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수,목드라마 (밤10시)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상속자들>는 상위1%를 그린다. 부유층 고교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는 청춘드라마는 매력적인 이름을 달고 왔지만, 마치 약육강식의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 같다.

    <청춘예찬>이라는 유명한 수필이 있는 것처럼 청춘에는 아무 것을 덧붙이지 않아도 그 자체로 눈부신 햇살처럼 빛이 나고 눈부시고, 꽃보다 아름답고 푸르른 숲속에 들어 선 것 처럼 싱그럽다.  

    제국고라는 특수한 학교이지만 이 곳에서는 청춘의 모습을 전혀 볼 수가 없다. 어른들 세계의 축소판 같다. 어른들 세계에다가 버터도 적당히 버무려놨다.
    탄(이민호)이 학교에 나타난 것을 창문에서 내려다 보며 이효신(강하늘)이 혼자 중얼거린다.

    "사탄들의 학교에 루시퍼의 등장이라?"

    탄과 은상(박신혜)과의 관계를 알게 된 제국그룹의 김회장(정동환)의 배려?로 (사실은 가진 자의 음흉한 기획된 의도) 가정부(김미경)의 딸인 은상을 제국고등학교로 전학시켜준다.
    은상은 그 학교에 다니는 10년지기 좋은 친구인 윤찬영(강민혁)으로부터 제국고에 대한 정보를 듣는다.

    "이 곳은 철저한 계급이 존재 해"
    "소위 재벌들의 아들, 딸들."


    그들은 골프를 치면서 "너희 회사 인사 이동 있더라"라는 대화를 별수롭지 않게 나눈다. 


    가업을 물려 받은 건 아니지만 이미 대주주인 얘들.
    서로 날카로운 각을 세우며 말을 해도 가시가 돋혀있다.

    "인터주식 언제 자빠질지 모르는데..."


     

    "장관, 국회의원,로펌대표, 대법원장의 자제들이지."
    "네 번째, 너와 나 같은 사회배려자 집단!"
    "네가 그러면 난 대체 뭔데?"
    "카스트제도 알지? 비서실장? 여기서 난 불가침 천민계급 수드라일 뿐이야! "
    "난 버틸 수 있을까?"
    "적어도 네 편이 한 명 있잖아! 다른 얘들은 혼자였어. 나도 그랬구!"


    교무실에 가서 전학신고를 하는 데 가정환경조사서를 쓰라고 한다.
    어머니 직업을 쓰는 데 망설이던 은상은 재치있게 '주부'라고 쓴다.
    그 학생들에 그 선생이겠지? 그냥 넘어갈 수 있나?

    "어머니가 가사도우미라 면제라며?"
    "주부시기도 하거든요."

     

    전학생이라고 소개하니 100만원짜리나 하는 비싼 교복을 입지 않고 그냥 사복인채로 나타나 존댓말로 인사를하는 은상을 보고 여기저기서 비웃는 소리가 들린다. 은상은 바로 말을 바꾼다.

    "난 차은상이야. 모든 면에서 무난하고 평범해!
    관심은 사양 할 께. 도움은 부담스러우니까"

    당당하게 말하지만 곧 이어 무슨 자격으로 전학왔냐고 묻는다. 대답을 못하고 서 있는데 탄이 나타나서 자신도 전학생이라며 소개를 하여 위기를 넘긴다.

    하지만 여기 저기 잔인하고 끈질긴 조폭같은 잔혹사가 숨겨져 있다. 


    곧 은상은 식당에서 여지없이 조폭같은 그들의 잔인성을 목도한다. 그냥 눈에 뛰는 자리에 앉는데 어느 남학생이 깜짝 놀라며 자기 자리라며 비키라고 한다. 그 남학생은 첩보원이 지나가면서 비밀을 귓속으로 바람처럼 건네듯이 급히 낮게 말한다. 

    "교무실에서 네 엄마 직업까지 다 들었어! 노파심에서 하는 소린데 스스로 밝힐 생각마라!
    양심의 가책? 네 양심의 가책따윈 아이들 관심없어. 오직 네가 당하는 과정만 관심있어.
    잘 견뎌! 잘 견뎌! 나는 잘 못 견뎠지만..."

    접속하는 것 처럼 말하고 있는데 영도(김우빈) 무리들이 나타난다. 새파랗게 얼굴이 질리며 은상이 보고 일어나라고 한다. 

    준영이 어깨를 지그시 눌러 자리에 앉히고 콩을 숟가락으로 튕겨 얼굴을 때린다. 그 자리는 준영이를 지정석으로 앉혀 놓고 사회배려자인 준영을 괴롭히기 위한 고정석이었던 것이다.
    은상이 놀라 말리려는 것을 보고 탄이 잽싸게 다른 식탁으로 데리고 간다.

    "학교 조용히 다니고 싶으면 밥이나 먹어! 내가 만든 짓이야! 그 땐 같이 했고."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 가려는데 아이들이 둘러 서 있다. 영도가 준영이를 거침없이 사물함에 밀어 붙인다.

    "나도 안 참아 나쁜 새끼! 나도 무서울 것 없어! 죽여 버릴거야!"
    "참는 김에 좀 더 참지 그랬어! 기대된다, 너한테 무슨 일들이 일어날 지!"

    처음으로 반항하는 준영이를 바닥에 내동이치고 쓰러진 준영의 어깨를 무서운 동물을 잠잠케 하기 위한 것처럼 거침없이 잔인하게 발로 밟는다. 하지만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다. 그동안 영도의 주도하에 준영이를 괴롭힌 짓은, 아예 사람으로 치지 않는 노예를 대하듯이, 깡패들이 잡아 눈 밖에 난 사람을 잡아 와 신체에 가혹행위를 하는 조폭을 보는 것 같았다. 

    사악한 호러물보다도 잔혹한 범죄극보다 무시무시한 드라큘라보다도 더 끔찍하다. 도대체 작가가 무슨 의도로 이런 드라마를 만드는지 의아하고 이런 얘들이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상류층으로 성장한다는 것에 암담함을 금할 수 없다.    

    쓰러진 준영이를 놔 두고 한 순간에 썰물처럼 모두가 사라지고 아직은 순진한 은상이가 다가 가 괜찮냐고 그저 말만 붙였을 뿐인데 모든 것을 보고 있던 탄이 다가 와 이번에도 말린다.  

    "이런 일에 끼여 들지 마! 여기서 쟤한테 말 시키는 얘 있어?
    제국고에서는 절대 약자 편에 서지 마!
    약자가 약자편에 서면 약자들이 될 뿐이야!"

    이런 학교가 과연 필요한가? 이곳은 도무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듯 사람의 체취가 희미하게도 나지 않는다.
    좀비들이 돌아 다니는 것 같다. 위,아래로 손 닿는 곳 ,눈에 뛰는 것 모두가 돈을 엄청나게 사용했다는 과시가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허무하게 흘러 나가고 있다.

    가난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라고 말 할 때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돈이 더 이상 자랑이 될 수 없다. 돈이 저지른 잔혹사, 호러는 우리 사회에 널려 있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가 날아다니고 있는 것 처럼 돈이 있는 곳에 늘 추악한 범죄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유명한 현자가 말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인간답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나 저나 나이가 들면 저절로 인생의 엄혹함을 알게 되는데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철없이 한창 풋풋한 꿈을 꾸고 있어야 마땅한 나이에 어른의 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늙은 청춘들이 안타깝다.  

    [사진출처=SBS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