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음식이름 좀더 아름답게

    이도형 /월간 [현상과 진상] 발행인


우리 음식은 세계에 자랑할만 하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비빔밥은 세계인의 건강식으로 자리잡았고,
삼계탕-너비아니(석쇠불고기), 김치---등도 널리 알려진지 오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음식의 이름들이 너무나도 사납고 우왁스럽고 그로테스크 하기까지 하다.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이름이면 더욱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음식이름이 많다.
이를테면 칼국수. 음식 이름에 󰡐칼󰡑이 들어가니 섬뜩하지 않은가? 닭똥집은 또 뭔가? 좀더 아름다운 표현은 없을까? 
우리는 원색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을 지나치게 많이 쓰는것 같다. 칼이니 똥이니 뼈니---하는 표현들은 특히 음식명으로 너무 많이 쓰이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詩句와도 같은 미국음식 이름들
음식은 맛도 있어야 하지만 보기에도 아름답고 이름도 예뻐야 한다.
미국의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메뉴를 보면 󰡐Beef and Reef󰡑라는것을 발견할 수 있다.
비프는 고기 즉 스테이크다. R eef는 무엇일까? 원래 의미는 바다의 암초지만 珊瑚(산호)라는 뜻도 있다. 식당 메뉴의 Reef는 암초가 아니라 산호다. 즉 금빛 산호를 맴도는 생선, 활어라는 뜻이 된다. 고기와 함께 또는 고기가 싫은 사람을 위해 바다고기도 있다는 뜻을 상징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한것 같다. 
미국 식당에는 Surf and Turf라는 메뉴도 있다. Surf는 󰡐밀려드는 파도󰡑를 뜻하며 Turf는 잔디다. 즉 파도를 타고 밀려오는 물고기와 풀 뜯어먹는 소나 양을 표현한 것이다.
Surf and Turf나 Beef and Reef는 셰익스피아의 Sonnet의 rhyme을 연상케하는 詩句(시구)와도 같다. 

운치 넘치는 일본의 음식 이름들
일본의 요리 이름은 더 詩的(시적)이며 상징적인것이 많다. 이를테면, 절인 배추를 오신코(御新香)라고 하는데 신선한 야채의 향이 향기로와 보이지 않는가? 고노모노(香の物)라고도 한다. 향이 나는 먹거리라는 뜻이 된다. 순두부는 달무리라는 뜻인 󰡐오보로󰡑라고 부른다. 이것도 詩句(시구)같지 않은가? 한국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미소시루(된장국)도 원래는 오쓰케(御汁-御付)라는 높임말로 부른다.
음식 메뉴는 오콘타데(御獻立)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가 제사지낼때 祝文(축문)의 마지막에 조상에게 삼가 󰡐드십시요󰡑하는 尊獻尙饗(존헌상향)에서 유래된듯 하다. 그러고보면 일본의 천황始祖(시조)를 모셔놓았다는 이세징구(伊勢神宮)에서의 祭祀(제사)와 의식은 우리의 제사의식과 거의 같다.
첫술(첫 숟가락)은 오하시아라이(御箸洗)라고도 한다. 모두다 모시어(御)자를 語頭(어두)에 붙여 󰡐삼가 드시도록 권합니다󰡑 하는 뜻이 새겨져 있다.
이런것들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장구한 문학과 문화의 역사에서 빚어진 문화어들이다. 우리에겐 그런 문화어가 드믈다. 일본에서 장편연애소설이 일반대중에게 읽히던 9세기경 우리에게는 일반대중이 즐길 수 있는 어떠한 문학도 문자도 없었다.

일본인들은 토란이나 야채를 야마노사치(山の幸), 바다물고기는 우미노사치(海の幸)라 하며 민물고기는 가와노사치(川の幸)라고 부른다. 얼마나 아름답고 상징적이며 멋스러운 표현들인가. 소금도 오시오(御潮) 또는 오나미(御波)라는 상징어로 부른다. 스시에 쓰는 쌀밥도 샤리(舍利)라는 상징어를 쓴다. 高僧(고승)이 入寂(입적)하여 불태우면 사리를 남긴다. 

