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를 대표하는 효자 예능을 살펴보면 장수한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이다. 각종 자극이 난무하는 시대임에도 KBS는 공영방송다운 안정적인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장기 방영하는 색깔을 띠고 있다. 2015년까지 명맥을 유지하며 시청자들에게 꾸준한 웃음을 전한 반면 신선함의 부재로 아쉬웠던 프로그램들이 있다.


  • ▲ ⓒKBS 방송 캡처
    ▲ ⓒKBS 방송 캡처

    먼저, 공개 방청형 개그 프로그램의 선구자인 ‘개그콘서트’가 있다. ‘개그콘서트’는 지난 1999년 9월 4일부터 장장 16년 동안 주말의 화려한 대미를 장식해 왔다. 아이디어 넘치는 코너들을 통해 지금껏 셀 수도 없는 유행어를 창조해냈음은 물론이고, 예능계를 견인하는 스타들을 끊임없이 배출해낸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올해는 ‘니글니글’이란 코너가 대한민국 다양한 세대를 주름잡았다. 송영길, 이상훈은 충격적인 비주얼과 파격 댄스로 자아도취형 개그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비명과 웃음을 함께 자아냈다.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상훈은 지난 가을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 카메오로 깜짝 등장해 최시원과의 찰떡호흡으로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니글니글’ 외에는 이렇다 할 코너가 유행하지 않아 거시적으로 올해 ‘개그콘서트’는 부진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신인 개그맨들 중 눈에 띄는 스타 개그맨이 배출되지 않은 점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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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방송 캡처

    더 큰 고초를 겪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해피투게더’는 지난 2001년 11월 8일 첫 번째 시즌이 시작돼 시즌3까지 14년을 이어오면서 평일 KBS 프로그램들 중에는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10월 초 패널 박미선과 김신영의 하차와 함께 개편 이후로 ‘해피투게더’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앞서 보인 ‘사우나 토크’ ‘야간매점’과는 달리, 개편을 통해서는 '100물 100답'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코너로 게스트들의 추억이 담긴 물건과 그에 대한 토크가 펼쳐졌다. 의미 있는 시도는 좋았지만, 대형 스튜디오에 산만하게 물건들을 펼쳐놓고 진행하는 탓에 MC들도 게스트들도 토크의 방향을 명확히 잡지 못하는 상황을 낳았다. 


    단 몇 주 만에 컨베이어 벨트를 중심에 놓고 출연진이 둘러앉는 형태로 세트를 변형시켰지만, 시청자들의 시선을 모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자 이제는 MBC ‘라디오스타’와 유사한 ‘라운드 테이블 토크’로 콘셉트를 바꿨다. 결국 스타의 추억을 공유하는 본질을 잃음과 동시에 타 토크쇼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 시청자들에게 씁쓸함을 안기고 있다. 


  • ▲ ⓒKBS 방송 캡처
    ▲ ⓒKBS 방송 캡처

    ‘해피선데이-1박 2일’ 역시 지난 2007년 8월 5일부터 시즌1이 시작돼 시즌3까지 인기를 이어온 장수 프로그램이다. 특히 2013년부터 시작된 시즌3에서는 나영석 PD의 바통을 이어받아 유호진 PD가 새 연출자로 나섰고, 기존 멤버인 차태현, 김종민과 새 멤버 김주혁, 김준호, 데프콘, 정준영이 팀을 꾸렸다. 하지만 지난 6일 방송을 끝으로 김주혁은 “적극적으로 망가지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본업으로 돌아가면서 현재는 5인 체제가 됐다. 


    맏형의 부재로 휘청 일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2015 KBS 연예대상’의 대상 후보로 차태현이 거론되면서 ‘1박 2일’ 프로그램과 멤버들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차태현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삼둥이, '전국 노래자랑' '나를 돌아봐'에서 활약 중인 송해와 함께 대상 후보로 꼽히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한편 위에 언급한 ‘개그콘서트’ ‘해피투게더3’ ‘1박2일’은 ‘불후의 명곡’ ‘슈퍼맨이 돌아왔다’ ‘안녕하세요’와 나란히 ‘2015 KBS 연예대상’의 ‘최고의 프로그램 상’ 후보에 오른 상태다. 해당 프로그램들이 올해 하향곡선을 탔음에도 후보가 된 이유는 긴 세월 동안 꾸준하게 애청자를 확보해 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26일) 오후 9시 15분에 진행되는 ‘2015 KBS 연예대상’에서 KBS의 뚝심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