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前대통령 회고록에 나온 ‘처형당한 대남특사’…재일교포 며느리만 살아남아
  • ▲ 지난 1월 30일 열린 이명박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 모습. ⓒ뉴데일리 DB
    ▲ 지난 1월 30일 열린 이명박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 모습. ⓒ뉴데일리 DB

    “2011년 초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와 접촉한 북측 인사가 공개 처형됐다는 것이다.”  

    이명박 前대통령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中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명박 前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북으로 돌아간 뒤 처형당한 인사는 류 경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이라고 한다.

    당시 류 경 부부장은 2010년 11월 23일 북한군이 연평도 포격도발을 저지른 직후인 12월 5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서울을 찾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류 경 부부장을 만나주지 않았다.

    이명박 前대통령은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자신이 류 경 부부장을 만나주지 않아 처형된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김정일이 류 경 부부장에게 누명을 씌워 일가족을 모두 살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日아사히신문 서울특파원이었던 마키노 요시히로 美존스홉킨스大 연구원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를 통해, 2013년 7월 발간한 김정은의 권력 승계에 대한 책 ‘북조선 비록’에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적었다고 밝혔다.

    마키노 요시히로 연구원의 주장에 따르면, 류 경 보위부 부부장 일가족의 처형은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

    2011년 2월 초 평양에 살고 있던 재일교포 여성은 “남편과 즉시 이혼하라”는 노동당의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日사이마다縣 출신인 이 재일교포 여성은 노동당의 지시에 따라 이혼해 살아남았지만, 시아버지 류 경 보위부 부부장 일가는 모두 처형당했다고 한다.

    김정일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류 경 보위부 부부장에게 “서울에서의 활동을 담은 출장보고서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 반역자 아니냐”며 죄인으로 몰아, 일가족 모두를 류 경 부부장의 집에 모아놓고 총살했다고 한다.

    마키노 요시히로 연구원에 따르면, 류 경 부부장은 2002년 日-北정상회담, 2009년 미국인 여기자 억류 당시 빌 클린턴 前미국 대통령의 방북 등을 성사시켜 2번이나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은 실세였다고 한다. 이 같은 공로로 김정일과 둘이서만 술을 마실 정도의 측근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측근도 김정일이 보기에는,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줄 때는 위험한 장애물로 취급받았다고 한다. 김정일은 김정은이 집권할 때 류 경이 보위부를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와 일가족을 모두 처형했다는 것이다.

    마키노 요시히로 연구원은 김정일이 류 경 부부장을 서울로 내려 보낸 이유도 권력승계 작업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 남북 관계를 개선하라는 특명을 받았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특명을 받은 류 경 부부장은 당시 한국 정부에게 1차는 판문점, 2차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열자는 파격적인 제안도 했다는 주장이다.

  • ▲ '장애물은 다 뒤졌으니, 이제 아빠 차례네…." 김정은도 김정일처럼 '애비 잡아먹는 자식'이 됐다.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 '장애물은 다 뒤졌으니, 이제 아빠 차례네…." 김정은도 김정일처럼 '애비 잡아먹는 자식'이 됐다.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이처럼 김정일이 자기 자식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위해 가장 친했던 측근조차도 ‘희생’시키는 일은 류 경 부부장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김정일은 아들 김정은이 저지른 ‘실책(失策)’ 때문에 열 받은 상태로, 딸집에서 쓰러져 죽었다.

    김정일이 측근까지 희생하며 권력을 물려준 아들 김정일은 집권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전혀 못 내고, 주민들의 원성만 사고 있다. 김정은이 집권하는 데 버팀목이 됐던 김정은의 측근들도 대부분 처형되거나 뒷골방 신세를 지고 있다. 

    한편 마키노 요시히로 연구원은 2010년 말, 한국 정부에 “류 경 부부장이 방한했냐”고 물었지만, 한국 정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