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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6년 10월 대구폭동이 시작된 노동절 행사
첫 번째 기적은 건국이다.
해방 후 남한 지역은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었다. 정국의 기선을 장악한 좌익세력이 북한의 좌익세력 및 소련군과 협조하여 남한을 공산화하려 했고, 공산화를 막으려는 우익세력은 분열되어 있었다. 민중은 자유민주주의의 좋은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한을 점령통치하는 미국은 남한의 전략적 가치를 저평가한 데 더하여 우익세력의 정치역량을 저평가하여 남한에서 독립국가가 건립되어도 머지않은 장래에 공산화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 아래 남한에 대한 정책을 수립 실천했다.
뿐만 아니라 미군정의 경제정책 실정으로 경제난이 심각했다. 이런 환경에서 남한 땅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국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승만이라는 경륜과 능력과 고집을 겸비한 지도자의 끈질긴 자유국가 건국노력과, 미국 정계의 반공분위기 강화로 인해 자유민주주의체제를 가진 대한민국이 기적같이 건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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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전선의 국군 방어 모습
두 번째 기적은 대한민국이 6·25전쟁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당시 대한민국은 전쟁 대비태세 거의 전무하고, 미국은 대한민국을 미국의 서태평양 방어선 밖의 곳으로 치부하여 군사원조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으며, 남한에는 북한 공산군에 협조하는 좌익세력이 준동하고 있었다. 이러한 여건에 비추어 볼 때, 북한 공산군의 기습을 받은 대한민국은 공산화되는 것이 거의 필연이었다. 북한군이 좀 더 신속하게 밀어붙였거나 미국의 개입이 약간만 늦었다면 대한민국은 지도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군이 서울 점령 후 3일 동안이나 진군을 정지했고, 미국은 트루먼(Truman) 대통령의 직접적인 대한민국 구원 결정에 따라 신속하게 6·25전쟁에 개입하여 공산군을 격퇴시킬 수 있었다. 영토의 90%를 북한군에 점령당했던 대한민국이 되살아난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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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 4월 1일 포항제철 기공식
세 번째 기적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이다.
자본과 기술이 전무하고, 북한으로부터 군사공격 위협에 시달리는 인구 과밀 국가 대한민국은 외국의 전문가들에 의해 ‘장래가 없는 나라’로 평가되고 있었다. 그런 대한민국이 박정희라는 지도자의 경제개발 추진과 일본의 경제발전 이삭효과에 힘입어 1960년대 중반부터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시작했다. 박정권 하의 경제발전은 1970년대 후반 미국 경제의 침체와 국제 석유파동의 여파 및 부적절한 산업정책과 차관정책으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신군부가 등장하여 국내 산업을 과감하게 개편하고, 때맞춰 국제 유가와 국제금리가 하락하여 한국경제가 회생하게 되었다. 중복투자와 과도한 외채부담으로 붕괴될 것 같았던 한국경제가 1980년대 중반이후 번영으로 반전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 후 한국은 1960년대의 1차 경제기적과 1980년대의 2차 경제기적의 여파로 오늘날까지 경제적 풍요(구미 선진국 수준에는 미달하지만)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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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8년 서울 하계 올림픽 개막식
진행 중인 제4의 기적
우리 국민은 기왕에 이루어진 3개 기적을 토대로 네 번째 기적을 이루어 내려 하고 있다.
네 번 째 기적이란 경제난과 좌경화를 동반하지 않고 이룩하는 민주화이다.
제3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민주화는 빈곤화와 좌경화를 동반한다. 그 이유는 민주화와 더불어 경제적 합리성이 경시되고, 인구의 다수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사회주의에 동조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좌익세력이 주도했고, 당시의 기세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어떤 형태로든 사회주의화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런데 우리가 민주화 진통을 겪는 시기에 공교롭게도 동구의 공산체제가 와해되어, 사회주의화는 어리석은 길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각인시켜주고, 사회주의혁명을 추구하던 분자들로 하여금 혁명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민주화에 동반하는 경제난과 좌경화는 가벼운 진통으로 끝낼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진통은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경제난과 좌경화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에 더하여 이제는 자유민주주의체제 그 자체에 위기 증후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체제에 나타난 위기의 증후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자유민주체제 위기 증후
첫째,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가 움직이도록 하는 자동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기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국회가 소위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마비상태에 빠진 사실에서 극명하게 입증되고 있다.
