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확진환자 나온 평택성모병원은 폐쇄…분당제생병원 등은 ‘괴담’
  • ▲ 메르스 환자들이 증가하는 가운데서도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자 국민들은 더욱 불안해 하고 있다. ⓒ아리랑TV 보도화면 캡쳐-유튜브
    ▲ 메르스 환자들이 증가하는 가운데서도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자 국민들은 더욱 불안해 하고 있다. ⓒ아리랑TV 보도화면 캡쳐-유튜브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인해 민심은 이미 ‘공황 상태’다. 가장 큰 이유는 정보 부재와 이 틈을 노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일부 사람들의 무분별한 ‘카더라’ 주장 때문이다.

    지난 2일부터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와 문자메시지(SMS)를 통해 퍼지고 있는 내용 중 다수는 메르스 현황을 직접 파악 중인 사람들이 보기에는 허무맹랑한 내용들이 많다.

     

    “삼성·LG전자 직원 확진” 다 거짓


    지난 2일 언론들에도 퍼진 ‘괴담 SNS’ 가운데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는 주장도 있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생산라인 직원 1명 확진 판정이 나서 접촉자 포함 7명 전부 2주 휴가를 보내고, SSD 개발팀의 행사는 취소 됐으며 본사 관계자들 회의도 취소, 동탄 어린이집은 휴교했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전자 직원 50명을 격리조치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 ‘괴담 SNS’에는 삼성전자가 6월 2일 오전 7시부터 상황실을 가동하고 있으며, 중동 출장을 갔다 복귀한 사람 98명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그럴 듯한 표현도 넣어 사람들을 혼란케 했다.

    하지만 본지 확인 결과 사실과는 달랐다. 삼성전자에서는 메르스 확진환자는 물론 의심환자도 나온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삼성전자가 "행사를 취소"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는 '메르스 공포'에 질린 직원들을 배려해 내린 조치였다고 한다.

    현재 중국 당국이 격리조치 중인 메르스 확진환자 K 모 씨가 LG전자 직원이라는 ‘괴담 SNS’도 함께 퍼지고 있다. 이 글을 보면 K씨는 오산 LG이노텍으로 출장을 나온 김 모 씨(44세)라고 돼 있다.

    이 ‘괴담 SNS’에는 “김 씨가 26일 중국 입국, 오후 7시 심양호텔에 체크인, 27일 오산 LG이노텍에서 LED 품질회의 실시, 저녁 6시 중카이 고향집 맞은 편 호남음식집에서 회식 후 7시 25분 캉디 체크인” 등 마치 그의 동선(動線)을 옆에서 지켜본 ‘회사 관계자’가 쓴 것처럼 돼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현재 LG그룹 측은 중국 당국에 강제격리 된 K씨는 자사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실명을 거론한, "서울 여의도 KDB 대우증권의 국제영업부 직원이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았다"는 괴담도 나왔다. 하지만 해당 직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그런 병에 걸린 적이 없다"고 해명하면서 '괴담'은 사라지기도 했다.

     

    ‘연예인 찌라시’ 떠올리게 하는
    ‘메르스 병원 리스트’


    대기업 직원의 ‘메르스 확진 판정’ 만큼이나 그럴싸한 이야기로 도는 ‘괴담 SNS’가 바로 ‘메르스 병원 명단’이다.

  • ▲ SNS로 나도는 '괴담'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본 병원 가운데 한 곳인 여의도성모병원. '괴담'에 대해 법적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의도 성모병원 입장자료
    ▲ SNS로 나도는 '괴담'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본 병원 가운데 한 곳인 여의도성모병원. '괴담'에 대해 법적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의도 성모병원 입장자료


    현재 SNS 등을 통해 나돌고 있는 ‘메르스 병원 명단’은 몇 가지다. 이들 가운데 많이 꼽히는 병원은 분당제생병원, 삼성서울병원, 성 빈센트병원, 동탄성심병원, 여의도성모병원, 고대 구로병원, 평택 성모병원, 평택 굿모닝병원, 건양대 병원, 충남대 병원, 아주대 병원, 인하대 병원 등이다.

    ‘괴담 SNS’ 속 ‘메르스 병원 명단’은 지난 2일, ‘의료계 지인의 이야기’ ‘모 보건의료대학원 내부 소식’ 등으로 둔갑한 뒤 언론, 기업, 온라인 커뮤니티를 거치면서 명단에 포함된 병원은 더욱 늘어났다.

