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IS 전쟁

    조광동 /재미 언론인

  • ISIS와의 전쟁에서 가장 용감하게 싸우는 군대가
    이라크의 커디시(Kurdish)입니다.
    이라크의 소수 인종으로 다수 인종으로 부터 차별과 박해를 받아 온 커디시(크루드)는 서방의 모든 국가들이 지상군을 파병할 엄두를 못내고 있는 와중에 거의 유일하게 사막 전투에서 괄목할만한 전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들 커디시가 지난달 미국의 폭격 지원을 받아 이락 북부지역에 있는 신자(Sinjar)를
    15개월 만에 탈환한 뒤ISIS는 인근 지역으로 도주했습니다. 커디시는 승세를 몰아 계속해서
    진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진격을 하지 않았습니다.
    ISIS가 후퇴한 지역이 수니(Sunni)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ISIS와의 전쟁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파리 테러와 샌 버나디노 테러 사건이 있은 뒤 미국 여론은 불안과 분노로 들끓으면서
    강경책을 요구하고, 지상군 파병을 찬성하는 국민 숫자가 압도적으로 증가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극단적인 정치인들이 감정의 북을 두드리면서 여론 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ISIS와의 전쟁은 이라크 전쟁보다 더 힘들고 복잡하고 긴 전쟁입니다.
    전쟁론자들은 당장 지상군 파병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ISIS 전쟁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거나, 아니면 세계 경찰 주의에서 나온 것입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은 ISIS 전쟁터에 지상군을 파병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길 수 없는 전쟁이고, 설사 ISIS를 궤멸시킨다고 해도 더 큰 전쟁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이라크 전쟁을 시작할 때 전쟁 주도자들은 이락의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면 중동 민주화의 교두보가 설치될 것이라고 말했고, 국민들은 여기에 환호했습니다. ISIS는 이락 전쟁의 부산물입니다.

    미국이 이락을 침공했을 때 이락 테러 세력을 조직했던 아부 무사브 알 자카위는 미국의 침공을 “축복의 침략”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미국이나 서방 관계자들은 테러리스트의 허풍으로 무시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10년도 안 되어서 이 말은 무서운 예언이 되었고,
    그가 만들었던 테러 조직은 ISIS의 핵심 세력이 되었습니다.
    ISIS주축은 사람 후세인 밑에 있었던 군대입니다. 그리고 ISIS의 이론적 기초를 만들고 이슬람
    신권 정치의 최고 지도자 칼리프(Caliph)가 된 아부 바크 알 바그다디(Abu Bakr al-Baghdadi)는 부카 테러리스트 수용소의 수감자였습니다. 바그다디는 미국 군대로 부터 성실하고 온건한 모슬렘으로 인정받고 수용소 내에서 모슬렘 강좌를 이끌었으며, 여기서 그는 미래 ISIS 조직의 기초를 만들었습니다.

    ISIS 테러 전쟁이 지상군 파병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은 이 전쟁의 바닥에 이슬람 양대 종파인
    수니(Sunni)와 시아(Shia) 파의 싸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용감한 크루드족이 신자를 탈환한 뒤 ISIS를 계속 추격할 수 없는 것은 ISIS가 주둔한 곳이 수니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군대나 유럽 군대가 시리아에 진주해서 전투에서 승리하고 ISIS를 제거시킨다고 해도,
    거기에 계속 주둔해 있지 않는한 ISIS 암세포는 다시 되살아 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미군이 살상될 것입니다. 시리아의 다수 국민이 수니 사람들이고, 이들은 소수 시아파 알 아사드 정권으로 부터 무자비한 박해와 차별을 받아 왔기 때문에 속마음에 ISIS를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미군이 ISIS를 토벌하는 과정에서 많은 수니파 사람들이 죽게 될 것이고 여기에 대한 반감은 시리아에서 끝나지 않고, 중동 전역 수니 사람들 감정으로 확산될 것입니다. 세계 이슬람의 90% 가까이가 수니 종파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겉으로는 ISIS를 비판하지만, 실제적으로 같은
    수니파인 ISIS를 동정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수니 종파인 ISIS가 야만적이고 잔인하지만 가재는 게 편일 가능성이 큽니다.

    ISIS 전쟁의 핵심은 미국이 앞장 설 수가 없고, 앞장 서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오늘의 ISIS를 불러 온 것처럼, 미국이 앞장서면 ISIS보다 더 큰 ISIS를
    불러 올 것입니다. ISIS는 미국을 유인하고 있습니다. 허세가 아니라 미국이 전쟁터에 들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그들의 광신과 맹신이 있습니다.

