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보위부, 20대 간호장교 끌고 가…현재 신상자료 사라진 '개인소멸' 상태
  • ▲ 정찰총국장을 맡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을 주도했던 김영철은 2016년 초 통일전선부장을 맡았다. 하지만 지난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 이후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으로부터 강한 견제를 받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지난 1월 20일 김영철의 통일전선부장 임명 관련 뉴스. ⓒYTN 관련보도 화면캡쳐
    ▲ 정찰총국장을 맡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을 주도했던 김영철은 2016년 초 통일전선부장을 맡았다. 하지만 지난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 이후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으로부터 강한 견제를 받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지난 1월 20일 김영철의 통일전선부장 임명 관련 뉴스. ⓒYTN 관련보도 화면캡쳐


    북한전문매체 ‘뉴포커스’가 북한 내부소식통을 인용, 최근 북한 평양 내에서 ‘2인자’ 자리를 두고 치열한 권력 암투가 시작됐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뉴포커스’는 지난 1일, 김정은에 이은 ‘2인자’ 자리를 두고 지난 5월부터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 부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 부장 간의 권력투쟁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뉴포커스’에 따르면 사건의 시작은 지난 5월 국가안전보위부가 평양 어은병원에 근무하던 20대 여군 중위(간호장교)를 전격 체포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 여군 중위는 김영철 통일전선부 부장의 ‘정부(情婦)’였다고 한다. 해당 여군 중위는 “조만간 ‘봉화진료소’에 재배치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 뒤에 국가안전보위부에 체포됐다고 한다.

    참고로 ‘어은병원’은 북한 인민군 장성들이 진료를 받는 병원이고, ‘봉화진료소’는 북한 최고위층과 인민군 군단장급 이상이 진료를 받는 병원으로 알려져 있다.

    ‘뉴포커스’는 “어은병원 간호장교가 봉화진료소 간부대기 상태에 있었던 것은 김영철이 어은병원 진료 대상에서 봉화진료소 대상으로 승격되자 애인도 함께 데려가려던 것”이라는 소식통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갑자기 국가안전보위부가 인민군 고위급이 진료받는 병원에 들이닥쳐 간호장교를 체포해갔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국가안전보위부가 군 관련 시설에는 함부로 감시 및 통제를 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당 부서(인민군 보위사령부)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가안전보위부가 인민군 간호장교를 끌고 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민군 수뇌부는 경악했다고 한다.

    ‘뉴포커스’는 “군 간부들은 과거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 부국장, 인민군 보위사령관 출신인 김원홍이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면 인민군 총정치국도 모르게 (간호장교를) 체포할 수 없는 일이라고 수군거렸다”는 소식을 덧붙였다.

    ‘뉴포커스’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위부에 끌려 간 간호장교는 모든 개인 신상자료가 지워진 ‘개인소멸 상태’라고 한다. 이는 정치범들이 수용소에 끌려갈 때 노동당, 내각 차원에서 개인정보를 말소시키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간호장교가 국가안전보위부에 끌려가기 전 김영철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고, 김영철이 낙태를 강요했는데도 간호장교가 거절하자 국가안전보위부의 손을 빌려 ‘제거’했다는 유언비어도 나돌았다고 한다.

    ‘뉴포커스’는 “하지만 지난 6월부터 북한에서는 ‘제7차 노동당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당 조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자’는 명목으로 사상투쟁 열풍이 확대되었는데, 처음 열린 중앙당 비서국 간부 사상투쟁 회의에서 김영철의 사생활에 관한 공개비판이 제기되었다”고 전했다.

    ‘뉴포커스’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위부와 노동당 조직지도부 검열 4과가 추궁한 자료에는 “김영철이 4차 핵실험 준비로 바쁠 때 20대 간호장교와 업무용 벤츠를 타고 태성 골프장, 순천 초대소 등을 돌며 쾌락을 즐겼고, 구급 왕진치료 명목으로 기밀문건이 쌓여있는 개인 사무실에까지 불러 성관계를 가지다 임신시켰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뉴포커스’는 “김영철은 성분 좋은 가문이 아니라 오직 실력 하나로 정찰총국장을 거쳐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노동당 정무국 대남담당 부위원장, 정치국 위원 자리까지 꿰찬 인물이었기 때문에 북한 실무급 간부들 사이에서는 거의 우상에 가까웠다”면서 “노인 교체를 바라는 평양의 야심가들을 대리만족 시켜줄 적임자로 주목받고 있었는데 (국가안전보위부가) 그를 사생활로 흔들어 놓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뉴포커스’는 “김영철은 핵심실세에서 한발 물러나 ‘실력제일주의’ 원칙과 주장으로 아랫 사람들을 독려하는 한편 천안함 폭침과 같이 김정은의 요구를 적절히 충족시켜 북한 권력층 내에서는 ‘다재다능한 만능 해결사’로 유명했다”면서 “그러나 김영철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고 실력으로 큰 사람이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북한소식통의 분석도 전했다.

    북한소식통은 ‘뉴포커스’ 측에 “평양에서는 ‘앞으로 김원홍이 이길 것인가, 김영철이 이길 것인가’를 내기를 하는 노동당 간부들이 많다”는 소식도 덧붙여 전했다.

    ‘뉴포커스’와 접촉한 북한소식통의 말대로라면, ‘2인자’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 김정은이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을 시켜 ‘인민들의 신임을 얻은 실력자’를 차례대로 숙청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김영철이 여기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뉴포커스’의 이번 보도를 2015년 7월 황병서 인민군 정치총국장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간의 ‘권력 암투’까지 더해서 살펴보면, 김원홍의 ‘호가호위’는 황병서는 물론 김영철로부터도 상당한 불만을 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좀 더 큰 그림에서 보면, 국가안전보위부와 사회안전성, 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김정은 집단과 가족 또는 애인까지 희생당하는 일을 겪으며 지위가 격하된 인민군 출신 주요 인사들 간의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점차 커질 가능성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