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역 여객선 선주 단체 '인선회', 정관계 로비 의혹청해진해운 대표 속한 '인선회'와 해운조합, 끈끈한 사이?

  • 수백명의 어린 학생들을 태운 세월호가 바다 한 가운데에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가 236명에 달하고 아직까지 생사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승객도 66명이나 된다. 실종자까지 희생자에 포함시킬 경우, 279명의 희생자를 낸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를 능가하는 초대형 해상 사고다.

    사고 원인으로는 △선장 등 선원들의 도덕성 결핍 △안전 교육의 부재 △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선사 등 다양한 요소들이 지적되고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큰 책임은 '보다 큰 이익'을 남기기 위해 불법 운항을 지속해온 '해운업체'들에게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청해진해운은 세월호의 선박 내부를 불법으로 개조하고 화물을 규정보다 많이 싣는 등 다양한 규정 위반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청해진해운은 18년된 노후 선박을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면서 상부 구조물 변경을 시도했다. 당시 청해진해운이 승객 100명을 더 싣기 위해 상부구조물 변경허가를 신청하자 한국선급은 "화물을 1,000톤 이상 줄여야 안전 운행이 가능하다"는 평가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그러나 선내를 개조해 승선원을 늘린 세월호는 적재량을 줄이기는커녕, 3,600톤 가량의 화물을 실어 적정 톤수의 '3배 이상'을 배에 올리는 무리수를 감행했다.

  • 이처럼 세월호가 '과적 운항'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운항허가'를 내준 해양수산부와 '단속 기관'인 해양경찰, 모두 모르고 있었다. 출항 전 해당 선박의 안전 점검을 해야하는 '운항관리실'도 마찬가지였다. 세월호는 지난달 15일 인천항 운항관리실에 세월호의 선체, 화물적재, 구명설비, 통신장비 상태가 모두 '양호'하다는 안전점검보고서를 냈다. 이를 받아본 운항관리실은 아무런 검증도 없이 세월호의 운항을 허가했다. 운항관리실은 선사들의 모임체인 '한국해운조합'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한국해운조합의 정관계 로비 여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인천지검 해운비리 전담팀은 지난달 23일부터 24일까지 증거인멸을 시도한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장 등 3명을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로비 정황이 담긴 문서와 선박들의 지적사항 등이 담긴 중요 문서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인천 연안여객선사 대표들로 구성된 '인선회'에 대해서도 로비 여부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운조합 · 인선회에 이어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에 대한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 침몰한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 김한식(72) 대표.   [사진 = 연합뉴스]
    ▲ 침몰한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 김한식(72) 대표. [사진 = 연합뉴스]

    '인선회'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달 26일 보도된 'KBS 기사'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KBS 조태흠 기자는 당시 "'인선회' 거액 후원금…입법 로비 의혹"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등 인천 지역 여객선 선주들의 단체인 '인선회'가 국회에 입법 로비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조 기자는 "2007년 4월 인천항 인근의 한 횟집에서 열린 '인선회' 모임에 국회의원 A씨가 참석한 사실 있다"면서 "해당 국회의원에게는 같은 해 3월과 6월 각각 백만 원씩의 후원금이 건네졌다"고 폭로했다. 당시 모임을 주최한 '인선회' 회장은 세월호의 선사 '청해진해운'의 대표였다.

    이외에도 '인선회'가 감독 기관인 해운조합 측과 '끈끈한 관계'임을 입증하는 문서도 공개됐다.

    KBS는 지난달 25일 "해운조합 인천지부 건물의 쓰레기장에서 발견된 서류에 2007년 3월 '인선회' 회원들이 인도네시아 발리로 골프 여행을 떠난 사실이 기록돼 있었다"며 "서류에 따르면 이 여행에는 해운조합 인천지부의 간부도 동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로부터 두 달 뒤 '인선회'의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여행에도 해운조합 인천지부 임원이 동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인선회'의 한 간부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해운조합 관계자와 딱 한 번 같이 간 적이 있다"며 "그분이 부탁을 해서 같이 가신 거지 강압적으로 해서 간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사진 = 해양경찰청 제공 / KBS 방송 캡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