 병폐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며, 국회가 개헌 논의에 조속히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성태 "내년 4월 재보선일에 개헌안 국민투표해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5일 "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상규명과 병행해서, 측근비리의 근본적인 해결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사인에 불과한 최순실이 대기업에서 돈을 뜯고 정부 인사에 관여하며 대학에서 횡포를 부리는 등 전방위적 비리를 저지를 수 있었던 힘은 현직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라는 단 하나에서 나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제왕적 대통령제의 결함을 그대로 둔 채 차기 대통령을 뽑아본들 그대로"라며 "한 시라도 빨리 개헌 논의에 나서야 할 분명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천명했다.

    나아가 "광장의 함성은 문제를 던진 것일 뿐,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내야 할 책무는 국회에 있다"며 "국회는 답을 내놓아야 할 개헌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정진석 원내대표의 제안에 따라 개헌 논의가 물살을 타게 된다면, 내년 4월 12일은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날로 유력하게 검토될 수 있다.

    헌법 제129조에 따라, 제안된 개헌안은 20일 이상 공고해야 하고, 국회는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재적 3분의 2 이상 의원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국회에서 의결이 이뤄지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서 통과돼야 한다.

    공고 기간만 20일 '이상'일 뿐,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는 각 60일과 30일 '이내'이므로 발의 이후 국민투표까지 물리적으로 필요한 시간은 짧다. 그러나 사전에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개헌안을 합의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여기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

    내년 2월까지 약 3개월에 걸쳐 신헌법안을 도출해낸다고 하면, 공고~국회의결~국민투표로 가는 과정을 감안할 때 4월 12일에 국민투표를 하는 것은 유력한 정치 스케쥴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여야가 정국 수습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개헌 논의까지 합의돼야 한다"며 "내년 4월 재보선일에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까지 동시에 하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