칼국수는 손국수, 닭똥집은 酉袋가 어떨까요?
우리는 고기나 야채를 갖은 양념을 다 넣어서 버므려 굽거나 익혀서 먹는다.
똑같은 배추라는 素材(소재)로 만드는 한국의 김치는 고추가루-무우-굴 또는 젓갈등 양념을 넣고 버무리지만 일본의 오신코는 그저 소금에 절이기만 한다.
같은 소고기라도 서양사람들은 그냥 구워먹지만 우리는 마늘-파-참기름등 양념으로 무쳐 재놨다가 석쇠에 구워먹는 너비아니가 일품이다. 온갖 모양의 고기 계란 은행 야채등 山海珍味(산해진미)를 다 넣고 만드는 神仙爐(신선로)는 그야말로 신선의 놀음같은 음식이다.
서양이나 일본에서는 그런 다양하고 섬세하고 오색이 영롱하고 맛이 절묘한 음식을 찾아볼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 멋진 음식의 이름들이 너무 촌스럽고 사납고 원색적이며 우왁스럽다. 신선로만은 예외지만.
위에서 지적한 칼국수, 닭똥집 말고도 돼지족발, 막국수, 뚝(배기)불고기, 소머리국밥, 뼈진탕, 선지국, 순대---등등 상상만해도 진저리나는, 鮮血(선혈)이 낭자한 원색적 명칭이 많다.
칼국수는 일본말로 굳이 옮기자면 데우치(手打) 우동쯤이 될까? 한국말로도 󰡐칼󰡑대신 󰡐손󰡑이면 어떨까? 사람에 따라서는 상상조차 하기싫은 똥집은 닭酉(유), 주머니대(袋)로 󰡐유대󰡑라 할수도 있지 않을까? 돼지족발보다는 pork fin은 어떨까? pork는 돼지고기 fm은 魚類(어류)의 날개인데 그게 진화해서 포유동물의 발이 됐다고도 하므로 󰡐돼지발󰡑에 멋스런 날개를 단 격이 되지 않을까? 막국수보다는 메밀국수가 품위있으며, 좀더 상징적 표현으로 멋을 부리자면 󰡐메밀꽃면󰡑도 좋지 않을까.
뚝불고기도 듣기가 썩 좋지 않다.
뚝배기에 소고기를 익힌 음식같은데, 뚝배기는 오지그룻이니 오지고기라고해도 좋고
壺肉(호육)이라해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소머리국밥도 그로테스크하다. 소머리 부분을 삶아서 끓인 국에 밥을 말아먹는 것인데, 이것도 좀더 상냥한 이름을 붙일순 없을까. 소머리를 상징하는건 소뿔이다. 콘숲같이 혼(horn)숲(soup)하면 어떨까? 선지국-순대도 좀더 부드러운 이름으로 불렸으면 좋겠다. 󰡐선지󰡑라는 직설적 표현보다는 紅鮮(홍선)국, 󰡐순대󰡑보다는 九折羊腸(구절양장)의 돼지창자를 美化(미화)해서 구절肉菜(육채)라고 부르면 멋도있고 맛도 더할것 같다.

  • ▲ 월간지 [한국논단]을 25년간 발행한 이도형 대표가 새로 내놓은 월간지 [현상과 진상] 창간호 표지.
    ▲ 월간지 [한국논단]을 25년간 발행한 이도형 대표가 새로 내놓은 월간지 [현상과 진상] 창간호 표지.


  • 한국 남성만이 유난히 밝히는 정력강장제
    음식과 음식이름을 생각하면서 한국인의 좀 특이한 식성도 생각해 본다.
    한국인 특히 남성들은 정력에 좋다는 음식을 너무 밝히는것 같다. 인삼-녹용까지는 그래도 몸보신 차원에서 크게 나므랄 식(약)품은 아니다. 그런데 시베리아와 앨라스카, 캐나다 등지에서는 한국인이 사슴뿔을 싹쓸이 한다는 악명도 한때 높았다.
    그보다 훨씬더 상을 찡그리게 하는것이 있다. 熊膽(웅담) 즉 곰의 쓸개는 한국인 남성들의 최고 인기품목이라고 한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의 명승지 하롱베이를 관광하는 한국인 남성들은 필수코스로, 살아있는 어린곰의 쓸개를 추출해서 파는곳을 거의 반드시 들른다고 한다. 사람들 보는앞에서 살아있는 어린곰의 腹部(복부)에 주사바늘같은 침을 꽂아 쓸개를 뽑아내는데 보기에 역겁더라고 한 목격자는 전하고 있다. 그 역겨운 짓을 매일 일상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 남자들은 그 쓸개를 40~50만원 주고 거의 빠짐없이 사간다고 한다. 
    삼천궁녀를 거느릴것도 아닌 현대 한국남성들의 이 진기한 모습은 아직도 그치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본일은 없고 듣기만 했지만 수렵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엽총으로 사슴을 잡아 그자리에서 뜨거운 피를 마시는 吸血鬼(흡혈귀)아닌 흡혈인이 적지않이 있다고도 한다. 정력강장제라는 것이다.
    사슴뿔은 鹿茸(녹용). 사슴피는 녹혈이라 할 것인가? 이름이야 어찌됐건 한국남성들만 유독 󰡐정력강장󰡑에 관심이 깊은것은 무엇때문인가? 女色(여색)을 유난히 밝혀서인가, 아니면 극성스러운 투쟁심을 기르기 위해서인가? 둘다인것 같다.

