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샘추위를 보내는 까칠한 랩소디(Rhapsody)
    “외교에 때로는 똥배짱·허풍·뻥도 필요하다!”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지난 설 연휴기간 동안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과 명동·신사동 등 번화가에는
    중국 관광객, 즉 요우커(遊客)들이 차고 넘쳤다.
    꽃샘추위가 지나가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서울 시내 여기저기에는 중국인들이 북적인다.
    지난 2월 아주 심한 중국발 모래 먼지가 한반도에 들이닥친데 이어,
    꽃샘추위가 지나면 또 다시 황사(黃砂)가 기승을 부릴 건 뻔하다. 
  서울 지하철의 역(驛) 안내 방송은 대체로 영어→중국어→일본어 순이다(필자가 지하철 전 노선을 타 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안내에는
중국어 다음으로 영어가 나온다(일본어는 아예 없음).
동대문 일원 상가에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몰린다는 점에 착안했으리라 짐작이 간다.
하지만 앞으로 서울 지하철의 상당수 역 안내 방송이 중국어→영어 순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현재의 추세라면... 

  최근 들어 동북아 정세의 와류(渦流)가 한층 격화되고 있다.
특히 한-미-중 간에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요격미사일체계)’ 배치를 둘러싼
밀땅(밀고 당기기)이 눈치 보기를 포기한 듯한 느낌이다.
미-중의 요구와 압박이 거세고 거의 공개 수준이다. 

  이런 미묘한 시기에 주한 미 대사에 대한 테러가 발생했다.
 ‘미제(米帝) CIA의 첩자’로 오인(?) 받는 테러리스트와 그 후원·비호·성원세력의 의도와는 판이하게, 여기저기서 “같이 갑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일이 벌어졌다. 

  꼭 그래서 만은 아니겠지만, 황사(黃砂) 발원지에서는 새삼스럽게
 “전통적인 중-북 우호론”과 함께 대북 지원 재개 방침이 흘러나오고,
“시(習) 주석과 어린 ‘최고 돈엄(豚嚴)’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외교부장의 입을 통해 알려졌다.
 
  이런 것들의 본질이야 미-중간 패권 다툼의 파생 상품이지만,
 이해 당사자인 ‘낀 나라’ 입장에서는 아주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   여기다가 북녘의 어린 ‘최고 돈엄(豚嚴)’ 패거리들은 개X에 보리알 끼듯이
    남녘과 미국에 대고 여전히 개 짖는 소리를 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에 맞춰 그 비싼(?) 미사일을 날려 보낸데 이어,
    “필요하다면 미국을 선제 타격하겠다”고 까지 으름장을 놓고 있다.
    선제 타격?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라는 말은 이런 때 쓰는 것일 게다.
    제대로 묵사발을 한 그릇 먹일 기회가 된다.

      특히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국내에서도 논란이 많다.
    언론을 엿보면, ‘배치’ 쪽에 손을 드는 이들이 많은 듯하지만, 알 수 없다.
    음흉한(?) 대륙을 선호하는 이들은 그 쪽을 닮아서인지 드러내놓고 ‘반대’를 하지 않는 모양새라 그 정도와 규모가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국군통수권자와 ‘궁민(窮民)의 군대’는 듣기에도 그럴듯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눈치(?)만 살피고 있는 형국이다. 전형적인 기회주의라고나 할까.
    어느 현자(賢者)는 이렇게 말했다. “개인의 기회주의는 부도덕하다. 그러나 한 국가의 기회주의는 때로 국운(國運) 개척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하지만 언제까지 기회주의에 편승할 수는 없으리라.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또 주접을 떨고 주책을 부리는 무리들이 있다.
    여의도 새(鳥)떼들이다. 새(鳥)무리에서는 ‘사드’ 배치 여부 공론화를 위한 ‘의원 총회’마저 운운하고 있다. 우리의 생존과도 연관이 있는 중요 현안을 목소리 크기로 밀어붙일 양인가? 

      여기에다가 새(鳥)연합은 국군통수권자가 결정하는 방향에는 무조건 반대할 것이라고 하면 지나친 예단인가? ‘배치’를 받아들인다고 하면 “역내에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할 뿐더러, 중국의 경제적인 위협과 압력은 어찌할 거냐”고 치댈 테고, ‘반대’한다고 하면 마음에도 없는 “한미동맹 훼손... 어쩌구” 할 것이다. 

      하여간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데, 새(鳥)떼들과는 안 된다.
    그냥 가만있어 주는 게 도와주는 거다.
    그러니 궁민(窮民)들이 손발을 맞혀주고, 힘도 실어줘야 한다.
    인간사도 그렇지만, 나라들 간의 외교도 힘과 돈이 부족하면
    더러는 똥배짱·허풍·뻥도 필요하다.
    물론 궁민(窮民)들의 투혼(鬪魂)과 결기(氣)가 빠져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역효과만 불러 올 것이 너무도 뻔하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에게는 ‘건국 대통령’께서 물려주신 빛나는 전통이 있다.
  •   시계 바늘을 지난 6·25전쟁 시절로 한번 돌려보자.
      북진통일(北進統一) 달성 직전의 중공군 개입, 그리고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여기는
    인해전술(人海戰術)로 인해 수도 서울을 다시 빼앗겼다. ‘1·4후퇴’다.
    지금으로부터 64년 전인 1951년의 겨울이다.
    1월 7일에는 평택과 안성을 잇는 북위 37도선 이남까지 밀린다.
    이때 미국은 한국정부를 제주도나 사모아(Samoa)로 옮길 것까지 검토했다고 한다.
    나라가 없어질 위기였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의 반격에 대한 외고집(?)과 우리 궁민(窮民)·군(軍)의 불퇴전 의지를
    확인한 유엔군사령관 리지웨이는 더 이상의 후퇴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고,
    국군과 유엔군은 70일 간의 사투(死鬪) 끝에
    중공군과 북괴군이 점령하고 있던 서울을 재탈환한다.
    이날이 3월 15일이다.
    바로 꽃샘추위와 함께 꽃눈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이즈음이다. 

      요즘 국군통수권자께서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불변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주한미군에서는 적절한 ‘사드’ 배치 장소를 이미 조사한 적이 있다고 발표했다.
    우리 군에는 통보한 바가 없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미국 국방·국무장관이 내달 중 방한할 수 있다는 보도도 있다.
    64년 전 미군의 도움으로 적(敵) 수중에 있던 서울을 재탈환했던 전사(戰史)가 언뜻 오버랩 된다.
     

  •  ‘사드’ 배치 여부는 어떤 형태로든 결판이 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본질인 북한 핵·미사일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리는 없다.
    그리고 ‘낀 나라’의 애환은 계속될 것이며, 양측에 이런저런 대가는 분명 치러야 한다.
    자강(自强)의 긴요성은 두말이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