    여기에는 서울 강동구의 경희한방병원, 둔포 서울의원, 안중성심병원, 서울아산병원, 평택 굿모닝병원, 천안 단국대병원, 아주대 병원, 대구의료원, 동국대 경주병원, 광주대 병원, 전남대 병원, 충남대 병원, 건양대 병원 등이 새로 포함돼 있었다.

    전북대 병원, 예수병원, 강원대 병원 등은 ‘음성 판정을 받은 병원’이라는 소문이 나돈다. 

    하지만 ‘메르스 병원들’이라는 명단에 있는 곳은 거의 다 ‘메르스 확진 환자’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평택에 있는 G병원만 응급실을 폐쇄조치 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르스 1차 감염환자가 입원해 있던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환자와의 ‘밀접접촉’이 의심되는 의료진 수십여 명이 격리수용 돼 진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이미 나흘 전에 휴업에 들어갔다.

    이 병원에서 많은 감염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 첫 메르스 환자가 입원, 많은 환자가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진 평택성모병원은 현재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응급실은 계속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3일 드러나 또 한 번 비난을 받았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첫 메르스 환자가 입원, 많은 환자가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진 평택성모병원은 현재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응급실은 계속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3일 드러나 또 한 번 비난을 받았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 병원은 가톨릭 의대가 운영하는 ‘성모병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별도의 의료재단이 평택에서 운영하는 몇 곳의 병원 가운데 한 곳이다.

    분당제생병원, 여의도성모병원, 고대 구로병원 등은 메르스 감염 환자와는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리스트에 포함돼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수원 동탄 지역의 종합병원들 또한 ‘괴담 SNS’의 명단에 포함돼 있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지 “확진환자가 한 번 들렀다”는 게 ‘괴담’에 포함된 이유다.

    이 병원들은 현재 ‘괴담 SNS’를 시작한 사람과 퍼뜨린 사람들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며 들썩거리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요청에 따라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을 격리수용하고 있는 곳은 서울대 병원과 서울국립중앙의료원 등이다. 이곳의 격리병동 또한 일반 환자는 접근 불가능한 곳에 ‘음압시설(병실의 외부보다 내부 기압이 낮도록 처리한 시설)’을 갖춰놓고, 일반인은 물론 의료진과의 ‘직접 접촉’도 하지 않도록 해 놨다.

    ‘확진 판정’을 받은 메르스 환자들이 거쳐 갔다는 일부 대형병원들의 경우에는 메르스 환자가 대규모로 감염된 평택 성모병원과는 전혀 다른 ‘초동조치’를 취해 감염 위험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탄 초등학생 2명·군 장병 확진판정? 거짓말!


    지난 2일 ‘괴담 SNS’에는 “수원 동탄 지역에 있는 금곡초등학교 학생 2명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휴교했다”는 소식도 함께 나왔다. 이후 얼마 되지 않아 “경기 남부와 경기 북부에서 초중고교 학생들이 속속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수백여 학교가 휴교했다”는 ‘괴담’이 나돌기 시작했다. 확인 결과 모두 거짓말이었다.

    금곡초등학교가 휴교령을 내린 것은 수원 동탄 지역의 학부모들이 ‘메르스 확산’을 내세워 학교 측을 강하게 압박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평택성모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모 운수회사 전무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놓고, 이 회사의 버스 노선도까지 올리며 “이 회사 버스를 타면 위험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 ▲ 3일 교육부가 밝힌 전국 초중고교 휴교 현황.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일 교육부가 밝힌 전국 초중고교 휴교 현황.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일 서울 강남의 대치초등학교가 ‘휴교’ 조치에 들어가자 유사한 괴담이 다시 나돌았다. 하지만 이 조치 또한 학부모들의 항의에 따라 ‘메르스에 대한 예방조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었지 ‘어린이 메르스 환자’가 생겨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3일 교육부는 전국 230개 학교가 ‘휴교’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들 학교 모두 학부모들의 원성에 따라 ‘메르스 확산 예방조치’를 한 것일 뿐 ‘의심환자’나 ‘감염환자’가 생겨서 그런 게 아니다.

    군 장병이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았다는 소문 또한 사실이 아니다. 현재 국방부는 상세한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군 장병 가운데 메르스 감염 환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용산 안팎의 평가다.

    지난 2일 부산의 언론들이 보도한 ‘메르스 의심환자’ 3명은 서울이나 평택, 수원 등에서 퍼진 것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입국한 관광객 부부가 그 중 2명이다. 나머지 1명은 최근 중국에 갔다가 이집트를 다녀온 사람과 식사를 한 뒤 고열을 호소하는 사람이다.

