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경축전> 팔만대장경 다 읽는 데 30년 걸린다


     다음 달 27일 경남 합천에서 막을 올리는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의 주제관에서는 '천 년을 이어온 지혜' 고려 팔만대장경 8만1천258장 가운데 8장의 진본이 공개된다.

    고려가 거란과 몽골이란 강대국의 침입을 부처님의 법력과 불경의 정신세계로라도 저지해보려고 만든 팔만대장경은 실로 엄청나고도 다양한 기록들을 보유하고 있다.

    가로 69㎝, 세로 24㎝, 두께 2.6~3.9㎝, 무게 3~4㎏인 대장경판 한 장에는 한 줄 14자, 22~23줄로 한 면에 322자, 양면을 합쳐 644자가 새겨져 있다.

    8만1천258장의 경판에 새겨진 글자는 어림잡아 5천233만여 자에 이른다.
    16년간에 걸쳐 제작된 것이지만 470년간 작성한 조선왕조실록과 글자 수가 비슷하다고 한다.

    판각 작업에 참여한 각수들은 글자 한 자를 새길 때마다 삼배를 했다. 그만큼 정성을 들였기 때문에 글자 새김이 고른데다 오·탈자가 없다.

    조선시대 명필 추사 김정희는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마치 신선이 내려와 쓴 것 같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팔만대장경을 모두 읽으려면 한 사람이 하루 8시간씩 읽어도 30년이 걸린다.
    경판을 한 장씩 쌓으면 그 높이가 3천250m가량이나 돼 2천744m인 백두산보다 높다.
    길이로 이어 놓으면 약 60㎞(150리)나 되는 엄청난 분량이다.

    전체 무게는 280여t에 이른다. 2.5t 트럭에 실으면 112대 분량이다.
    1명이 6∼7㎏을 머리에 이고 옮겼다면 4만여 명의 이운 인력이 필요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무 벌채, 한지 제작, 필사, 경판 판각, 경판 가공 등에 연인원 최대 50만~100만 명까지 동원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판이 8만여 장이나 된 것은 부처님이 태어난 인도에서 아주 많은 것을 '팔만사천가지'라고 한 데서 연유했다.

    끝없는 인간의 번뇌를 팔만사천 번뇌라고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팔만사천 법문을 수록한 것이 팔만대장경인 것이다.

    팔만대장경은 고려시대, 서기 1천200년대 동아시아 최고의 지식으로 당시 중국이나 인도, 일본이 시도하지 못했던 소승불교와 대승불교의 집대성이자 사상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중국판 빙가장경, 일본판 대정신수대장경 등은 모두 팔만대장경을 본떠서 만들었으니 팔만대장경은 현존하는 최고의 한문 대장경이다.

    거란이나 여진, 일본의 불교 경전까지 두루 모아 정리했기 때문에 현재 없어진 중국이나 거란의 대장경 내용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