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반대한 서울시 열린광장심의위, 위원 구성 좌편향성 논란도
  • 국가보훈처가 결정한 광화문광장 대형 태극기 게양대 가상 디자인 모습. ⓒ국가보훈처
    ▲ 국가보훈처가 결정한 광화문광장 대형 태극기 게양대 가상 디자인 모습. ⓒ국가보훈처


    국가보훈처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 설치계획에 서울시가 난색을 표해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1년 이상 불법 점거 중인 ‘세월호 떼천막’은 방치한 채, 태극기 게양대 설치는 반대하고 있어, 서울시의 이중잣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보훈처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1월 서울 광화문광장에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총리실 산하 기관인 '광복 7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로부터 사업계획을 승인받은 보훈처는, 광화문광장 사용 여부 결정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에 업무협약(MOU)을 제안하며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보훈처의 제안에 서울시는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이후 지난 6월 2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위한 업무협약를 맺으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보훈처와 서울시는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위한 사업추진단을 구성하고, 6월 16일부터 7월 22일까지 국민들의 의견을 참고해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확정했다.

    하지만 순조로운 모습을 보였던 사업은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던 서울시가 태도를 바꾸면서,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 산하 안전(기술)·디자인 자문위원회와 조형물심의위원회는 지난 7월 해당 사업계획에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특히 광화문광장 사용 여부를 심의하는 열린광장시민위원회가 지난달 11일 사업계획에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사업은 무산 위기에 처했다.

    광복절 당일 주요인사와 국민대표를 초청해 태극기 게양식을 개최하겠다는 보훈처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 게양된 태극기의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게양된 태극기의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광화문광장에 추진 중인 태극기 게양대 설치사업이 서울시의 반대로 무산될 처지에 처해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비난에 서울시는 해명자료를 내고, 사업 무산의 책임을 보훈처에게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반대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사업이 늦어진 것은 보훈처 및 정부 내부의 결정과정이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는 “보훈처 주관 자문위원회의 결정 지연이 사업 무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8월 15일 광복절까지 (태극기 게양대가) 설치되지 못한 것은 보훈처 주관 자문위원회가 1개월 가량 진행되며, 광복절 1개월 전까지도 계획이 확정되지 않는 등 제반 절차가 늦어졌기 때문.”

    정부의 사업 결정과 보훈처의 예산 확보가 늦어진 것도 광복절에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 광화문광장을 1년 넘도록 점거하고 있는 세월호 천막 모습.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 광화문광장을 1년 넘도록 점거하고 있는 세월호 천막 모습.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그러나 보훈처는 서울시의 해명을 정면에서 부인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보훈처 주관 자문위원회가 늑장을 부렸다는 서울시의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서울시가 말하는 보훈처 자문위원회는 보훈처 단독으로 진행하는 위원회가 아닌 서울시와 보훈처에서 추천한 동일한 숫자의 전문가들이 모인 위원회"라며, ”보훈처의 늑장으로 광복절에 태극기 게양대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서울시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보훈처의 예산 확보가 늦어졌다는 서울시 해명은 엉터리”라고 강조하면서, “태극기 게양대에 사용될 4억원의 예산은 이미 6월12일 정부로부터 확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두고 서울시와 보훈처가 각각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반대한 서울시 열린광장시민위원회의 정치적 성향을 지적하는 견해도 고개를 들고 있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열린광장시민위원회가 지난 2012년에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들을 기리는 의미로 보훈처가 계획한 ‘호국보훈의 불꽃’ 건립을 반대했던 사실을 예로 들면서, “심의위 위원 9명 중 5명은 박원순 시장과 성향이 유사한 정치색채를 보유한 시민단체 인사로 구성됐는데, 위원들의 좌편향적인 정치성향이 반영돼 (태극기 게양대 설치 반대를) 결정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단체 인사로 구성된 열린광장시민위원회 회의에서 9명의 위원 중 6명이 투표한 결과 모두 게양대 설치안에 반대했다”고 재반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위원들은 광화문광장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시민들의 이용 편의를 위해 (광장은) 비어 있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 세월호 천막이 광장을 불법 점거하기 시작한 2014년 7월 14일 이전의 광화문광장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세월호 천막이 광장을 불법 점거하기 시작한 2014년 7월 14일 이전의 광화문광장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열린광장시민위원회’는 허재완 위원장(중앙대 교수), 김숙경 부위원장(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조숙현 변호사(법무법인 한결), 박신의 교수(경희대), 강희영 (사)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김전승 (사)흥사단 사무총장, 이현찬 서울시의원, 김인호 서울시의원, 강태웅 서울시 행정국장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시가 해명을 내놨지만, 이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시민들의 이용 편의를 위해 광장을 비워둬야 한다’는 것이 태극기 게양대 설치 반대의 주요 이유라면, 무려 1년이 넘게 광장 상당부분을 점거하고 있는 ‘세월호 떼천막’을 방치하고 있는 서울시의 태도는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와 시민위원회가 시민들 편의를 이유로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반대하는데, 세월호 천막은 시민들 이용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광화문광장의 자유로운 사용권을 주장하는 서울시가 세월호 천막보다 공간을 훨씬 덜 차지하는 태극기 게양대 설치에만 유독 부정적인 이유를 모르겠다”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서울시와 보훈처의 태극기 게양대를 둘러싼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만 광화문광장에 태극기를 게양하거나, 광장에서 50m 떨어진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 내년 8월까지 태극기를 게양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반해, 보훈처는 수도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광장의 상징성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수정 제안에 보훈처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고작 몇 개월간 태극기를 게양하기 위해 보훈처장과 서울시장이 만나 업무협약을 맺은 것인지 허무하다”며, “태극기 게양대가 상시 설치돼 광화문광장이 나라사랑의 상징적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관광 자원으로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