    이슬람 전문가들은 이들이 미국을 유인하는 첫 이유는 이슬람 예언자 무하마드의 언행록 하디스에서 종말 전쟁이 벌어진다고 말한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비크와(Dabiq)와 알 아마크(al Amaq)에서 서구 세력과 아마겟돈 전쟁이 벌어진다는 것을 믿는 ISIS는 이 예언을 실현시키기 위해 미국와 유럽의 연합군이 사막으로 들어 와야 하는 것입니다. 이 예언의 실현을 위해 죽는 것이 순교라고 생각할 때 이들은 가장 무서운 무기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맹신을 미국 군대가 이길 수가 없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아랍인들을 자기네 편으로 이끌어 들이는 것입니다.
    미국이 개입해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서방 군대가 중동에 진주해서 ISIS가 아닌 무고한 수니 사람들이 죽게될 때 중동의 여론은 반미, 반 서구로 돌변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시아파인 이라크, 이란, 시리아를 도와 주는 것이 되고, 수니와 시아 전쟁에서 시아파 편을 들게 되는 것입니다.

    ISIS와 전쟁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앞장 서는 것이 아니라 ISIS와 같은 종파인
    수니 군대가 앞장 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니 군대가 앞장 서서 같은 수니 종파이지만, 야만적이고 반문명적인 극단적인 ISIS 수니를 제거할 때 이 전쟁은 이슬람권과 서구권의 전쟁이나, 수니와 시아의 전쟁이 아니라, 종파와 관계없이 야만적인 ISIS를 제거한다는 명분과 공감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이러한 당위론은 실현성이 희박한 실정입니다.
    수니의 대 주주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집트, 터키가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와 이집트는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에 참여하는 입장을 취하지만, 현재까지 시늉만 할 뿐 나서지를 않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독재 왕정, 이집트는 독재 군정을 실시하고 있어서 내부 불만과 저항에 안심할 수가 없고, ISIS 전쟁을 잘못 치르다가 권력 기반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가장 기대를 할 수 있는 국가가 터키입니다. 터키는 군사력이나 용맹으로나 ISIS를 토벌할 수 있는 나라이지만 터키는 인구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커디시(크루드족) 문제가 있습니다.
    ISIS와의 전쟁에서 용맹성을 떨치고 있는 이락의 크루드족과 터키의 크루드족이 연계되어  ISIS를 제거한 뒤 크루드의 분리 독립 문제가 대두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지상군을 파병해서는 안되는 또 다른 이유는 ISIS 전쟁은 얼굴없는 전쟁이 될 수 있습니다. ISIS가 국가 선포를 하고 국가 체제를 갖추어 가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의 야심이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종국적인 목표는 아랍권에 이슬람 신정 국가(Caliphate) 건설이기 때문에 이 실험이 시리아나 이라크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이슬람 국가로 수출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 뉴욕 타임스는 ISIS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궤멸될 것을 대비해서 ISIS 중추 세력이 리비아로 옮겨가고 있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이러한 예측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다른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ISIS 중추 인물들이 리비아로 가는 것은 ISIS 궤멸에 대비한 것이 아니라, ISIS 아이디어를 리비아에 전수하기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현재 무주공산이라고 볼 수 있는 리비아는 ISIS의 또 다른 실험장으로 최적의 장소입니다.

    ISIS는 점령지역에 자치 정부를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성 권력을 와해시킨 다음 ISIS 충성 요원으로 자치 정부를 설치한 후, ISIS 본류는 또 다른 ISIS 실험을 위해 리비아로 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ISIS 요원들에게 권력을 배분하는 실리와 희망을 줄 수 있고, ISIS가 시리아나 이라쿠에서만 중앙집권적인 칼리프 신정 정치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아랍권 전체에 칼리프 체제 씨앗을 뿌리는 거대한 야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야심은 ISIS의 위세를 더 크게 포장해서 이슬람권에 공포와 환상을 심고, ISIS 지원자를 더 많이 모으고, 각 국가에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키우는 토양을 배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나 미국을 비롯해 세계 10여개 국가에 테러를 감행하는 것은 불안 심리로 민심을 교란시키고, 각국의 관심을 테러 대비로 돌리고, 테러 전선을 다양화 시키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ISIS는 세력을 증가시켜 갈지도 모릅니다. ISIS 전쟁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전쟁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