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은 시종일관 극진한 예의 다해… 'DJ 추어올리기'도 여전
  •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으로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자리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으로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자리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호남과 화해를 선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 시절에 대해 사과도 했다. 그러나 DJ와의 '관계 정상화'에는 이제 첫 발을 뗐을 뿐 아직도 머나먼 여정이 남은 듯 하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6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찾아 DJ의 배우자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대중 대통령 집권 시절 국정에 협조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며 "새누리당 당대표로서 호남과 화해하고 싶다"고 밝혔던 이튿날이라 더욱 주목을 받은 행보였다.

    이 자리에서 이정현 대표는 "(DJ가) 대통령을 할 적에는 IMF 직후라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웠는데도 빠른 시일 내에 빚을 다 갚는 등 높은 지도력을 발휘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DJ를 추어올린 뒤 "그 당시에 새누리당은 초보 야당이라 그저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이 야당 역할인 줄 알고 잘 도와드리지 못해, 공식적으로 사과드렸다"고 전날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상기시켰다.

    나아가 "내가 일찍 정치를 시작했는데 아주 어렸을 때부터 (DJ를) 정말 존경하고 많은 것을 배우며 자랐다"며 "어떻게 보면 나는 (DJ의) 정치로 보면 손주 세대"라고 자처했다.

    이 역시 지난달 18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엄수됐던 DJ의 7주기 추도식에서 자신의 DJ에 대한 평을 재차 반복한 것이다. 당시 이정현 대표는 추도식장을 나서면서 DJ를 가리켜 "정말 많은 것을 본받고 싶은 위대한 정치인이자 정치 선배"라며 "어렸을 때부터 정치의 모델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이정현 대표가 이희호 여사 앞에서 DJ를 한껏 추어올렸음에도,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도서관 5층 구 DJ집무실에서 5분 간 진행된 공개 발언 내내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주제를 연신 꺼내들며 대화를 이끌었다.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도발로 인해 전세계가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이희호 여사는 "최근 남북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며 "남과 북 양쪽이 서로 양보하며 평화롭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남북 관계 악화'의 귀책 당사자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서로 양보할 것'을 종용했다.

  •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이희호 여사 예방을 마치고 헤어지면서 몸을 낮춰 악수를 청하고 있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이희호 여사 예방을 마치고 헤어지면서 몸을 낮춰 악수를 청하고 있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이어 "세월호 사고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로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며 "(이정현) 대표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오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전체회의에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150억 원의 예산을 쓰고서도 국민이 납득할만한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이유로 특조위 활동기한 연장안이 상정 무산된 것을 감안하면, 이 역시 이정현 대표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주문이다.

    이에 대해 이정현 대표는 "(DJ) 생전에 남북 관계에 좋은 업적을 남겨 국민들이 꿈에도 그리던 금강산을 구경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하는 후배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며 "(세월호 건에 대해서도 이희호) 여사를 여러모로 걱정하게 해서 죄송하다"는 정도로 답했다.

    이렇듯 이희호 여사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예방을 받을 때와는 달리 다소 불편한 주제로 대화를 이끌고, 비공개까지 포함해 전체 예방 시간도 26분에 그쳤음에도 이정현 대표는 시종일관 이희호 여사를 향해 극진한 예를 다했다.

    이날 이정현 대표는 이희호 여사에게 과일 바구니를 봉상했으며, 이희호 여사는 답례로 DJ의 자서전과 함께 난을 선물했다. 이에 이정현 대표는 취재진을 향해 "중추가절이라고 여사께서 난을 내렸다"고 감격을 금치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방을 마치고 이희호 여사와 헤어질 때도, 이정현 대표는 휠체어에 앉은 이희호 여사 아래로 몸을 낮추며 악수를 하기 위해 거의 그 앞에 꿇어앉다시피 하는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호남과의 화해를 선언했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천지개벽할 수야 있겠느냐"며 "이정현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문을 보면 앞으로도 진정성 있게 부단한 노력을 계속할 듯 싶으니 좀 더 두고보자"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