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상하고 리더십 상처받고 여전한 강경친노…대표 유지해도 총선 분수령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자신의 거취문제를 23일 오후 2시에 밝힐 예정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자신의 거취문제를 23일 오후 2시에 밝힐 예정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 대표의 '셀프비례' 파동이 여전히 남아있는 23일, 김종인 대표가 일단은 대표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가 느낀 모욕감, 상처받은 리더십 그리고 다시 드러난 친노패권에 대표직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지난 20일 김종인 비대위가 비례대표 명단을 발표하자 당 안팎에서 맹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김종인 대표가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배치한 것에 대해 당내 의원들의 반발은 극심했다. 

    정청래 의원은 "사람이 염치가 있어가 있어야지,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고 김광진 의원은 "정의롭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미치려면 곱게 미치든가"라는 등 SNS를 중심으로 맹비난이 이어졌다. 

    이같은 '노욕(老慾)'비판에 김종인 대표는 대표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꺼냈다. 

    "내가 여태까지 스스로 명예를 지키려고 산 사람인데 그런 식으로 말을 그렇게, 아주 욕보이게 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셀프비례' 외에 김종인 대표가 비례대표 명단에 올린 후보에 대해서도 중앙위는 반발했다. 비례대표 1번이던 박경미 교수는 논문 표절 의혹, 6번 최운열 교수는 박근혜 대선 캠프 경력, 김숙희 서울시 의사회장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 관련 칼럼 등이 문제가 됐다. 

    김종인 대표의 사퇴설이 커지자 22일 양산에서 침묵을 지키던 문재인 전 대표가 급히 상경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김종인 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대표는 아주 명예를 중시하는 분인데 이번에 개인적인 욕심을 갖고 결정을 한것처럼 매도 당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고 자존심도 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종인 대표가 이번 총선의 간판 역할을 하고, 총선 이후에도 대선 때까지 그 역할을 계속 해줘야한다"며 "제가 당 대표를 계속했더라도 김종인 대표를 상위 순번에 모셨을 것"이라고 김종인 대표를 달랬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와의 회동 이후 비대위에 참석했던 김종인 대표가 비례대표 2번은 비워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퇴설은 재점화됐다. 

    이에 박영선·우윤근·표창원·김병관 등 4명의 비대위원이 먼저 최근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당 내홍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해 다른 비대위원들도 이날 마찬가지로 사의를 나타냈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2일 양산에서 상경해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사퇴를 거듭 만류했다. ⓒ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2일 양산에서 상경해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사퇴를 거듭 만류했다. ⓒ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앞서 친노세력을 누르면서 독자행보를 보였던 김종인 대표는 이번에도 비대위원들의 사의를 받아내는 등 일견 당내 주도권을 다시 가져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공천 배제(컷오프)가 핵심친노가 아닌 범친노계 위주로 이뤄졌고, 이번 비례대표 후보도 친노·운동권 중심으로 구성된 중앙위가 운동권 출신의 인사들을 상위번호로 올리는 등 정작 중요한 인사권은 친노에게 뺏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인 대표의 리더십도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다. 

    비대위원과 중앙위와 설득과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격한 분노와 '보이콧' 카드를 꺼냈고 후보등록일 마감이 하루 밖에 남지 않은 막판에 배수진을 치면서 당 전체를 압박했다. 

    이런 김종인 대표의 고압적인 태도는 총선 결과가 기대이상으로 잘 나오지 않을 경우 당내 반발을 다시 불러일으킬 것이란 지적이다. 

    한편 김종인 대표가 이날 사퇴를 최종결정하거나 조만간 물러난다면 외부 출신의 당 대표는 결국 친노패권의 벽을 넘지못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나라당 출신이자 2010년 민주당 대표를 역임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과거 친노 진영으로부터 끊임없이 정체성 논란을 겪었다. 2014년 7.30 재보선 당시에는 김한길-안철수 지도부가 야당의 험지인 수원 병 출마를 강권하면서 결국 낙선했다. 이에 손학규 전 고문은 정계 은퇴를 선언했고 현재까지 전남 강진에서 칩거 중이다. 

    2014년 안철수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맡으며 더민주에 입성했다. 2015년까지 끊임없이 '친노패권주의'와 '구태정치' 청산을 외치던 안철수 의원은 결국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최근까지도 더민주와 국민의당에서 러브콜을 받았을 정도로 유력한 대선 후보로 불린다. '중도개혁'을 표방하면서 넓은 지지층과 두 차례 야권 통합을 이끌어낸 리더십도 갖고 있다. '거대양당 정치 철폐'를 주장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현재 대권주자 4위로 지지도가 결코 낮지 않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전날 김종인 대표를 만나 "나도 1년 내내 시달렸다"며 대표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현재 당내 주류인 친노세력의 흔들기를 당시 비주류의 그것과 동선에 놓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화룡점정을 찍어달라"며 김종인 대표의 사퇴를 만류했지만 이미 상처받은 외인(外人) 김종인 대표가 얼마나 버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