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통령 선거 2016 (3) 네바다 코커스/ 사우스 캐롤라이나 예선

    흑인표가 美대권 판가름? 위기의 힐러리 "오바마 찬양"

    조광동 / 재미언론인
  • 뉴햄프셔 예선이 끝난 뒤 존 케이식(John Kasich)은
    희색이 만면한 얼굴로 “대부분 사람이 내 이름도 발음하지 못할 정도로 생소한 나를 2위로 만들어 준 것은 내가 뉴햄프셔 예선에서 가장 큰 승리를 거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지도 뉴햄프셔 예선이 끝난 뒤 케이식은 누구이고 ‘Kasich’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나? 하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Kasich’은 ‘KAY-sik’으로 발음한다고 보도했습니다.

1위를 한 것도 아니고 승자 트럼프와 큰 표차로 2위를 한 케이식에게 언론이 집중 조명을 하고 본인도 즐거워하는 것은
공화당 후보 경쟁에 얼마나 이변이 많고 아직도 갈 길이 먼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이오와 예선에서 최하위인 1.9%를 얻었던 케이식이 뉴햄프셔에서 16%를 얻어
35%를 얻은 트럼프와 함께 승자의 대열에 서고, 한때 선두 그룹으로 부상했던 여성 후보
피오리나와 뉴저지 주지사 크리스티가 도중하차 했습니다.

아이오와 코커스가 끝난 뒤 대부분의 중론과 여론 조사는 아이오와에서 3위를 해 제도권 단일 후보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마코 루비오가 뉴햄프셔에서 2위를 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러나 예선을 며칠 앞두고 시행된 토론회에서 크리스티가 루비오의 경험 부족을 공격하고,
루비오는 참모들이 적어 준 말을 되풀이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공격에 루비오가 같은 대답으로 반격하자, 크리스티는 “저것 봐라, 또 그러지 않느냐”하는 뜻으로 “There it is again.”으로 촌철살인적인 화살을 쏘았습니다. 

“There it is again”은 루비오에게 치명타가 되었습니다. 말을 잘하는 루비오가 컴퓨터로 입력된 로봇처럼 판에 박은 듯이 되풀이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루비오의 날개가 꺾이는 듯했고,
루비오 지지도는 급락해서 루비오 자리를 케이식이 차지했습니다.
부시는 어머니 바바라의 도움까지 받으면서 사력을 다해 루비오를 앞질러 4위를 해서 연명의 줄을 잡았습니다.  

전쟁터가 중부 아이오와와, 동부 뉴햄프셔에 이어 남부 사우스 캐롤라이나, 서부 네바다로
옮겨지면서 공화당 예선은 더욱 얽혀지고 있습니다.
  • ▲ 왼쪽부터 케이식(아이오와 주지사)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트럼프.(연합뉴스)
    ▲ 왼쪽부터 케이식(아이오와 주지사)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트럼프.(연합뉴스)
    2월 20일 갖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예선과 23일 열리는 네바다 코커스에서
    선두는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관심은 트럼프를 추격하는 테드 크루즈가 트럼프와의 표차를 얼마나 줄이느냐와 함께,
    온건 보수의 주자로 케이식, 루비오, 부시 가운데 누가 부상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사실 중도 보수는 케이식과 부시이고 루비오는 티파티의 지지를 받았던 극우 성향의 후보지만,
    크루즈가 워낙 극단적이고 모가 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온건 보수로 분류되어 제도권 후보 자리를 경쟁하고 있습니다. 

  •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부시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인기가 있는 형 부시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으며 3위 자리를 꿈꾸고 있습니다. 리얼 크리어 폴리틱(RCP)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35%, 크루즈 17%, 루비오 16%, 부시10%, 케이식 9%이고,
    네바다에서는 트럼프 39%, 크루즈 18%, 루비오 15%, 카슨 6%, 부시 3%, 케이식 2%입니다.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크루즈를 약 10%에서 15% 리드하고 있으나
    NBC/월스트리트 저널 조사에서는 크루즈가 트럼프를 1%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론 조사에서는 루비오가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뉴햄프셔 예선에서 5위로 밀려나고 일부 성급한 논평가들은 루비오가 끝났다고 말할만큼 타격을 받았던 루비오가 사우스 캐롤라이나와 네바다에서 재생되고 있습니다.
    루비오는 토론에서 대응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을 시인하고 재빠르게 상처를 수습하고,
    다소 감성적인 접근으로 사우스 캐롤라이나 지지도를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루비오와 케이식, 부시의 3위 쟁탈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은
    이들 중에 한 명이 공화당 제도권의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화당 제도권 지지를 받는 사람이 확정되면 트럼프, 크루즈와 경쟁이 되겠지만
    중도 보수 세력의 단일화가 시간을 끌면 제도권 후보의 기회는 사라져갈 것입니다.
  • ▲ 왼쪽부터 케이식(아이오와 주지사)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트럼프.(연합뉴스)
  • 민주당 예선 또한 예측을 불허하는 접전을 하고 있습니다.
    뉴햄프셔 예선에서 버니 샌더스가 힐러리 클린턴을 이길 것으로 모두가 관측했었으나
    표차가 22%까지 될 것으로는 생각질 않았습니다.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과 딸 체시의 지원까지 받으면서 선거운동을 했던 힐러리는 60% 대 38%라는 참패를 당할 것으로는 생각질 않았습니다. 그날 밤 지지자들 앞 연설을 비공개로 하기도 했던 힐러리의 뉴햄프셔 수모는 힐러리 진영에 위기 의식을 주는 충격이었습니다.

