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 22%에 굴복…사회적 약자 위한 ‘사회보장’ 대폭 축소하고 ‘기본소득제’ 추진
  • ▲ 모든 국민에게 '월급'을 주는 '기본소득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논란이 되었던 소재다. 사진은 2015년 8월 英공영 BBC 방송의 핀란드 기본소득제 관련 보도. ⓒ英BBC 보도화면 캡쳐
    ▲ 모든 국민에게 '월급'을 주는 '기본소득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논란이 되었던 소재다. 사진은 2015년 8월 英공영 BBC 방송의 핀란드 기본소득제 관련 보도. ⓒ英BBC 보도화면 캡쳐

    국내 좌익 진영이 ‘롤 모델’로 삼는 북유럽 국가. 그 가운데서도 대표 격인 핀란드가 매우 파격적인 복지 정책을 추진 중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모든 성인에게 소득에 관계없이 월 800유로(한화 약 100만 원)를 지급하는 ‘국가기본소득제’ 도입을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英텔레그라프 등 외신에 따르면, 핀란드 사회보장연구소가 마련한 ‘국가기본소득제’는 2016년 11월에 시행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CIA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핀란드의 전체 인구는 약 540만 명. 이 가운데 성인은 75% 가량 된다. 즉 400만 명에게 매월 100만 원씩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영국 등 유럽 언론들은 핀란드가 ‘국가기본소득제’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 0%대의 경제성장률, 10%가 넘는 실업률, 특히 22.7%나 되는 청년 실업률과 인구 3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하는 노령화(핀란드 전체의 평균 연령은 40세), 모든 국민들을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 정책’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일부 한국 언론들은 유럽 언론들을 인용, “핀란드 사회보장연구소에 따르면 ‘국가기본소득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근로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하에 논의되고 있다”면서 이 연구소의 여론 조사 결과 응답자의 69%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고 전한다.

    한국 언론들은 또한 “스위스도 ‘국가기본소득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최근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9%가 긍정적으로 답했다”면서 스위스에서도 2016년 11월 국민투표를 통해 ‘국가기본소득제’ 시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여기서 빠진 부분이 있다. 하나는 핀란드의 ‘보편적 복지 정책’ 문제, 다른 하나는 핀란드와 스위스가 처한 상황은 다르다는 점이다.

    핀란드의 세금 비율은 수입의 30%에서 70%에 달한다. 그런데 이렇게 세금을 걷어 자국민 실업자나 사회적 약자 외에 외국인에게도 ‘복지 혜택’을 주고 있다.

    참고로 핀란드 현지 거주자에 따르면,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이 일을 하기 위해, 또는 공부를 하기 위해 핀란드에 간 사람이 성인이고 실업자면 1인당 매월 550유로(한화 70만 3,000원)를, 학생은 매월 450유로(한화 57만 6,000원)를 정부로부터 받는다고 한다. 외국인 실업자는 핀란드에 거주를 시작한 지 3년이 될 때까지 지원해 준다.

    이 정도 금액으로는 핀란드에서 월세를 내고 교통비를 지급하면 한 달에 남는 돈은 약 100유로(한화 12만 원) 남짓이라고 한다. 학생의 경우에는 10만 원도 채 남지 않는다고. 만약 핀란드에서 아르바이트라도 일을 하게 되면 세금을 내야 하는데 실업 수당을 받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복지 정책의 ‘허점’에다 높은 물가, 시급 25유로가 넘어가는 높은 인건비 때문에 기업들은 외자유치가 어려운 것은 물론 자국 기업들도 해외로 일터를 옮기고 있고, 일자리가 부족하고 쓸 돈이 없다 보니 결혼도, 출산율도 최하 수준을 달리고 있다고 한다. 실제 핀란드 가구의 40%가 1인 가구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더한 역차별이 있다. 외국인이나 자국인보다 더 우대를 해주는 것이 바로 ‘난민’이라는 점이다. 핀란드 정부는 난민에게 1인당 매월 850유로(한화 108만 7,700원)를 무기한 지급해 준다. 또한 정부가 각종 사회보장보험료와 TV 등 가전제품과 자동차까지 지원해 준다. 때문에 최근 핀란드에서 출산율 상승에 기여하는 사람들은 이런 ‘난민들’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대우를 받는 ‘난민’들이 핀란드 사회에 동화할 생각이 없이 자신들끼리의 커뮤니티를 갖추고, 핀란드 국민을 대상으로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난민에 의한 범죄가 핀란드 전체 범죄율의 90%를 차지한다”는 주장까지 펼 정도라고 한다.

