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예산안 법정시한내 처리에 환영의 뜻 한목소리
  • ▲ 정의화 국회의장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 가결을 선언한 직후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 가결을 선언한 직후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예산안이 12년 만에 헌법이 정한 법정시한내에 처리됐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여야 합의로 375조4000억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가결했다.

    이날 국회는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기로 하는 지방세법·개별소비세법·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등 예산부수법안들과 한·캐나다, 한·호주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도 처리했다.

    하지만 가업(家業) 승계시에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에서 유일하게 부결됐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4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본회의 개의를 위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 기한 2년 연장 △체크카드·현금영수증 소득공제율 40%로 한시적 인상 △소규모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세부담 경감 △담배 표지에 흡연경고그림 부착 조항 삭제 등을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소득세법·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등에 대한 수정동의안을 본회의에 제출하는 것이 여야 합의안의 내용이다.

    이에 따라 오후 6시 30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개의됐다. 순항하던 본회의는 개의한지 1시간이 지난 저녁 7시 30분 무렵 암초를 만났다.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이 부결된 것이다.

    새정치연합 김관영 의원은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 수정동의안을 표결하기에 앞서 반대 토론에 나서 "법안에 따르면, 상속세를 정상적으로 내는 기업은 대한민국 전체 51만7091개 법인 중에서 단 714개만 남게 된다"며 "이 제도를 통해 상속세를 공제받는 규모가 2012년 58명 343억원에서 2013년에는 70명 933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관영 의원은 "2007년 이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한 이래 불과 7년 만에 공제한도가 500배 증가했다"며 "가업승계를 허용한다며 상속제 제도를 무력화시킨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부결을 호소했다.

  • ▲ 여야 원내대표가 2일 국회 본회의장 내에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본회의 도중에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이 돌발적으로 부결되면서 의석은 크게 술렁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여야 원내대표가 2일 국회 본회의장 내에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본회의 도중에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이 돌발적으로 부결되면서 의석은 크게 술렁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어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이 먼저 표결에 부쳐졌다. 하지만 재석 262인에 찬성 114인, 반대 108인, 기권 40인으로 의결정족수에 미달하면서 부결되고 말았다.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이한구 의원 등이 반대표를 던지고 진영·심재철·경대수·권은희 의원 등이 기권하는 등 새누리당에서 대거 이탈표가 나옴에 따른 돌발 사태였다.

    여야 합의로 상정된 수정안이 부결되자 의석은 크게 술렁이며 어수선해졌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의석 사이를 돌아다니며 동요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수정안의 부결에 따라 표결에 부쳐진 정부 원안은 김태호 최고위원까지 반대표를 던지는 등 재석 255인 중 찬성 94인, 반대 123인, 기권 38인으로 연달아 부결됐다.

    예상치 못하게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이 부결되자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의원들의 동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급히 정회를 요청, 저녁 8시쯤 정회가 선포됐다.

    당력(黨力)을 걸고 진행한 담뱃값 인상이 걸려 있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 표결을 앞둔 상황이었다.

    굳은 표정의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본회의장 건너편의 예결위 회의장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공개 발언 없이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 등은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표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표 단속 덕분인지 속개된 회의에서 개별소비세법·지방세법·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등 이른바 '담뱃값 인상 3법'은 과반수를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여유 있게 가결됐다. 각각 168인(개별소비세법), 177인(지방세법), 172인(국민건강증진법)의 찬성이 있었다.

  • ▲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2일 마라톤 협상 끝에 합의사항을 도출해 본회의에서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합의 처리했다. 사진은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화기애애하게 대화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2일 마라톤 협상 끝에 합의사항을 도출해 본회의에서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합의 처리했다. 사진은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화기애애하게 대화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예산부수법안을 모두 처리한 국회는 이어 375조4000억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다.

    376조 원 규모의 정부 원안 대신 3조6000억 원 삭감, 3조 원 증액해 총액 기준으로는 6000억 원을 감액한 홍문표 예결위원장의 예산안 수정동의안이 먼저 표결에 부쳐졌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이 예산안 설명을 했으며, 정부 원안을 제출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수정동의안에 이의 없다"는 뜻을 밝혔다.

    표결 결과 찬성 255인, 반대 28인, 기권 20인으로 예산안이 가결 처리됐다. 새해 예산안이 헌법 제54조에 규정된 법정처리시한 내에 처리된 것은 12년 만의 일로, 국회도 '위헌국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예산안의 가결 처리 직후 "헌법을 번번이 무시해 온 비정상적인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매해 예산이 12월 2일에는 통과되는 전통이 변함없이 지켜지기를 바란다"도 밝혔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 직후 예산안의 법정시한내 처리에 대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회가 여야 합의로 법정시한을 지켜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은 천만다행인 일"이라며 "헌법을 무시해온 악습을 끊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새정치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도 "12년 만에 헌법과 국회법에 따른 법정시한내 처리 약속을 지켰다"며 "불안하게 지켜보던 국민 여러분께 약속을 지키게 돼 참으로 다행스럽고,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