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의 상투적 정상회담 미끼에 南은 놀아나지 말라

    북한의 통일전선 전술에 놀아나서는 아니 된다.
    서둘지 말고 신중히 접근해 주기 바란다.

    정용석(코나스)  

     북한 김정은 로동당 제1비서가 새해 첫날 남북정상회담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혀
    박근혜 정부와 일부 국민들을 들뜨게 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정상회담 발언은 북한이 지난 수십년 동안 필요할 때 마다
    상투적으로 던진 미끼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정부는 거기에 걸려들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김정은은 1일 오전 신년사를 통해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오후 김정은의 정상회담 발언에 대해 “남북간 대화 및 교류에 대해 진전된 자세를 보인데 대해 의미있게 받아들인다.”며 “가까운 시일내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남북당국간 대화가 개최되기를 기대한다,”고 서둘렀다. 하루 빨리 회담하자고 바짝 다가선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씨는 “정상회담 발언을 잡아채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정상회담 언급에 대해 우리 정부와 일부 국민들이 “가까운 시일내에” “잡아채야 한다” 등 적극 호응한데 대해 김정은은 속으로 쾌재(快哉)를 불렀을 것으로 추측키 어렵지 않다. 남측이 자신이 던진 미끼를 덥석 물었다는 환희였을 것이다.

 김정은의 정상회담 언급은 류 장관이 언급한대로 “진전된 자세”로 볼 수 없다. 오직 김의 회담 제의 저의는 자신에 대한 남한 시민단체들의 대북전단을 틀어막고 남남갈등을 조성하기 위한 미끼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김정은 자신을 암살하는 줄거리를 담은 미국 ‘소니 픽쳐스’의 영화 ‘더 인터뷰’의 한국내 상영을 방지하기 위한 유인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김은 정상회담을 말하면서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전제조건을 달았음을 주목해야 한다. “분위기와 환경” 전제조건은 몇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먼저 김정은은 “최고 존엄” 자신을 험하게 비난하는 대북전단 풍선 등을 중단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지난 10월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갑자기 나타난 북한 권력 서열 2인자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비롯 3명(3인방)의 방한도 대북전단을 틀어막기 위한 “깜짝 쇼”였다.

 황은 인천에 나타나 대뜸 남북한간에 “대통로(大通路)를 열자” 했다. 황의 “대통로” 발언은 정상회담 가능성을 넌지시 띄워 남한이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대북전단을 중단토록 유인하기 위한데 있었다.

 그러나 “대통로 열자”는 유인에도 불구하고 남한 민간단체가 대북전단 풍선을 계속 날리자 북한은 풍선을 향해 기관총을 발사하는 등 발작적으로 나왔다.

 그후 “대통로” 실천을 위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똑 같은 맥락에서 김정은의 1.1 정상회담 언급도 역시 대북전단 중단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 북한의 정상회담을 위한 “분위기와 환경” 조성 요구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처럼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푸짐한 대북 퍼주기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 같은 의도는 김정은이 1.1 신년사에서 대북 퍼주기를 약속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6.15 공동성명과 10.4 선언 준수를 요구한데서도 드러났다.

 그밖에도 김정은의 정상회담 언급은 남남갈등을 노린 통일전선 전술의 일환이다. 우리 사법당국의 이석기 의원 징역형 확정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등 한국내에서 불고 있는 반북 열풍을 잠재우려는 책략과 무관할 수 없다.

 김정은은 정상회담 대화를 제기, 남북화해의 분위기가 일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해 남한의 대북 경계심을 완화, 반공분위기를 꺾고자한다. 동시에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남한내 야당과 종북세력에게 대북 유화책을 주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자 한다.

 또 김정은은 진솔한 남북정상회담 추진이 아니라 정상회담 미끼를 던져 고기만 낚아채려 한다. 김정은이 아직은 남북정상회담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데서 더욱 그렇다. 김정은은 집권 4년째로 접어들었지만, 권력기반은 공고하지 않다. 경제는 파산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도 원만치 않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김정일을 포악하고 예측불허의 독재자로 간주하고 있다. 김이 1.1 신년사를 통해서도 밝혔듯이 남한에 “제도통일(흡수통일)은 안 된다”고 했다. 남한으로 부터의 흡수통일 불안감에 싸여있음을 엿보게 한다.

 그는 대내문제에선 “사상 사업을 공세적으로 벌여나가야 한다”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심화” 등을 강조했다. 김이 자신의 권력기반 다지기를 위해 전력투구 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거기에 더해 김정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김대중·노무현처럼 친북이 아니고 철저한 반공주의자로서 녹록치 않은 상대라는 것도 안다. 정상회담 해 봤댔자 6.15나 10.4 선언 같은 친북적이거나 퍼주기 같은 것도 얻어낼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류 통일부장관은 김정은의 1.1 신년사를 “진전된 자세”라고 성급히 낙관했다. 서둘면 빈틈이 생긴다는 속담이 있다. 성급히 서둘다 김정은이 던진 미끼를 물까 걱정된다. 1971년 남북대화가 재개되기 시작한지 40여 년 동안 북한은 남한 대통령들이 정상회담에 매달린다는 약점을 파고들어 미끼를 던져 재미를 보았다. 김정일의 1.1 정상회담 거론도 그러한 상투적인 책동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는 김정은의 정상회담 언급에 들떠서는 아니 된다. 북한의 통일전선 전술에 놀아나서는 아니 된다. 서둘지 말고 신중히 접근해 주기 바란다.(Konas)

정용석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 前 남북적십자회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