국회는 국가의 중요한 문제들을 의안으로 상정하여 의안에 찬성하는 의원들과 반대하는 의원들이 토론을 통해 의견차이를 축소하여 합의를 모색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표결를 통해 다수의 지지를 받은 의견에 따라 의안을 결정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특이한 국회법개정(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국회가 해야 할 일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를 구실로 행해진 선진화법의 내용은 바꿔 말하자면, 국회의 의사결정 장벽을 재적 5분의 3이상의 찬성으로 높여놓고, 국회의 의사진행을 적절한 속도로 진행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이처럼 국회가 안건 의결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체제가 국가의 당면문제들에 대한 해결능력을 상실했다는 의미가 된다. 국가의 당면문제들에 대한 해결능력을 상실한 정치체제는 머지않아 와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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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공무원 연금개혁 반대 시위
둘째, 국민들이 감정적 기호에 따라 정치적 선택을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각종 선거에서 나타나는 지역감정 몰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감정에 치우치는 여론 동향, 정치문제에 대한 판단을 올바르냐 그르냐가 아닌 나에게 호감을 주느냐 비호감을 주느냐에 따라 판단하는 경향 등은 이 나라 국민들이 감정적 호불호에 따라 문제들에 대한 선택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입증해주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국민이 이성적일 때만 성공할 수 있는 정치체제이다.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의 주권자가 국민이기 때문이다. 주권자가 국정의 문제들을 감정적으로 판단하게 되면 그 정치체제는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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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실업 대책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
셋째,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체제에 대한 내외의 공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반해,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보호하려는 노력은 극히 미미하다. 북한 정권은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해 사상공세와 군사공세를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고, 남한 내에서도 종북세력을 비롯한 좌익세력이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권이나 국민들은 안팎에서 전개되는 공격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별로 전개하지 않고 있다.
분단시대의 서독은 자유민주주의체제 보호에 필요한 강력한 법률적 장치들과 국가기관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으며, 통일된 독일에서도 그러한 법률적 장치들과 국가기관들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독보다 훨씬 불리한 체제안보환경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독이 가지고 있던 체제 보호 법제와 기관들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빈약한 보호 법제와 기관들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체제 보호 법률인 국가보안법마저 폐지하려는 투쟁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넷째, 우리나라의 정치체제가 자유민주주의임을 부정하는 자들이나,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파괴하려는 자들을 사회 전체가 ‘진보세력’으로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체제가 자유민주주의임을 부정하는 자들이나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파괴하려는 자들을 ‘진보세력’으로 부른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체제가 다른 체제로 바뀌는 것을 ‘진보’(상황이 좋게 변하는 것)로 인정하는 것과 같다.
세계의 어떤 나라에서든지 자기 나라의 정치체제를 부정·파괴하는 것을 진보, 즉 상황을 좋게 변경하는 것으로 인정해주는 나라는 없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자들을 진보세력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이처럼 국민이나 정치권이 자유민주주의체제의 부정이나 전복을 ‘좋아지는 것’으로 생각하고서도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유지된다면 그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사태이다.
제4 기적 성취 위해서는 체제 위기 증후부터 해소해야
위에서 살펴본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위기 증후들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경제난과 좌경화를 동반하지 않은 민주화 성공이라는 기적은 사라지게 된다. 민주화 그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국민이 해방 후 70년 동안 이룩해온 기적들을 토대로 해서 또 하나의 기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위기 증후들을 해소하는 작업부터 진지하게 전개해야 아울러 경제난 극복을 위한 거국적인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첫째, 국회법을 재개정하여 ‘선진화법’이라는 명칭으로 개정되었던 조항들을 모두 환원시켜서, 의회정치의 마비를 풀어야 한다.
둘째, 국민이 국정문제를 판단함에 있어서 이성적 사고에 입각하도록 계몽해야 한다.
셋째,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보호하는 장치들을 보강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헌법도 고쳐야 한다. 개헌 이전이라도 국회에 계류 중인 통신비밀보장법 개정, 테러방지법, 형사소송법 개정 등은 조속히 처리되어야 한다.
넷째, 종북분자·친북분자들을 포함한 반체제세력을 ‘진보세력’이라 호칭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언어관행을 교정해야 한다. 그들을 반체제세력 혹은 좌익·좌경세력으로 호칭해야 한다.
다섯째, 노동개혁과 경기진작을 포함하여 경제난 극복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