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어도 순시 경비함정, 3천톤급에서 5천톤급으로 '업그레이드'
  • ▲ 3일 오후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에서 불법조업 중국어선 나포작전을 벌이다 순직한 고 이청호 경사의 이름을 딴 5000t급 경비함 이청호함(5002함) 진수식이 열리고 있다 . ⓒ 뉴시스
    ▲ 3일 오후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에서 불법조업 중국어선 나포작전을 벌이다 순직한 고 이청호 경사의 이름을 딴 5000t급 경비함 이청호함(5002함) 진수식이 열리고 있다 . ⓒ 뉴시스


    정부가 불법조업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5,000톤 급 경비함정 ‘이청호함’을 서귀포에 배치했다. 이청호함은 해양과학기지가 있는 ‘이어도’의 인근 해역까지 순시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최근 중국이 우리나라와의 EEZ 획정 문제를 두고, 이어도를 자국에 편입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우리정부도 제주해군기지 완공과 더불어 해경 경비함정 전력 보강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 이청호함의 서귀포 배치도 적지않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3일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최신예 5,000톤 급 대형 경비함정 ‘이청호함(5002함)’을 진수했다. 

    이청호함은 현재 동해에 배치돼 있는 ‘삼봉호’에 이은 두 번째 5,000톤 급 경비함정으로, 해경본부 보유함정 중 최대크기를 자랑한다.

    함정 제원을 살펴보면, 길이는 삼봉호보다 4m 긴 150m, 최대속력은 시속 26노트(약 48km/h)다. 아울러 별도의 유류수급이 없어도 하와이까지 왕복이 가능한 거리인 9,000마일(약 16,700km)을 연속항해할 수 있다.

    아울러 시속 35노트(약 65km/h) 이상으로 고속운항이 가능한 고속단정 2대를 탑재해 불법조업 어선 단속에 필요한 기동력을 확보하고, 무장도 기존 3,000톤 급 함정에 장착된 40mm, 20mm 포(각 1문씩)에 사거리와 파괴력이 월등한 76mm 함포를 추가탑재하는 등 대폭 강화됐다. 해군으로 치면 해경의 이지스 함으로 불릴만하다.

    정부가 2012년부터 약 785억원의 예산을 들여 약 4년만에 완성한 이청호함은 지난 2011년 12월 12일 서해상에서 불법조업 외국어선을 단속하던 과정에서 순직한 故이청호 경사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당시 정부는 故이청호 경사의 순직을 계기로 단속역량 확충 필요성을 절감하고, 정부합동 ‘불법조업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5,000톤 급 함정을 도입키로 결정했다.

  • ▲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 뉴시스
    ▲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 뉴시스


    불법조업 근절 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5,000톤 급 1척(이청호함)을 내년 4월 서귀포에 배치하고, 3,000톤급 3013함과 3015함을 각각 군산과 목포에 배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로써 해경본부는 5,000톤급 2척과 3,000톤급 13척, 1,500톤급 12척, 1,000톤급 9척 등 총 36척의 대형함정을 보유하게 된다. 

    정부가 불법조업어선단속 강화를 명분으로 5,000톤 급 경비함정을 서귀포에 배치한 것은 최근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어도’와 한ㆍ중 베타적경제수역(EEZ)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어도는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km에 위치한 수중암초다. 중국 퉁다오 섬과는 247km 떨어져 있다. 우리나라는 이어도를 1951년 국토규명사업 과정에서 처음 확인했고, 2003년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하면서부터 실효적으로 지배해오고 있다. 다만 이어도는 암초이기 때문에 국제법상 ‘영토’로 볼 수 없다. 한ㆍ중 양국도 이어도를 ‘영유권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한·중 간 EEZ 획정 문제에 포함되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EEZ 획정과 관련, 유엔해양법 협약을 보면, 각국은 연안에서 200해리(약 370㎞)까지 EEZ를 설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어도는 우리측 EEZ에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이어도와 그 주변해역을 자신들의 것이라며 집착하는 이유는 ‘중화사상’적 국가 가치관, 미국과의 해양패권 경쟁 등이 걸려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해안선의 길이와 인구 등을 감안할 때, 자신들이 더 넓은 EEZ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다시말해, 제주도와 마라도는 본토와 멀고 인구가 적지만, 중국 동부해안은 대도시가 밀집해 있어 인구가 많은 만큼, 대국인 중국이 당연히 더 넓은 바다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한 아시아ㆍ태평양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남중국해에 이은 동중국해 장악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 ▲ ▲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 시범 입항하는 서애류성룡함.ⓒ해군
    ▲ ▲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 시범 입항하는 서애류성룡함.ⓒ해군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중국 관공선이 이어도 인근 해역에 나타나는 횟수도 크게 늘고 있다. 중국이 이어도 부근에 보내는 경비함정은 3,000톤 급이다.

    중국이 지난 2013년 해경국을 신설하고, 대형함정을 건조하면서부터, 중국측 관공선이 이어도 인근에 출현하는 횟수가 늘었다.

    해경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관공선이 이어도 부근에 출현한 횟수는 8번이었지만, 올해는 12월 현재까지 총 15회나 출현했다. 지난해에 비해 두 배 늘어난 수치다.

    우리 해군은 내년 초 제주해군기지 완공을 앞두고 지난 1일 제주해군기지의 경계와 군수지원 등을 담당하는 제주기지전대를 창설한데 이어, 부산 7기동전단과 진해 잠수함전대 등을 제주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제주해군기지가 가동된다면, 해군 함정이 단 4시간만에 이어도에 도달할 수 있다. 기존에는 부산에서 출항한 함정이 이어도까지 9시간이 걸렸다. 잠수함 작전 역시, 심해로 연결되는 제주 인근 바다 환경으로 인해 여건이 크게 개선된다.

    한편, 해경본부는 이청호함 배치에 이어, 대형 경비함정을 추가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본부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장기적 계획으로 1,000톤급 이상 대형함정을 보강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착수 연도와 예산 등은 기재부와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중국의 해양패권 장악을 견제하기 위해 우리 해군이 남해 해군 전력 증강에 나섰지만, 실질적으로 이어도 주변 해역을 관리하는 것은 해경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이청호함의 서귀포 배치는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