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빚 21조 달러의 가난한 나라, 더 이상 세계 모든 일에 개입할 수 없다”
  • ▲ 지난 21일(현지시간) 美워싱턴포스트(WP) 경영진, 편집자들과 만난 도널드 트럼프는 주요 동맹국은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사진은 WP에 게재된 당시 대화록 화면. ⓒ美워싱턴포스트 화면 캡쳐
    ▲ 지난 21일(현지시간) 美워싱턴포스트(WP) 경영진, 편집자들과 만난 도널드 트럼프는 주요 동맹국은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사진은 WP에 게재된 당시 대화록 화면. ⓒ美워싱턴포스트 화면 캡쳐

    美공화당 주류의 강한 반발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에는 한국을 가리켜 ‘위대한 부자 산업국’이라고 추켜세우는 척하며 안보 문제를 거론하는, ‘돌려 까기’를 선보였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는 ‘워싱턴 포스트(WP)’ 경영진, 편집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군의 아시아 태평양 주둔 전략을 비난하며, 다시 한국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워싱턴 포스트’ 홈페이지에 게재된 도널드 트럼프와 WP 경영진, 편집자들의 대화 내용을 보면,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현재 美정부의 대외전략을 전방위적으로 비판했다. 이 가운데 한국, 이스라엘, 이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중국 등과의 정책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는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이란과의 핵합의,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중국, 불법이민자들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멕시코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트럼프가 대화 중 한국을 비판하기 시작한 것은 “美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위해 수백억 달러를 사용한다”는 대목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NATO 주요 회원국인 독일이 앞장 서서 무력을 과시하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미국 뒤에 숨듯이 하면서 ‘대화’만을 강조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우리(미국)는 그들을 도울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어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도 독일과 같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야심에 가득 차 있다”면서도 “중국과의 자유무역은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 미국이 동아시아와 남중국해에 개입하고 있는 전략을 비판했다.

    트럼프는 “많은 이들이 미국이 확실히 한국을 방어하지 않으면 북한이 한국을 침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워싱턴 포스트’ 편집자의 질문에 자신의 논리를 설명하면서 “당신도 알다시피 한국은 매우 부자인 나라, 위대한 공업국”이라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도 한국에 비행기와 배를 보내고, 그들의 전쟁에 개입하려 하지만 돌려받는 부분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제는 우리가 그런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포스트’ 편집자가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가운데 50%를 부담하고 있다”고 반박하자 트럼프는 “50%라고? 왜 100%를 부담하지 않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워싱턴 포스트’ 편집자가 “미군은 한국 땅에 기지를 사용하면서 얻는 이익이 있지 않겠느냐. 미군의 아태 방어 전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느냐”며 재반박하자 트럼프는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나도 한국에 빌딩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은 배도 만들고, TV도 만들고, 에어컨도 만든다. 한국은 거대한 생산능력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대규모 공업단지도 갖고 있다”면서 “내 생각에 한국은 매우 강력하고 부자인 나라”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방어하는 것이 필요없다는 뜻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우리가 지금과 같은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라면서 한국, 일본 등을 가리켜 “그들은 매우 부강한 국가인 반면 우리는 지금 가난한 ‘빚쟁이 국가’일 뿐”이라고 맞섰다.  

    트럼프는 “지금 미국의 부채가 21조 달러에 달하는데 ‘전방위적인 예산 편성’을 계속 해야 하느냐”며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독일과 같은 ‘선진공업국’을 대신 지켜주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트럼프의 주장은 계속 이어졌다. 테러조직 ‘대쉬(ISIS)’를 격퇴하는 것은 할 수 없다는 주장에서부터 NATO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 표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中공산당에 맞서 지역 동맹을 ‘대신 지켜주는 것’ 등은 ‘빚쟁이 가난한 나라 미국’ 입장에서는 불필요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트럼프가 ‘워싱턴 포스트’ 편집자들과 나눈 대화의 핵심은 “미국은 이제 미국과 그 국민을 위해 예산을 써야 한다”는 것, “미국은 더 이상 전 세계의 일에 개입하지 말고, 내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트럼프의 주장은 21세기 들어 美정치권 일각에서 나왔던 ‘新고립주의’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20세기 초 우드로 윌슨 당시 美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를 주장하면서, 일종의 ‘고립주의’를 제시한 뒤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크게 유행했던 점을 떠올리면, 트럼프의 주장대로 미국이 변하기 시작할 경우 세계는 다시 한 번 요동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의 85% 가량을 무역에 의존하는 한국의 경우에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해야 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