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들도 비판 공세, 조선-동아 떨떠름한 표정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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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상황에서 야당의 거부를 무릅쓰고 임명 강행은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동의를 얻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그야말로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어렵게 돌고 돌아 낙점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

    확고한 원칙론과 보수주의자인 점과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쓴 수많은 야당 비판 칼럼들로 야당의 거친 공세는 이미 예상했지만, 생각 밖으로 여권 내부에서도 심드렁한 표정이 당혹스럽다.

     

    문창극 후보자 인선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고리로 하는 김기춘 실장의 인사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여의도 친박계들은 "또?"라는 한숨이 터트렸다.

    겉으로는 "잘된 인사", "환영한다"는 목소리를 내지만, 속으로는 "이제 우리도 모르겠다"는 허탈감이 묻어난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인사 발표가 나오자 마자 청문회 통과를 위한 표단속이 시작됐다"며 "내부적으로 (인사를)결정하고 임명만 도와달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 여당 의원들이 떨떠름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문창극 후보자를 '비호'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색깔론 공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야당은 문창극 후보의 이념적 문제를 가지고 집중 공격할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총리 인선 발표 불과 몇시간 만에 제조된 윤창극(윤창중+문창극)이란 키워드는 간단한 말로 해명하기 힘든 선동적 문구다.

    평소에 쓴 칼럼을 보고 인선했다는 의미에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비교하는 식의 프레임이다.

    금태섭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SBS '한수진의 SBS전망대'에서 "대단히 우려스럽다. 벌써 제2의 윤창중이라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언론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도 청와대의 속을 타게 한다.

    우선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변인이 모두 언론사 출신인 상황에서 국무총리까지 언론인 [선배]가 된다는 점이 불편하게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앙일보를 대표하는 [대기자]가 사상 첫 언론인 출신 총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사인 조선, 동아의 표정관리도 눈에 띈다.

    조선일보는 11일 조간 1면 톱기사에서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인사를 함께 다루는 기사를 내보냈다.

    비중상 무게감이 더 있는 국무총리에 대한 기사만을 1면 톱으로 다룬 중앙일보 등 다른 언론사와는 느낌이 다른 편집이었다.

    조선일보는 또 2,3면에서도 문창극 후보자와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기사를 비슷한 비중으로 보도하는가 하면, 온라인 뉴스팀을 동원해 문 후보자의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한 논란을 계속 끄집어 내기도 했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문화일보=윤창중 대변인, 중앙일보=문창극 국무총리, KBS=민경욱 대변인, YTN=윤두현 홍보수석...조선일보가 울겠습니다"라고 비꼬았다.


  •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청와대는 다급하다.

    안대희 전 후보자의 낙마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데다, 이제는 더 이상 낙마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내비친다.

    하지만 이미 국가개조를 외친 박 대통령이 야당이 반대하고 언론과 여론의 비판적 시각 속에서 총리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보수 언론의 비판까지 예상하진 못했다"며 "어려운 시기에 인사 청문회가 난항을 겪게 된다면 국정운영 동력 확보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