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안 바꾸는 옹고집 골퍼들 풍자 '그럼 나무공을 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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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중년사내가 필드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젊은이를 보고 빈정댄다. “합성수지 공보단 고무로 된 골프공이 더 안정적이야.”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경이 바뀌어 70년대, 한 중년남성이 고무공보다는 와운드 코어(wound core) 공이 더 좋다고 말한다. 이윽고 배경은 19세기 말로 더 거슬러 올라간다. 빅토리아 시대 옷을 입은 한 신사가 고풍스러운 억양으로 와운드 코어는 경기 망치기 십상이며 자기는 거티(Guttie)를 쓴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은 반복되어 마침내 에드워드 왕조 시대의 귀족들이 등장, 나무로 된 골프공이 새로 유행하는 페더리(featherie) 골프공보다 더 좋다고 주장하는 장면까지 이른다. 

  골프는 중세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됐으리라 추측할 뿐 그 기원을 확실히 알 수 없을 만큼 오래된 스포츠다. 늦어도 13세기 말에 첫 골프 경기가 열렸다는 기록이 있을 뿐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골프 장비도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초기에 가죽이나 나무로 된 공을 나무 막대기로 쳐내던 것이 이제는 사출금형방식으로 제작한 고분자 합성수지 코어 위에 유체역학 원리에 따라 표면이 설계된 공을 탄소섬유와 티타늄 합금으로 만든 클럽으로 쳐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7세기가 지나도록 골프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을 만큼 집요한 사람들이 첨단 신소재 골프용품이 나오는 즉시 달려가 신형 스마트폰이라도 출시된 듯 줄 서서 사는 모습을 상상하긴 어렵다. ‘새 공이 오비 내고 낡은 공이 효도한다’는 말이 생긴 덴 이유가 있다. 특히 대다수 평범한 서구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달리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그리 민첩하지 않은 것 같다. 

  1960년대 설립된 나이키는 신소재나 신기술을 채용하는데 발 빠른 브랜드 중 하나이다. 그런 나이키의 이미지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전설적인 골퍼들이 노익장을 과시하는 골프계와 썩 잘 어울려 보이진 않는다. 나이키도 그런 사실을 잘 아는지, 새로운 골프공을 달가워하지 않던 역사 속의 수많은 고집쟁이 골퍼들을 묘사함으로써 앞으로는 나이키의 신소재 골프공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넌지시 암시한다. 

  이 광고를 대행한 와이덴+케네디(Wieden+Kennedy)는 80년대 이후 꾸준히 나이키와 함께 일하며 지금의 나이키 브랜드를 만들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나이키의 슬로건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역시 와이덴+케네디의 설립자 중 한 명인 댄 와이덴(Dan Wieden)의 작품이다. 

  ‘우드 3년, 아이언 3년, 퍼팅 3년’을 신조로 우직하게 플레이하는 골퍼들에게, 마이클 조던의 에어워크(airwalk)에 열광하던 젊은이들에게 하듯 ‘그냥 써(Just Use It)’하며 ‘쿨’하게 권할 순 없는 노릇. 이 광고가 전세계 고집스러운 골퍼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