    더욱이 뉴햄프셔 투표자의 성향 분석은 힐러리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30대 미만 젊은층의 70%가 샌더스를 지지한 것과 함께, 백인 남성은 물론 백인 여성표에서도
    힐러리가 샌더스에게 뒤졌습니다. 첫 여성 대통령이 된다는 역사성을 강조하면서 여성표를 많이 기대했던 힐러리에게는 더욱 큰 상심을 주는 결과였습니다.
    선거가 임박해 클린턴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냈던 올브라이트가 여성들은 서로 도와야 한다면서 “다른 여성을 돕지않는 여성에게는 지옥에 특별한 자리가 있다”는 발언을 해서 오히려 역풍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 ▲ 왼쪽부터 케이식(아이오와 주지사)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트럼프.(연합뉴스)
  • 아직까지 전국 여론 조사에서는 힐러리가 샌더스를 10%에서 15% 앞서고 있으나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는 거의 확실하게 샌더스의 불길을 잡고 힐러리가 큰 표차로 이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가 힐러리의 방화벽으로 자신하는 것은 클린턴 부부와 끈끈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흑인들 때문입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전체 인구의 30%가 흑인이고, 민주당 지지자의 반 이상이 흑인이기 때문에 흑인의 표심이 민주당 후보를 정하는 결정적 요소입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흑인은 65%가 힐러리를 지지하고 있어 28%의 지지를 받고 있는 (CNN 여론조사) 샌더스를 거의 40% 가량 앞서고 있습니다. 백인표는 샌더스가 약간 우세합니다.

    과거에 오바마와 불편한 감정 관계에 있었던 힐러리는 흑인표를 지키기 위해 연일 오바마 대통령을 찬양하면서 오바마의 과업을 계승할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샌더스가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습니다. 흑인표 결집을 위해 흑인 정치인으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인 존 루이스 하원의원이 앞장서고 흑인 의원들의 주요 단체가 힐러리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샌더스는 제도권 민주당의 지지를 못 얻고 있지만 좌파 운동가 코넬 웨스트를 비롯해 NAACP 대표를 지낸 벤 젤러스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흑인 젊은이들의 상당수가 샌더스 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길에서 담배를 팔다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목을 졸려 사망해 큰 잇슈가 되었던 에릭 가너의 어머니는 힐러리를, 딸은 샌더스를 지지해 흑인표에도 세대차가 생기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 ▲ 미국 대선에 젊은 유권자들의 힘이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연합뉴스)
    ▲ 미국 대선에 젊은 유권자들의 힘이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연합뉴스)
  • 흑인표 덕분으로 사우스 캐롤라이나는 안심하면서도 힐러리를 불안케하는 것은 네바다입니다.
    2월 27일 시행되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예선 보다 일주일 앞서 2월 20일에 실시되는 민주당 네바다 코커스의 서부 방화벽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1개월 전만해도 힐러리가 20%를 앞서고 있어서 마음을 놓았으나 코커스를 며칠 앞두고 지지도가 1%로 좁혀져 예측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네바다 인구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히스패닉은 힐러리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샌더스 쪽으로 옮겨가는 숫자가 늘고 있습니다. 힐러리 진영은 이미 네바다 인구의 대다수가 백인이기 때문에 방화벽이 허물어 질수 있다는 여운을 띄우고 있습니다.
    만약 네바다가 무너지면 일주일 뒤에 있을 사우스 캐롤라이나 흑인표에도 상당히 금이 갈 수가
    있습니다. 
    네바다 코커스와 사우스 캐롤라이나 예선이 끝나면 대세를 가늠하는 3월 1일 수퍼 튜스데이(Super Tuesday)가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