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특종: 량첸살인기’ 조정석 “이미숙 너무 섹시해”...‘어떡하지 나?’

배우 조정석이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에 놓였다.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감독 노덕)에서 허무혁 기자로 변신한 그는 일생일대의 특종을 낚은 줄 알았지만 그것이 오보임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사상초유의 실수를 저지른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게다가 어찌된 영문인지 그가 낸 오보대로 살인사건이 일어나기까지 해 허무혁은 패닉에 빠진다. 최근 뉴데일리스타와 만난 조정석은 ‘특종’ 개봉을 앞두고 사뭇 긴장한듯한 배우의 ‘관상’을 띄고 있었다.

“이번에 ‘허무혁’을 연기하면서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의성 선배님이 ‘허무혁은 멘탈 슬랩스틱이라서 너한테 적격이야’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웃음) 무혁의 감정선이 꽤 복잡해서 그걸 잘 전달하려 노력했어요. 긴박감을 최고조로 만들기 위해 가장 신경 썼죠."

때문에 이전까지는 잘 챙겨보지 않았던 뉴스를 많이 챙겨보게 됐다는 조정석. 뉴스를 통해 앵커들 특유의 악센트를 집중 연습했다고. 앞서 2004년부터 ‘호두까기 인형’ ‘그리스’ ‘헤드윅’ 등의 걸출한 작품 안에서 ‘뮤지컬 배우’ 조정석으로 더 유명했던 그는 몸에 배어있는 남다른 발성법 덕분에 기자의 단면을 보여주는 리포팅 장면에서 명확한 기자의 말투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영화 속 동료들, 국장 등과의 ‘케미’도 곁다리로 눈여겨 볼만하다. 이들의 연기조합은 특히 ‘슬랩스틱’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일촉즉발 긴장의 연속인 상황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발산되는 그들의 조합은 쫄깃하게 느껴질 정도로 기가 막혀 관객들로부터 웃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이하나 씨 등 제 또래 배우들이 많아서 현장 분위기가 너무 편하고 즐거웠어요. 또 이미숙 선배님을 비롯해 다른 여러 선배들과 이전에 함께 작품을 한 적이 있어서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특히 성우 형이랑은 공연을 함께 했고, 대명 씨 역시 공연 할 때부터 친구였고, 이미숙 선배님과는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을 같이 했죠. 이미숙 선배님과는 드라마와 영화 두 장르에서 만나게 됐는데 그 분의 각 장르에 맞게 프로패셔널한 연기를 펼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드라마나 영화나 같은 카메라 앵글에서 연기를 하는 거지만 분명 약간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미숙 선배님은 그런 걸 정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연기하셔서 감탄했어요."

허무혁의 특종을 독려하는 백국장(이미숙)은 남다른 카리스마로 ‘특종’ 속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다. 보통의 아저씨 국장들과는 다른 뛰어난 패션 감각을 지닌, 쉽게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 냉철하고도 침착한 여자 국장이다. 국장 역할을 여자가 한다는 노덕 감독의 유니크한 아이디어에 감탄하면서 조정석은 백국장에 대해 연거푸 섹시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노덕 감독님과 이번에 처음 함께 촬영하면서는 궁합이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노덕 감독님은 디테일하고 섬세하면서도 호탕하고 화끈한 면을 지닌 양날의 검을 가진 분 같아요. 참신한 연출가이기도 하고 인간적으로도 매력적이세요. 특히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할까’라고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 있죠. 허당 매력도 있고 귀여우신 분이에요. 다음 작품도 완전 하고 싶죠.(웃음)"

‘연애의 온도’(2013)로 연인들의 이별 후 공감 100%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린 노덕 감독은 이 작품 하나로 꽤 많은 팬을 보유하게 됐다. ‘노덕 감독’이라는 말이 나올 때 십중팔구는 반색의 반응을 얻고 있는 그는 이번 영화에서 조정석이라는 팬 한 명을 추가하게 됐다. 노덕 감독은 ‘특종’을 통해 카체이싱, 난투극 등 스릴감 넘치는 과격 액션신도 완벽하게 선보여 다양한 장르를 요리할 줄 아는 전천후 연출가임을 증명했다.