    조용하고 깨끗한 뉴욕의 일식당---왁자지껄한 한식당
    한때 일본인이 에코노믹 애니멀(Economic Animal)이라는 별명으로 세계의 손가락질을 받았는데 한국인은 섹스 애니멀(Sex Animal) 또는 파이팅 애니멀(Fighting Animal)이라고 놀림받지 않을까? 이미 그렇게 보는 세계인이 적지 않을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음식문화 선진화에 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우선 가까운 일본하고 한번 비교해보자. 구미인들은 제2차세계대전 후에도 날생선(사시미, 스시등)을 그냥 먹는 일본인을 野蠻視(야만시)했었다. 그러나 1950년대부터 일본의 스시, 나아가 사시미마저도 미국 뉴욕의 고급식당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돈많고 점잖은 미국인이라야 사시미를 먹을 수 있는 일본식당 문앞의 긴 줄에 설수 있다. 식당안의 분위기는 밝고 깨끗하고 고급스럽다. 생선 비린내도 안난다. 파리의 맥심이나 툴달장보다 더 고급으로 치는것이 뉴욕의 스시집이다.
    뉴욕 34번가에 있는 한식당에서는 미국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불고기와 곰탕이 주류인 한식당에는 한국인들끼리 왁자지껄하며 시끄럽다. 옛날에 시끄러웠던건 중국인이었다. 시끄러우면 호떡집(중국집)에 불났느냐고 할 정도였다. 지금은 그 汚名(오명)을 한국인이 고스란히 물려받고 있다. 일본인이 경영하는 일본음식점은 조용하고 깨끗한데다가 세계인의 입맛에 고루 맞도록 조리하여 고급손님들의 인기가 높다. 

    비린내 안나는 날생선 가게
    그 이유는 첫째 청결. 둘째 예의바름. 셋째 匠人(장인)정신이다. 우리에겐 그런것들이 하나도 없다. 미국에서 일본인이 경영하는 일식당(한국인 경영의 일식당도 많다)에 들어가면 정신이 바짝들 정도로 청결하다. 둘째 손님 맞이하는 종업원들이 예의바르고 성심성의가 그대로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일본인 이타마에(板前-조리사)는 적어도 10년 또는 그 이상의 슈교(修業=훈련)를 쌓은 전문 조리인들이다. 그들은 예컨대 영하 250。C로 揚陸(양육)되는 마구로(참다랑어)를 몇시간 걸려 어떻게 녹이고, 먹을 수 있는 온도에서 거제로 어떻게 싸서 어디다 보관하는지를 터득하는데만 몇년이 걸린다. 그 마구로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저미느냐는 정성과 기술을 쌓는데만 또 몇년이 걸린다. 스시에 쓰는 밥은 묵은쌀이라야 하며 질어서는 안되고 고들밥이 돼서도 안된다. 이또한 몇년걸려 익힌다.
    그렇게해서 비린내 안나고, 고소하고 입에서 살살녹는 사시미를 만들고, 스시집에 고급손님들이 찾아오게 만든다. 우리의 불고기나 곰탕-비빔밥은 그렇게 안된다. 냄새가 진동한다.
    오죽하면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의 유명 불고기-냉면집이 동네에서 쫓겨날뻔 했겠는가. 요컨대 우리 음식을 세계화 하려면 조리법, 식당환경, 장인정신등을 크게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음식이름도 그로테스크하고 야생적인 것을 지양하고 좀더 詩的(시적)이고 문화적, 상징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마쓰시타(松下)전기가 기업명을 󰡐내셔날󰡑로 바꾸었다가 후에 파나소식(panasonic)으로 또 바꾸어 세계인이 알아볼 수 있도록 한것을 他山之石(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도형 /월간 [현상과 진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