    이런 극단적 주장을 배제한다고 해도 핀란드 사회에서는 “국민이 난민보다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정서가 팽배해 있다고 한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세금 내면 모두 난민과 빈민에게 돌아가는데 내가 왜 힘들게 일해야 하느냐”는 정서가 팽배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핀란드 사회에서 ‘난민’으로 불리는 외국인과 핀란드 국민에 대한 ‘역차별 정책’으로 인한 갈등이 고조되고, 내수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기존의 복지정책을 전면 축소하는 대신 ‘국가기본소득제’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핀란드 자국민과 ‘합법적’으로 입국한 외국인보다 ‘난민’이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특별한 혜택을 받는 기존의 복지정책을 전면 재수정하는 방안으로 ‘국가기본소득제’를 시행한다는 것이어서 ‘조삼모사’와 다름없다.

  • ▲ '기본소득제' 논란은  스위스 좌우 진영의 반대 속에서도 몇 년째 끌어오고 있다. 사진은 2013년 12월 英공영 BBC 방송의 스위스 기본소득제 관련 보도. ⓒ英BBC 보도화면 캡쳐
    ▲ '기본소득제' 논란은 스위스 좌우 진영의 반대 속에서도 몇 년째 끌어오고 있다. 사진은 2013년 12월 英공영 BBC 방송의 스위스 기본소득제 관련 보도. ⓒ英BBC 보도화면 캡쳐

    한국 언론들이 보도한 스위스의 ‘국가기본소득제’는 핀란드와는 다른 상황에서 시행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스위스에서 ‘국가기본소득제’를 시행하자는 주장은 특이하게도 우파 진영에서 나왔다. 그것도 이미 2년도 더 지난 논쟁거리다.

    스위스 우파 진영이 ‘극단적 복지정책’을 주장하는 이유는 바로 현재 스위스 사회가 처한 구조적 문제에다 기존 복지정책의 비효율성과 세금 누수 때문이라고.

    스위스의 GDP는 2013년 말 기준으로 6,850억 달러. 같은 시기 총 인구는 808만 명에 불과하다. 2014년 말 기준 1인당 GDP는 8만 7,475달러나 된다. 국민소득은 높지만 이와 비례해 높아진 물가에다 저금리 때문에 부채가 증가하면서 현재 스위스의 가계 부채는 6,000억 스위스 프랑(한화 약 709조 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한다. 게다가 심각한 고령화 때문에 노동 인구 비율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스위스 우파 진영은 이처럼 사회구조적 문제가 커지는 데도 정부의 복지예산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인건비와 조직관리 등 부수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크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에 “기존의 복지정책은 인건비와 각종 비용이 더 많이 들고 ‘정부의 비대화’를 초래하니까 차라리 국민들에게 직접 월급을 주자”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국민들에게 지급하겠다는 ‘월급’은 자그마치 2,500 스위스 프랑(한화 약 295만 원)에 달한다. 청소년에게는 625 스위스 프랑(한화 약 73만 6,000원)을 지급하자는 부수 조항도 있다.

    이에 스위스 좌익 진영에서는 “그렇게 하면 복지 시스템이 모두 망가진다”면서 강력히 반대했고, 우익 진영에서는 “국민들의 노동의욕을 떨어뜨리고, ‘무임승차’하려는 외국인들만 들어오도록 부추기게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고 한다.