"김대명 씨와 체력전에서는 진짜 힘들었어요. 그야말로 막 싸움이었죠. 둔탁해 보이도록 하면서 일반인들의 싸움이니까 멋지게 싸우면 안됐기 때문에 어떻게 다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액션 신을 촬영했어요. 3, 4일 정도 걸려서 힘들게 촬영했는데 노덕 감독님께서 액션 장면이 잘 나온 것 같아 다행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 사실 팔 근육을 다쳐서 주사를 맞고 오기도 했어요."

기자를 연기하며 연신 놀라고, 뛰고, 몸싸움까지 벌이는 고된 촬영을 한 조정석은 그래도 영화가 만족스럽게나왔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허무혁의 허술한 면을 조정석의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한 연기로 커버하는 순간 이 영화의 톤이 강조되며 ‘특종’은 유일무이한 ‘조정석표 영화’로 거듭난다. 최근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을 통해 순풍을 타고 있는 조정석은 안주보다는 자신의 태그가 달린 작품들을 다양한 형태로 생산해내길 원하고 있었다.

"’사’자가 들어간 직업들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변호사, 검사, 의사도 좋고 세무사, 재무 관리사도 재밌을 것 같아요. 유니크 하잖아요.(웃음) 의사는 성형외과 의사면 좋겠어요. 백수도 해보고 싶고… 일단 독특한 소재나 유니크한 것에 눈과 귀가 가더라고요. 심오한 정극도 탐나지만 제 취향은 독특한 거에 더 쏠리는 것 같아요."
 

"작년 ‘블러드 브라더스’를 하고서 올해는 스케줄이 안됐지만 내년에도 뮤지컬 한 작품을 하고 싶어요. 아직 정해진 작품은 없지만 무대를 그리워하는 팬 분들을 위해 ‘매년 한 작품씩은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좋은 작품을 만나면 바로 달려들 생각이에요. 뮤지컬은 라이브의 매력이 바로 느껴져서 같이 즐길 수 있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대중성 강한 드라마나 영화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뮤지컬에는 손을 놓을 수도 있을 법한데 조정석은 변함 없다. 자신의 취향을 저격하는 장르들이 곧 팬들의 취향도 저격하는가 보다. 그의 초심을 유지하는 자세에 본 취재기자는 새삼 감탄을 하게 됐다.

"영화나 드라마 작품 속에서 작품의 재미를 끌어내는 역할이면 특정 인물을 도와주는 매개체라도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장르를 떠나서 쓰임새가 많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을까? 나도 새롭게 다가갈 수 있을까?’라며 항상 열심히 연구를 해보려 해요. 100프로 그 인물이 되지는 못할지라도 최대한 되려고 노력하죠. 언젠가 말도 안 되게 ‘저건 조정석 아니야’라고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죽을 때까지 한 번 이라도 오면 정말 행복하겠죠. 영화 ‘철의 여인’에서 메릴 스트립을 보며 그런 걸 느낀 적이 있어요. 놀랐고 소름끼쳤고 존경스럽고 경외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무섭더라고요."

이 시대에 태어나 이런 영화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조정석은 진정 연기의 매력에 흠뻑 취한 ‘배우’였다. 꽤 많은 작품들을 연기해왔지만 이번 ‘특종: 량첸살인기’ 개봉을 앞두고 그는 떨리기도 하고 ‘잘 되겠지’라며 마음을 놓다가도 이내 다시 걱정하며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 상태라고. 그도 그럴 것이 영화로는 첫 단독 주연을 맡았으니 부담감이 오죽하랴. 조정석에게도 ‘특종’인 이 영화는 관객 여론의 얼마나 큰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분명한 건, 감독 노덕에 주연 조정석이라는 사실이 오보가 아니라는 점이다. 2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