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차량에 양보하더라도, 도로 우측 가장자리로 피하지 않으면 과태료
  • ▲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쓴이의 사연. 글쓴이는 구급차를 비켜주고 신호위반 과태료를 물게 되자 "의식은 선진국 수준을 요구하지만, 법이 선진국 수준으로 가는 걸 막고 있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 캡처
    ▲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쓴이의 사연. 글쓴이는 구급차를 비켜주고 신호위반 과태료를 물게 되자 "의식은 선진국 수준을 요구하지만, 법이 선진국 수준으로 가는 걸 막고 있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 캡처

     

    신호와 과속 카메라가 있는 교차로, 주행 차선의 양 옆으로 트레일러가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내 차 뒤로 경광등과 사이렌이 울리는 구급차가 다가온다면 당신은 길을 비켜줄 것인가 말 것인가.

    바로 뒤에 있는 구급차에게 길을 양보하기 위해 차선을 바꿨다면, 과태료를 물게 될까 아니면 정상 참작이 될까.

    주행 중 구급차에게 길을 양보한 뒤,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물게 된 한 운전자의 사연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주행 중 구급차에게 길을 양보했다가 과태료를 물게 된 사연의 게시물은 지난 9일, '구급차 비켜주다 과태료 무는 대한민국 클라스'라는 제목으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위 게시물을 기초로 당시 상황을 재현하면 이렇다.

    글을 쓴 사람은 편도 3차선 중 2차선을 도로를 달리고 있었으며, 그의 양 옆인 1차선과 3차선에는 각각 트레일로 차량이 운행 중이었다. 이때 구급차가 비상등을 켜고 글쓴이의 차량 뒤로 다가왔다.

    글쓴이는 자신의 양 옆에 트레일러 차량이 있어 구급차에게 길을 비켜주기 힘든 상황임을 확인하고, 구급차에게 길을 양보하기 위해 위 그림에서와 같이 1차선 트레일러 앞으로 차를 몰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글쓴이는, 교차로 신호 위반 카메라를 확인하고 과태료가 나올 수도 있다고 판단했으나, 생명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구급차를 먼저 보내기 위해 차선을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글쓴이는 신호위반 과태료 통지서를 받고, 당시 상황을 해명하기 위해 경찰서 민원실을 찾았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글쓴이의 기대를 벗어났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운전자가 구급차에게 글을 터줄 때 반드시,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피할 것을 규정하고 있어, 구제가 어렵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규정을 들어 "운전자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현행법 상 과태료 부과처분은 적법하고, 구제가 어렵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억울한 마음에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경찰의 그것과 같았다. 사례를 상담한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긴급차량 접근시 주변차량 운전자는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피해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고만 규정할 뿐, 질문자처럼 정지선을 넘을 것까지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변했다.

    글쓴이는 "(대한민국)의식은 선진국 수준을 요구하지만, 법이 선진국 수준으로 가는 걸 막고 있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글쓴이와 반대로, 지난해 10월 울산에서는 긴급출동 중인 구급차에게 진로를 양보하지 않은 승용차 운전자가 5만원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았다.

    결국 구급차나 소방차 등 긴급차량에게 길을 양보하지 않은 경우는 물론이고, 길을 터주더라도 오른쪽 가장자리가 아닌 반대편으로 진로를 변경한 경우에는 과태료 부과 처분을 피할 수 없다.

    이런 모순은 긴급차량에 대한 운전자의 양보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시급한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지난해 12월, 긴급차량에게 길을 터줄 때 운전자가 상황에 따라 좌측 또는 우측 가장자리로 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글쓴이처럼 도로의 우측이나 좌측 가장자리로 피할 수 없는 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구급차는 통상 1차선과 2차선 사이의 차선을 많이 이용한다”며, “1차선 운전자는 좌측으로, 2차선 운전자는 우측으로 비켜주도록 하는 법안이 실효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