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믿을만한 회고록 없다"… 송민순 "진실은 어디 가지 않아"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7일 '송민순 회고록' 논란과 관련 해명 요구에 "사실관계를 잘 기억하는 분들에게 물어보라"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7일 '송민순 회고록' 논란과 관련 해명 요구에 "사실관계를 잘 기억하는 분들에게 물어보라"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송민순 회고록'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사실 규명은 뒷전에 둔 채 여전히 딴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던 문재인 전 대표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이라는 국가 중대사에 대해 자신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탈출구가 막힌 상황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재인 전 대표는 17일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 요구에 "사실관계를 잘 기억하는 분들에게 물어보라"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경제 행보의 일환으로 인천시 남동구의 이익공유제 실행기업 '디와이(DY)'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기권을 주장했을 것 같은데 다 그렇게(찬성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남북정상회담도 했기에 인권결의안도 함께 하는 것이 균형에 맞다고 생각했든지, 제가 인권변호사 출신이어서 인권을 중시해서 그렇게 했든지, 안 그러면 외교부로부터 설명을 많이 들어서 외교부 논리에 넘어갔던지 잘 모르겠다"며 여전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제가 초기에는 오히려 결의안에 찬성해야 한다는 외교부 주장에 동조했다가 나중에 다수 의견에 따라 입장을 바꿨다고 하는데 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대표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북한의 의중을 물었다는 내용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이 발간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김정일 결재' 10대 의문점을 공개하며 문재인 전 대표가 직접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사실 규명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오히려 새누리당을 향해 "북한 덕분에 존속되는 정당"이라는 등 맹비난을 퍼부었다. 

    문재인 전 대표는 "허구한 날 종북 타령과 색깔론으로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삼고 있으니 우리 경제와 민생이 이렇게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자신에 대한 정부·여당의 공세를 정권의 실정을 덮기 위한 물타기로 규정했다. 

    이어 "극심한 경제위기와 민생 파탄, 그리고 우병우와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비리, 백남기 선생의 부검 문제 등을 덮기 위해 남북관계를 정쟁 속으로 또다시 끌어들이고 있다"고 되려 목소리를 높였다. 

    더민주 지도부도 문재인 전 대표 지원 사격에 나섰다. 


  •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7일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7일 "누구 회고록이든 세상에 믿을만한 회고록은 없다"며 회고록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추미애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및 기자들과 만나 "누구 회고록이든 세상에 믿을만한 회고록은 없다"며 회고록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추미애 대표는 "김종필 전 총리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본인은 회고록이라고 안 쓰고 증언록이라고 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진실공방을 할 것이 없다. 개인 회고록을 가지고 다 끄집어내서 진실 공방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가기에는 난리법석이 도를 넘었다"며 "더민주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 없이 명예를 훼손한 것과 관련해 법적으로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표와 더민주 지도부가 사실 규명을 거부하는 가운데 회고록 작성자인 송민순 전 장관은 "진실은 있다. 진실은 어디 가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송민순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북한대학원대학교 집무실에서 "단 하나도 틀린 것이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책에 써 놓은 그대로"라고 답했다. 다만 회고록 관련 기록이나 메모의 추가 공개는 당분간 없을 것을 암시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놓고 문재인 전 대표 진영이 막다른 곳에 몰리니 색깔론으로 치부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안보전문가이자 군 장성 출신인 새누리당 한기호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색깔론은 좌파들이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사용하는 용어"라며 "당신들의 색깔은 무슨 색이며, 대북 정책은 성공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와 김경수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가 2007년 당시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찬성했다고 밝혔다"면서 "그렇다면 5명(문재인, 송민순, 이재정, 김만복, 김장수)이 참여했는데 3명(문재인, 송민순, 김장수)이 찬성으로 찬성이 다수결인데 문재인 전 대표는 왜 기권이 다수였다고 주장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거짓말쟁이는 누구인가. 국정조사를 반드시 해야 할 정당성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