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혐오 발언에는 표현의 자유 인정하기보다는 제어해야"
  • ▲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정책위의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정책위의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혐오 발언(Hate Speech) 제재를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입법을 시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입법을 위한 토론회 제목부터가 '지역감정·종북타령, 내년 선거에 또?'로 누가 봐도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를 띄고 있다는 지적이다. 총선에 방해가 되는 정치적 지향을 가진 세력의 입을 막겠다는 '재갈 물리기'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시도에 대해서는 이른바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오히려 제 손등을 찍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형국이다.

    새정치연합 정책위원회는 17일 오후 2시부터 의원회관에서 혐오 발언 제재를 위한 입법토론회를 열었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선거 때만 되면 찾아오는 '종북이념 편가르기' '지역감정 편승하기' 등의 후진국적 행태가 더는 이 나라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법적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종북 등 정치적 혐오 발언은) 국가안보라는 명분으로 체제에 대한 어떠한 도전도 불법·무력화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박지웅 법무법인 민본 변호사도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 민주화운동이나 호남·여성·외국인 등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발언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인종과 성별·장애에 대한 혐오 발언 처벌은 우리 사회에서 큰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혐오 발언 제재 법안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박지원 국회도서관 법률자료조사관은 "표현의 자유와의 관계를 고려해 제한적으로 입법해야 할 것"이라며 "인종·성별·국적 등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진 개인 또는 집단에 대한 혐오 발언만 처벌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박지웅 변호사도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정치성을 위해 사용되는 표현까지 처벌한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 위축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혐오 발언 제재 주장에는 이른바 진보 진영의 초조함이 배어 있다. 과거에는 인터넷·SNS 공간이 좌파의 전유물이라 반정부적 선전선동이 넘쳐나고 여과 없이 전달됐으나, 이제는 우파 세력도 만만치 않은 지분을 점유하게 됨에 따라 치열한 팩트(Fact) 싸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세력 반전을 이유로 느닷없이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 드는 입법을 시도하는 것은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지난달 〈한겨레21〉 기고문에서 "보수 막말에 망치 들었다가는 진보 제 손등 찍는다"라고 주장했다.

    홍성수 교수는 이 기고문에서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자기 편이 하는 말에는 무제한적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고 상대편이 하는 말에는 위험을 과장해 처벌을 주장한다"며 "(보수 진영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중성을 보이는 진보 진영을 조롱하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진보와 보수가 표현의 자유를 함께 외치게 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의 표현의 자유를 모두 축소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최악의 상황"이라며 "일베를 잡겠다고 인터넷 행정심의를 강화한다면, 본래 의도와 달리 행정심의 강화가 일베만 향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그 화살은 모든 표현을 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혐오 발언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망치를 들고 휘두르려고 들면 안 되고 메스가 제격"이라며 "시민사회가 어떤 표현이 문제인지에 대한 치열한 토론으로 공론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우리 사회는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짧은 시기에 경험하면서 혐오 발언을 정제할 토론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혐오 발언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기보다는 제어하는 쪽이 맞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