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원내대표들이 국정수습안 도출해야"… 정진석에 힘 싣기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4일 질서있는 국정수습이라는 팻말이 붙은 국회 원내대표실 마이크 앞에서 국정 수습을 위한 여야 간의 대화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4일 질서있는 국정수습이라는 팻말이 붙은 국회 원내대표실 마이크 앞에서 국정 수습을 위한 여야 간의 대화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회가 중심이 돼서 혼란에 빠진 국정을 질서 있게 수습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원내(院內)에서 이뤄질 여야 협상의 '대표 선수'로 나설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7일 이래로 친박(親朴)계 지도부만으로 구성된 최고위원회의에 불참을 지속하며, 같은날 따로 원내대책회의를 여는 등의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여야(與野)로 이뤄진 정치 지형 속에서 한 축으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이정현 지도부' 대신 국정 수습의 중심축을 자임하고 나선 모양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대한민국이라는 비행기의 두 엔진 중에 하나가 꺼졌다"며 "대통령에 대한 도덕적 신뢰가 무너져 행정부의 기능이 마비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성난 함성을 받아서 이제는 국회가 책임을 안고 수습에 나서야 한다"며 "국민들도 국정의 위기가 계속되는 것은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인 만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수습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꺼진 엔진(행정부) 대신 남은 엔진(입법부)이 중심이 돼서 비행기(나라)를 이끌고 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입법부의 한 축인 야당도 머리를 맞대야 하니 '목소리'를 단일화하라고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야당이 이 시점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달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인가, 탄핵절차 돌입인가, 아니면 여전히 거국중립내각에 관심이 있다는 것인가"라고 준엄히 물었다.

    아울러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언제까지 국민들을 아스팔트로 내몰 것인가"라며 "헌법 내에서 국정을 질서 있게 수습해야할 책무는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에게도 있다"고 꾸짖었다.

    야당이 정진석 원내대표의 질문에 호응해 '머리를 맞대는' 국정 수습의 자리가 열릴 경우, 이 자리에서 논의될 의제에는 제한이 없다는 듯한 뉘앙스를 내비쳤다. 전날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제기해 파문을 일으킨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 발의 등 모든 논의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탄핵소추권도 국회에 있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한 국무총리의 임명동의권도 국회에 있다"며 "야당은 중구난방의 주장을 거두고, 대통령의 진퇴와 관련된 사항을 결정할 수 있는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나아가 "계속 국민들이 걱정만 하게 내버려두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질서 있는 국정 수습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협의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와 관련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참석자들에게 "당무를 논의하자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당부했다. 공개 모두발언에서도 전날 이정현 대표가 제안한 내년 1월 21일 전당대회 소집안 등 당 내홍과 관련해서는 일절 거론하지 않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연직 최고위원으로서 최고위원회의에 보이콧을 지속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당무 활동 이상의 당무 활동'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앞장서서 야당에 대화를 제의하며, 정국 수습의 방안을 제시한 것 자체가 '이정현 지도부'를 제치고 자신이 정국 수습의 중심에 나서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전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소집된 최고위원회의 직후 이정현 대표는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되는대로 당대표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그러나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려면 여야 간의 협상이 필요한데, 야당은 '이정현 지도부'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러한 국면에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정현 대표를 제치고 여야 협상 과정에서 여당의 '대표 선수'로 나서게 되면, 친박계로 구성된 최고위 등 공식 지도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만약 '질서 있는 정국 수습'의 로드맵이 실제로 여야 원내지도부 사이에서 타결돼, 과도내각이든 거국중립내각이든 모종의 신내각이 성립된다면, 이 과정에서 역할을 맡지 못한 '이정현 지도부'가 던졌던 1·21 전당대회 소집안 등 당무 스케쥴도 자연히 추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전날 비상시국회의에서 떼로 모여 공개적으로 '지도부 퇴진'을 요구한 비박계 의원들의 공세가 '하드 어택'이라면, 정진석 원내대표의 움직임은 '소프트 어택'인 셈"이라며 "원내대표의 움직임이 활발해질수록 당 지도부의 권위는 상실되는, 사실상의 탈권(奪權) 활동"이라고 분석했다.

    "당무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면서도 '당무 활동 이상의 당무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의 참석자 구성에서도 드러났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현재 이렇다할 당직을 맡지 않고 있는 4선의 주호영 의원을 초청했고, 모두발언을 하도록 배려했다. 주호영 의원은 8·9 전당대회에서 비박(非朴)계의 단일후보로 추대돼 이정현 대표와 대결한 이후로, 계속해서 비박계의 중심적 인물로 활동하며 △이정현 지도부 퇴진 △새누리당 해체 후 재창당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임장관으로서 여야 협상의 경험이 많아 지혜를 모으고자 했다"는 게 정진석 원내대표가 밝힌 초청의 이유이지만, 초청과 참석 자체가 정무적으로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다.

    "특별한 당직이 없어 상황과 관련해 말씀드릴 기회가 없었는데,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런 자리에 불러줘서 고맙다"고 말문을 연 주호영 의원도 "내가 하고자 했던 말이 정진석 원내대표의 말 속에 거의 다 있다"고 화답하며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주호영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국회가 중심이 돼서 각 당의 원내대표가 국회의장과 모여서, 어떤 선택이 부작용이 적고 국민 여론에 부합하는지를 치열한 토론과 타협으로 도출해야 한다"며 "국내외적으로 엄중한 시기인데 우왕좌왕하거나 헌정사에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은 참으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서 있는 국정 수습을 위한 3대 원칙'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주호영 의원은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민의 여론과 민심에 부합하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각 정당은 사심과 당리당략이 아닌 애국심만 가지고, 국정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