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이 온다... 다시 ‘궁민의 군대’를 본다.
    우리는 항상 그들 곁에 함께 있어야 한다!

    이덕기 / 자유기고가



  • 늦가을의 스산함이나 「잊혀진 계절」 노랫가락의 낭만과는 달리,
    10월의 마지막 날부터 2박 3일 간 서울에서는 불꽃 튀는 외교 전투(戰鬪)가 진행 중이다.
    동북아(東北亞) 3국 정상회의가 연쇄적으로 열리고 있다.
    역내(域內)의 평화와 협력 증진을 전면에 내걸고 있지만,
    속내는 미국까지 깊숙이 발을 들여논, 동북아와 태평양 패권(覇權)을 둘러싼
    외교 전쟁(戰爭)의 일환이다.
    이 외교 전쟁의 승패(勝敗)가 하루 아침에 갈리지는 않겠지만,
    ‘낀 나라’ 처지인 우리는 생존과 번영, 그리고 자유통일까지 걸린
    사활적(死活的) 싸움 속에서 긴장을 한시도 늦출 수가 없다.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1875년) 운양호(雲揚號)라는 왜놈의 군함(軍艦) ‘딱 한 척’에
    무릎을 꿇었던 군대가 있었다. 근대식 군함의 함포(艦砲)에 맞서 낡고 늙어빠진 대포와 소총으로 허둥댔을 조선(朝鮮) 병사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그 치욕을 당하고서도 약 20년을 허송 세월한 후(1894년), 우리의 선대(先代)는
    자기 나라를 삼키려는 외세(外勢)에게 자기 땅을 전쟁(청일전쟁)터로 넘겨주었다.
    그 전쟁에서 왜놈 군대에게 대패(大敗)한 뛔놈의 군대가 어떠했는가?
    19세기판 총체적인 방산(防産) 비리-일례로 화약(火藥) 대신 진흙과 모래를 집어넣은
    포탄(砲彈)-로 얼룩진 군대가 전투에서 어찌 되는가를 보여준 대표적인 전쟁으로 남았다.

    그리고 동북아 세 나라의 운명이 바뀐다.
    그 전쟁이 끝나고 다시 10년, 조선이란 나라는 지구상에서 사라지기 시작한다.

    아직 원고를 쓸 잉크조차 준비되지 않은 ‘국정 역사 교과서’를 두고
    “친일·독재 미화”만을 앵무새처럼 지저귀는 ‘너의 섬(島)’의 새(鳥)떼들은
    이런 참담했던 사실(史實)을 한 번쯤 돌아보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한국형 전투기(KF-X)와 관련, 대미(對美) 의존만을 전제로 정치 공방을 벌이는
    새(鳥)떼들과 군(軍) 수뇌부하고는...
    백 수십 년 전의 찌질했던 선대(先代)와 지금의 우리가 무엇이 다른가.

    번듯한 한국형 전투기를 우리 손으로 최단기간 내에 만들어낼
    비상한 방법과 수단을 강구할 수는 과연 없는가?
    그간 연이어 터졌던 방산(防産) 비리에 대해 정부가 지난해부터 준비한
    ‘방위사업 비리 척결 종합 대책’도 실효성(實效性)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마음이 무겁다.


  • 엊그제 가슴 한켠에 치미는 울분과 함께, 안도(安堵)와 대견함으로 지켜본 영상(映像)이 있다. 지난 8월 4일 북녘의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하사가 의족(義足)을 차고 걸음을 내딛는 모습이다. 사고 발생 3개월 만에, 의족(義足)을 착용한지 2주만에 지지대 없이 두 발로
    ‘성큼성큼’ 걸었다. 찐한 동료애와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군인정신을 실천했던 그는
    아주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전선(戰線)에 우뚝 설 것이다.

    북녘의 목함지뢰 도발(挑發)부터 ‘8·25 남북합의’를 거치면서
    우리는 ‘궁민(窮民)의 군대’가 갖고 있는 저력(底力)을 보았다.
    위기의 상황에서 빛난 젊은 간부(장교/부사관)와 병사들의 조국애(祖國愛)와 결기·열정은
    찬사(讚辭)를 받아 마땅하다. 아마도 이런 저력이 대한민국 건국-호국-중흥과
    자유민주주의 발전의 원동력이자 큰 울타리였다고 믿는다.
    결국 군(軍) 수뇌부와 고급 지휘관들의 긴장 및 책임감 부재(不在)와
    체질화되어 가는 좌고우면(左顧右眄)이 언제나 큰 문제였다는 지적이 대두되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나 지금이나 북녘의 도발이나 나라의 여러 어려움으로 이른바 ‘안보 정국’이 조성되면,
    반드시 ‘궁민(窮民)의 군대’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입지를 높이거나, 인기와 표(票)를 얻으려고
    아주 저질의 행태를 보이는 개인과 세력들이 있다.

    평소 군대는 무식(無識)한 집단, 반(反)민주·반(反)인권 보수꼴통의 대명사(代名詞)로
    비하(卑下)하고, 우습게 보다가도 일이 벌어지면 득달같이 군부대를 방문하거나
    군 지휘관을 찾는 이중성(二重性)을 보여 왔다.

