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北核 문제 분명한 목소리 내야" 6자회담 재개 위한 여건 조성 당부
  • ▲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각) 제18차 ASEAN+3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각) 제18차 ASEAN+3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남중국해 갈등 사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또 다시 신경전을 벌였다.

    22일(현지 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EAS 회의에서 중국을 겨냥, 남중국해에서 인공섬 건설과 군사 시설화의 중단을 촉구했다고 교도통신이 일본 고위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아베 총리는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인공섬 건설 등이 일방적이고 국제법에도 근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도 아베 총리와 공조해 남중국해 영유권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미-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국가들이 분쟁해역 매립-건설-군사 시설화를 중단해야 한다며 항행의 자유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8∼19일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이런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당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라며 오바마 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기존의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모든 관련 당사국들은 남중국해 행동선언(DOC)의 문언과 정신, 그리고 비군사화 공약들을 준수함으로써 평화-안정 증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분쟁은 관련 합의와 국제적으로 확립된 행동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남중국해는 전 세계 에너지 교역량의 3분의 1 이상이 통과하는 주요 해상교통로이며, 한국의 경우도 원유수입량의 90%, 수출입 물동량의 30% 이상이 이 항로를 이용하고 있어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은 한국에게도 이해관계가 큰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주장은 미-중(美中)의 무력 충돌을 막고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중립적인 원칙론에 가깝다. 국제규범을 거듭 강조한 것도 난사(南沙)군도 내 인공섬 건설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맞서는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정상회의에 참석한 대다수의 정상들은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며,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동아시아 지역이 여전히 전통적인 지역안보 이슈로 인해 과거 어느 때보다 엄중한 안보환경에 처해 있다"고 언급했다. 북핵(北核) 문제를 동아시아 지역 내 주요 이슈로 부각시키기 위한 포석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능력 고도화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문제 해결 없이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그 해결을 위해 EAS 회원국들이 한 목소리로 분명한 대북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 정착 및 평화통일 환경조성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여타 EAS 회원국 정상들도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 조성 노력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아세안과 한-중-일 정상들은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제안한 제2차 동아시아 비전그룹(EAVG Ⅱ) 후속조치 최종보고서를 채택했다. EAVG Ⅱ 는 2020년까지 동아시아 공동체 설립을 위한 장기비전을 담고 있다. 59개의 권고사항을 제시했으며, 이 중 21개 핵심 권고사항에 대해서는 액션플랜(행동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정상들은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25와 함께 이번 회의에서 EAVG Ⅱ 후속조치 최종보고서가 채택됨에 따라 동아시아 공동체 건설을 위한 큰 동력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것에 사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