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4人 각 충남·충북·호남·강원 출신… "탕평 의지, 깊은 고민 느껴져"
  •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지난 11일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개각 때 탕평 인사를 해달라는 건의를 하고 있다. 이정현 대표의 발언을 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정현 대표 쪽으로 고개를 돌려 환하게 웃고 있다. ⓒ청와대 사진공동취재단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지난 11일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개각 때 탕평 인사를 해달라는 건의를 하고 있다. 이정현 대표의 발언을 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정현 대표 쪽으로 고개를 돌려 환하게 웃고 있다. ⓒ청와대 사진공동취재단

    8·16 개각을 통해 새로 임명된 4명의 차관급 인사가 모두 비(非)영남 출신이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탕평 인사' 건의가 효과를 발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16일 오전 10시, 3개 부처 장관 인사와 함께 4명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국무조정실 2차장에 노형욱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에 정만기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비서관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에 박경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농촌진흥청장에 정황근 농축산식품비서관이 각각 임명됐다.

    이 중 박경호 신임 국민권익부위원장과 정황근 신임 농촌진흥청장은 충청 출신이다. 충남 천안 출신인 정황근 청장은 대전고를 나왔으며, 서울대 농학과를 졸업한 뒤 기술고시에 합격해 정통 농정 관료로 일해왔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인수위 전문위원 시절부터 호흡을 맞춘 이후, 임기 첫날부터 청와대에서 농축산식품비서관으로 일해왔다.

    박경호 부위원장은 충북 보은 출신으로 서대전고를 나왔다.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 연수원을 19기로 수료하고 검찰에서 경력을 쌓았다. 대전지검 특수부와 대전고검 등에 몸담았으며, 이번에 부위원장으로 가게 된 국민권익위에는 일찍이 2011년에 법무보좌관으로 파견 근무를 했었다.

    호남에서도 새로 차관급 인사가 나왔다. 노형욱 신임 국무조정실 2차장이 전북 순창 출신으로 광주일고를 나온 호남 출신 인사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나온 노형욱 차장은 기획예산처 예산기준과장을 거쳐 기획재정부 행정예산심의관과 사회예산심의관을 거친 예산 전문가로 손꼽힌다.

    정만기 신임 산자부 1차관은 강원도 춘천 출신이다. 중앙고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했으며,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래 산자부에서 무역진흥과장, 산업정책관, 산업기반실장을 지냈다. 지난 2014년 8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로 불러들여 약 2년간 산업통상자원비서관으로 국정철학을 공유했다.

    이처럼 4명의 차관급 인사가 각각 충남·충북·호남·강원 출신으로 고르게 분산돼 있고, 그간 현 정부에서 중용돼온 대구·경북(TK)은 물론 영남권 출신 인사는 제외됐다는 점에서, 8·9 전당대회를 통해 새누리당의 새로운 당대표가 된 이정현 대표의 '탕평 인사' 건의가 벌써 효과를 발휘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정현 대표는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며 공개 발언을 통해 개각시 탕평 인사를 건의해 눈길을 끌었었다.

    이정현 대표는 당시 "개각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여러 가지 국정 전반에 대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정치권의 건의를 드리자면 탕평인사, 균형인사, 능력인사, 소수자에 대한 배려 인사도 반영이 됐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말씀 감사하다"며 "여러 가지 말씀한 것을 잘 참고하겠다"고 화답했었다. 이번 8·16 개각에서 4명의 차관급 인사의 출신지가 각각 충남·충북·호남·강원으로 고르게 분포된 것은 이같은 이정현 대표의 건의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전북 출신으로 광주일고를 나와 전북과 광주·전남 그 어느 쪽도 아닌, 그야말로 '호남' 출신 인사라 할 수 있는 노형욱 재정관리관을 국무조정실 2차관으로 발탁한 것에서 이번 개각에 '탕평'의 뜻을 담겠다는 깊은 고민을 엿볼 수 있다"며 "충청권 인사가 두 명, 그 중에서도 충북 보은 출신 박경호 변호사가 권익위 부위원장이 된 것도 '충청 대망론'과 관련해 눈여겨볼만하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