    즉 현재 서울, 수원, 평택 등을 중심으로 한 ‘메르스 공포’와는 무관하다는 말이다.

     

    ‘메르스 괴담’의 진원지는 어디?


    현재 SNS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돌고 있는 ‘메르스 괴담’은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구체적인 진원지는 보건당국 등 정부에서 찾아낼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의심가는 곳이 있다. 바로 각 지역 별로 형성돼 있는 온라인 주부 커뮤니티와 인터넷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여성 커뮤니티가 '괴담의 발원지'로 추정된다.

  • ▲ 며칠 전부터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는 '메르스 병원 리스트' 가운데 하나. 이 병원들 대부분이 메르스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내용을 보면 이런 '괴담'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엿볼 수 있다. ⓒ해당 카카오톡 캡쳐
    ▲ 며칠 전부터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는 '메르스 병원 리스트' 가운데 하나. 이 병원들 대부분이 메르스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내용을 보면 이런 '괴담'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엿볼 수 있다. ⓒ해당 카카오톡 캡쳐


    이유는 이렇다. ‘괴담’의 구조를 살펴보면, 40~50% 가량의 ‘사실’에다 자신이 “어디서 들었다” “믿을만한 누군가가 이렇다 카더라”를 붙여 넣어 만든 것인데,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여성, 특히 취학아동을 둔 주부들의 표현이나 관심사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이런 ‘괴담’은 곧 언론계에 있는 ‘지인들’에게로 전달돼 점차 살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대구로병원이다.

    고대구로병원에는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이자 국내 최고의 전염병 전문가로 알려진 김우주 교수가 재직 중이다. 김우주 교수는 현재 민관합동메르스중앙대책반 공동반장을 맡고 있다. 김우주 교수의 인터뷰와 메르스에 대한 소견 등이 나오자 이를 “고대구로병원에 전문가가 있으니 거기에 메르스 환자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고, 그 추측이 ‘사실’로 둔갑해 이 같은 ‘괴담’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분당제생병원의 경우에도 현재 메르스에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수원·성남과 가까운 대형 병원 중 한 곳이라는 이유로 “메르스 환자가 이 곳을 들렀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고, 이것이 ‘사실’인양 둔갑해 ‘괴담 속 병원 리스트’에 포함된 것이다.

     

    ‘메르스 괴담’의 가장 큰 원인은?


    현재 급속히 퍼지고 있는 ‘메르스 괴담’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보건 당국의 대처 태도에 있다. 지금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대응은 2008년과 2009년 ‘신종플루’가 급속히 확산되었을 때와는 너무도 다르다.

    당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돼지플루(Swine Flu)’라는 이름의 ‘신종플루’가 멕시코에서부터 퍼지자 세계보건기구(WHO) 등과 긴밀히 협의하며 대응에 나섰다.

    보건 당국은 ‘신종플루’가 한국에 들어오자 모든 병원에서 이에 대한 대응을 하도록 지시했고, 감염자들에 대해서는 초기 격리조치를 실시한 뒤, 감염률은 높아지고 사망률은 크게 떨어진 뒤부터는 타미플루 등의 보조치료제를 공급하고, 각 대형병원마다 격리병동과 치료시설을 갖추도록 지시했다.

    ‘신종플루’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자 병원 이름을 숨기거나 하기는커녕 오히려 “대형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 권장했다. ‘신종플루’에 걸리면 위험한 사람, 즉 노약자나 지병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매일 끊임없이 주의할 점을 매체를 통해 알렸다.

  • ▲ 메르스 확산 후 기자회견을 하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이제는 그를 믿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채널Y 보도화면 캡쳐
    ▲ 메르스 확산 후 기자회견을 하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이제는 그를 믿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채널Y 보도화면 캡쳐


    반면 현재 보건 당국은 ‘메르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대응조치 또한 너무 무성의하다. 몇 년 전에 작성한 ‘해외여행 시 메르스 감염 주의’ 삽화를 버젓이 페이스북에 올리는가 하면, 학생들의 감염을 우려하는 교육부와도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초기 감염병원이 어디인지 모두 알고 있음에도 이를 숨기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측은 “해당 병원을 밝히면, 이 병원에 입원해있는 환자들은 물론 당시 진료 받은 사람들이 ‘공황상태’에 빠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들과 언론이 요구하는 ‘감염병원’은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곳이나 확진판정을 받은 대형병원이 아니라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한 몇 곳의 병원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이런 국민과 보건 당국 간의 ‘정보 비대칭’과 소통 부족 등으로 인해 지금도 SNS 등을 통해 ‘메르스 괴담’은 점점 더 발전한 형태로 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