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차 변론, 법학교수들 대리전 ‘법리싸움’통진당과 ‘RO’ 동일성 인정 여부, 최대 변수
  • ▲ 서울 대방동에 있는 통합진보당사 현관.ⓒ 연합뉴스
    ▲ 서울 대방동에 있는 통합진보당사 현관.ⓒ 연합뉴스

    내란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법원이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받아들이면서, 언론의 관심이 헌법재판소로 쏠리고 있다.

    헌정 사상 유래가 없는 위헌정당해산심판 심리가 예정대로 이뤄지면서,
    수원지방법원이 내란혐의의 주체라고 인정한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통진당의 [상관관계]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17일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는
    내란음모 등 혐의로 기소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게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석기 의원이 내란 모의를 통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국헌 질서에 실질적 위협을 초래하는 등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나아가 재판부는 “RO는 내란음모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으로 후방을 교란하고 무력을 통한 대한민국 전복을 꾀했다”면서 내란혐의의 주체는 RO, 총책은 이석기 의원이라고 판시했다.

    [RO와 통진당의 동일성] 여부는,
    현재 진행 중인 위헌정당해산심판의 결론을 바꿀 수 있는 핵심 사안이다.

    비록 1심이지만 재판부가 [RO의 이적성과 위헌성]을 확인한 이상,
    법리상 RO를 통진당과 동일시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
    위헌정당해산심판 결과는 [인용]으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위헌정당해산심판의 당사자인 통진당이
    개별 의원이나 당원의 행위를
    정당활동으로 봐선 안 된다는 점을 강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석기 의원에게 내란혐의를 인정한 수원지법 재판부는
    [RO의 이적성]에 대해서는 분명한 판단을 내리면서도,
    이 조직과 통진당과의 관계를 명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위헌정당해산심판의 핵심 쟁점은
    이석기 의원과 RO조직의 범죄행위를,
    통진당의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치열한 법리싸움과 증거전도 예상된다.

    정부측 대리인인 법무부는
    개별 의원이나 당원의 활동을 정당의 활동으로 볼 수 있다는 해외 사례를
    증거로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위헌정당해산심판 경험을 갖고 있는 독일과 터키의 경우,
    당내 인사의 발언이나 행위를 정당의 활동으로 본 사례가 있다.

    반면 통진당은 개별 구성원의 활동을
    정당의 그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통진당이 이석기 의원의 범행을 [개인적 일탈] 정도로 치부하면서,
    분명하게 선을 긋는 [고육책]을 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석기 의원에 대해 내란혐의를 인정한 1심 판결이
    어떤 식으로든 위헌정당해산심판에 영향을 줄 것이란 사실이다.

    특히 이석기 의원과 RO조직의 내란음모 사실을 인정한 1심 판결이
    [통진당의 위헌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같은 이유로 법무부가 제기한 [정당활동금지 가처분]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헌재의 선고]가 지방선거 이전에 나올 수 있는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헌법재판소법은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해당 조항은 강제력이 없다(법 38조).

    일각에선 이석기 의원에 대한 유죄판결이
    헌재의 선고를 앞당기는데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이에 대한 법조계의 반응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전례가 없는 사건이기 때문에
    헌재의 선고결과나 그 시기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다만 1심 재판부가
    이석기 의원과 RO에 대해 위헌성을 확인한 점에 비춰볼 때,
    위헌정당해산심판 선고는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되
    정당활동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과는 그 이전에 나올 수 있을 것이란 절충적 전망도 있다.

    18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2차 변론기일에서는
    법무부와 통진당측 참고인으로 나온 법학교수들의 대리전이 벌어졌다.

    이날 심리는 이석기 의원에게 내란혐의를 인정한
    1심 법원의 판결 다음날 열리면서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 속에 열렸다.

    먼저 정부 측 참고인으로 나온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장
    [헌법질서 파괴]가 현실화되지 않아도
    [예방적 차원]에서 정당을 해산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정당해산 제도는 헌법질수 준수를 위한 사전 예방조치.
    정당활동의 목적이 현정질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위헌성이 확인될 정도라면 해산시킬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정당해산의 요건으로서) 헌법질서 파괴의 현실화는 필요치 않다.

       - 김상겸 둥국대 법과대학장


    이어 그는 [정당의 위헌성]이 구체화돼 [헌법질서 파괴]가 현실화된다면
    정당해산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해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통진당 측 참고인으로 나온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일부 당원의 주장을 당 전체의 노선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나아가 정 교수는
    감시체계가 구축된 현실에서
    정당이 북한을 추종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적기가>만 불러도 처벌받는
    국가보안법과 국가정보원 등 감시체계가 구축된 대한민국에서
    당 전체가 북한을 추종한다는 것이 가능하겠느냐.
    위법이 있다면 개인을 처벌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


    헌재는 조만간 3차 변론기일을 열 계획이다.

    3차 변론기일에는 정부측 참고인으로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이,
    통진당측 참고인으로 정창현 국민대 교양과정학부 겸임교수가 나와
    자신의 의견을 진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