    심지어 북녘 세습독재의 한반도 적화(赤化) 노림수인 ‘낮은 단계 연방제’가
    평소의 소신(所信)이거나, ‘궁민(窮民)의 군대’가 북녘의 도발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중에도 “우리 군도 북한이 더이상 도발하지 못하도록 해야하지만 한편으로
    신중하고 절제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식의 모호한 어법(語法)으로 힘을 빼곤 하면서 말이다.

      = 18일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김대중 전 대통령(DJ) 3주기 추도식에는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이 모두 참석해 DJ 정신 계승과 정권교체를 다짐했다. 문재인 의원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정권교체를 통해 다음 정부 때 반드시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 <2012년 8월 20일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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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부대에 가서는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채 얼룩무늬 전투복을 걸치고 탱크에 기어올라가질
    않나, 장병들과 파이팅을 외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안보와 애군(愛軍)의 화신(化身)’이나 되는 양...
    더욱 가관인 것은 자신의 정치 쇼에 군 지휘관도 서슴없이 불러낸다는 거다.

    “(내)사람 중심의 서울”을 부르짖더니 최근에는 “나는 너를 서울한다(I. SEOUL. U)”라는
    무슨 동성애(同性愛) 짓거리 냄새가 나는 브랜드를 내놓으신 시장님이 계시다.



  • 지난 여름 ‘낙타 고뿔’이 말썽을 부릴 즈음, 호들갑을 떨며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
    번쩍이는 별을 셋이나 얹은 군 지휘관을 불러냈다.
    위세(威勢)를 과시하기 위해서 일 게다.
    허긴 그런 장소에 자기 부하도 아닌 군 지휘관을 불러내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부른다고 덜렁 쫓아나가는 군 지휘관은 어깨에 별을 삼십개 달았어도
    ‘대한민국 궁민(窮民)의 군대’ 장수(將帥) 자격이 없다.

    첨언하자면, 이 시장님은 대(代)를 이어 병역 문제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는데,
    평소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 천막은 되고 태극기는 안 된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계시다고 한다.

    결단코 ‘대한민국 궁민(窮民)의 군대’는 나라 곳간이나 털어먹는
    ‘너의 섬(島)’ 새(鳥)떼들과 요상한 재주(?)·화술(話術)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잔나비(猿) 등의 놀이마당이나 쇼 무대(舞臺)가 아니다.
    태극기가 부착된 얼룩무늬 전투복은 개인 쇼 의상(衣裳)이 아니며,
    궁민(窮民)들의 혈세(血稅)로 구입한 군의 무기·장비는
    쇼 무대의 소도구(小道具)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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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선(戰線)은 이미 한 겨울에 들어섰다.
    최전방은 영하(零下)의 날씨다. NLL(북방한계선)의 바다 바람은 살을 도려낼 듯 차갑다.
    전투 비행장 활주로는 아침 저녁으로 한기(寒氣)를 뿜는다.
    지금도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삭풍(朔風)을 이겨내며
    조국을 지키는 우리의 젊은 아들딸들이 있다.

    그들이 대한민국의 궁민(窮民)과 영토를 목숨 걸고 수호하기 위해서는
    조국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믿음과 자부심을 심어 주어야 한다.
    우리의 아들딸들이 어려서부터 반(反)대한민국·반(反)자유민주주의를 배운다고
    가정(假定)해 보라. 또한 그들에게 균형 잡힌 다양한 지식과 사고를 심어준다는 미명(美名) 하에,
    대한민국과 좃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지나온 길을 양비론(兩非論)의 관점에서 가르친다면...

    역사를 업(業)으로 한다는 ‘많이 배운 분들’, 사기(史記)꾼들에게 물어보자.
    과연 어떤 것이 대한민국의 아들딸을 가르치는 역사 교육의 본질(本質)이어야 하는가?

    날씨가 추워지면서 위문이나 시찰을 내세워 전·후방(前·後方) 군부대를 찾는 발길이
    잦아질 것이다. 겨울 바람을 어머님의 숨결로 받아 안으며 조국을 지키는 우리의 청춘들을
    더욱 많은 궁민(窮民)들이 찾아야 한다.



  • 허나 제발 자기 과시(誇示)와 정치 목적의 쇼는 하지말자.
    그들이 바라는 것은 위문품(慰問品)을 쌓아 놓고 사진이나 찍는게 아닐 것이다.
    그들이 왜 전선(戰線)에 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궁민(窮民)들이 늘 상 잊지 않고 있음을 가슴으로 느끼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사기(史記)꾼들도 전선(戰線)의 장병들을 한 번 찾아볼 것을 권한다.

    물론 국군통수권자께서도 이번 외교 전투를 잘 마무리하시고,
    빠른 시일 내에 최전방을 꼭 찾아 따뜻한 가슴으로 우리의 청춘들을 안아줄 거라고 믿는다.

    작년 이맘 때 TV 방송국에 부탁했었다. 다시 한 번 청한다.
    인민의 고혈(膏血)을 빨아 제 살조차 주체하지 못하는 어린 ‘최고 돈엄(豚嚴)’의 피양 날씨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우리 아들딸들의 희생과 봉사와 헌신과 열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도록 조국을 지키는 현장, 향로봉·가칠봉·적근산 등 전방 고지(高地)와 동서(東西) NLL 바다의
    날씨·기온들을 궁민(窮民)들에게 알려주길 바란다,
    겨울철만이라도...

    두 달을 한 장에 박은 달력이 달랑 한 장만 남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국방부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더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