    이처럼 핀란드와 스위스 모두 ‘국가기본소득제’를 놓고 내부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지만, 이민자와 ‘난민’을 적극 받아들이는 핀란드와 자국민 우선 정책을 취하는 스위스는 정책을 추진하는 기본 취지부터 다르다. 또한 찬성파와 반대파들의 주장 모두 ‘현실’에 근거하고 있다.

    핀란드와 스위스에서 ‘국가기본소득제’에 대한 가장 큰 반대의 벽은 재원이다.

    핀란드에서는 전체 성인에게 매월 800유로를 지급하려면 연간 324억 유로가 필요하다. 이는 연간 GDP 2,391억 7,700만 달러의 13% 수준이다. 핀란드 정부 예산을 놓고 보면 2014년 기준 550억 유로 가운데 58%나 된다.

    스위스 또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스위스 정치권은 물론 언론, 사회 각계에서는 “너무 이상적이며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스위스 경제단체인 ‘이코노미 스위스(Economiesuiss)’는 현실과 조목조목 비교해 반박했다.

    이코노미 스위스 측은 “연간 국고에서 GDP의 25%에 해당하는 1,400억 프랑(한화 165조 278억 원)을 충당해야 하고, 이를 위해 부가세를 현행 6.8%에서 55%로 높여야 하며, 결국 스위스의 GDP는 17%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코노미 스위스’ 측은 또한 “실물경제에서의 악영향 외에도 스위스의 대외인지도 및 경쟁력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국가기본소득제’의 시행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때문에 해외 언론들은 핀란드와 스위스의 ‘실험’을 지켜보면서도 실제로 제도를 시행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 ▲ 그런데 한국에서도 '기본소득제'를 실시하자는 주장이 있다. 사진은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의 한국 지부 소개. 2016년 한국에서 총회를 열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 소개 페이지 캡쳐.
    ▲ 그런데 한국에서도 '기본소득제'를 실시하자는 주장이 있다. 사진은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의 한국 지부 소개. 2016년 한국에서 총회를 열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 소개 페이지 캡쳐.

    한편 ‘북유럽 복지제도’를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먼 나라’ 한국에서는 이 ‘국가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슬그머니 펴고 있다. 물론 좌익 진영에서 나오는 소리다.

    현재 한국에는 ‘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라는 단체가 있다. 경기 고양시에 사무실이 있는 단체로 ‘세계 기본소득제 네트워크’의 한국 지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들의 주장은 국내 좌익 성향 매체나 단체들이 ‘국가기본소득제’를 지지하고 선전하면서 더 알려졌다. 청년실업이니 ‘헬조선’이니 하는 표현이 나도는 한국 사회에서는 ‘국가기본소득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곁들인다.

    그런데 국내 좌익 성향 매체나 단체들의 주장에는 ‘현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재원 마련의 경우에도 ‘공동체를 통한 공유재산으로 마련한다’는 주장을 편다.

    일단 ‘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에서 말하는 ‘국가기본소득제’ 금액은 핀란드나 스위스에 비해 많이 적은 연간 360만 원이다. 그런데 이를 위한 재원 181조 5,000억 원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세금 더 걷기’를 제안하고 있다.

    우선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 27조 1,000억 원, 배당 및 이사소득 종합과세 15조 원, 증권양도소득 종합과세 30조 원을 추가로 징수하고, 공시지가의 1%를 ‘토지세’라는 명목으로 신설해 39조 원을 징수하고, ‘생태세’ 40조 원, 지하경제 과세 20조원, 기본 사회복지 지출 전환금 13조 1,000억 원 등을 국민들로부터 더 걷자는 주장을 한다.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는 이러한 세금 신설이 국민들의 저항을 어느 정도 받을지에 대해서는 별 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인구 500만의 핀란드조차 “기존 복지 지원을 대부분 없애고 기본소득제를 추진하자”는 마당에 인구 5,000만이 넘는 한국에서 “세금을 더 걷어 ‘보편적 복지’를 하자”는 주장이 과연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