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미래의 희망, 문화 통해 어려운 아이들의 기회와 발판 제공” “어려운 시절 보내 잘 알고 있어…정치와 관계없이 평생 이 일 하고 싶다”

  • #. 지난 6월 7일 오후 7시20분.

    서울 영등포아트홀:
    [인순이 콘서트] 10분 전.

    공연 한 시간 전부터 몰린 인파가
    삼삼오오 객석을 채우기 시작했다.
    심지어 좋은 자리를 먼저 차지하려는 경쟁 행렬까지.

    이윽고 7시30분 정각.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관객들이
    순식간에 500석을 가득 메웠다.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
    객석 뒤편을 서성이는 인원들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암전(暗轉).

    인순이의 목소리가
    무대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 ▲ 6월7일 영등포아트홀에서 열린 [더불어 꿈] 콘서트에서 인순이가 열창을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 6월7일 영등포아트홀에서 열린 [더불어 꿈] 콘서트에서 인순이가 열창을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봄이 잠 깨우니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시 새벽이 움튼다~”

    “너란 나무에 꽃이 되리,
    바람 되리,
    가지마다 핀 열매야
    노랠 불러다오~”


    공연을 알리는 첫 곡은 인순이의 신곡인 [나무]였다.

    조용한 신곡으로 인사를 마친
    인순이가
    분위기 전환을 시작했다.

    “자 그럼, 우리 시작해 볼까요?”

    다음 곡은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봄이 오면 강산에 꽃이 피고~
    여름이면 꽃들이 만발하네.”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우리 강산.”


  • ▲ 6월7일 영등포아트홀에서 열린 [더불어 꿈] 콘서트에서 인순이가 열창을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 6월7일 영등포아트홀에서 열린 [더불어 꿈] 콘서트에서 인순이가 열창을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비록 현란한 조명은 없었다.

    하지만 가슴을 울리는 인순이의 가창력에  
    관객들은 심장 박동은 빠르게 뛰었고,
    어느새 모두가 하나 되고 있었다.

    열정적이고 절로 흥이 나는 무대,
    역시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다운 면모였다.

    곡이 끝나자 감동과 갈채,
    우레와 같은 함성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매력 넘치는 신나는 잔치와 다름없었다.

    쉴 새가 없었다.

    인순이는,
    이날 멈추지 않고 10곡 가까이 소화했다.



    #.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더불어 꿈] 


    심금을 울리는 무대가 끝이 아니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날 행사의 주인공이 따로 있다는 점.
    바로 우리 청소년과 가족들을 위한 잔치였던 것이다.

    특히 이날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 이는
    따로 있었으니.

    [더불어 꿈],

    박선규 전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사단법인의 이름이다.

    이날 행사는
    [더불어 꿈]

    어려운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 ▲ 6월7일 영등포아트홀에서 열린 [더불어 꿈] 콘서트에 앞서 행사를 주최한 박선규 전 대통령인수위 대변인이 인사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6월7일 영등포아트홀에서 열린 [더불어 꿈] 콘서트에 앞서 행사를 주최한 박선규 전 대통령인수위 대변인이 인사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 꿈]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우리 청소년들에게
    고급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
    아이들이
    미래 대한민국의 건강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목적을 갖고
    지난해 10월 설립됐다.

    지난 12일에는 <영등포문화원>에서
    국제적인 명성의 바리톤 이규성과
    국립오페라단의 소프라노 허정림을 초청해
    [하우스콘서트]를 열었다.

    <영등포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열린  
    홍경섭 재즈트리오의 공연도
    [더불어 꿈]이 마련한 자리였다.

    올해 초 대통령인수위원회의 역할이 끝난 뒤
    좀처럼 언론매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박선규 전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이다.

    이쯤에서 그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뉴데일리>가
    박선규 전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을 만나
    직접 얘기를 들어봤다.


  • ▲ [더불어 꿈]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선규 전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 ⓒ이종현 기자
    ▲ [더불어 꿈]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선규 전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 ⓒ이종현 기자

    -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껄껄 웃으며)
    잘 지냈다.

    현재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방송통신정책 박사 과정을 밟으며 공부 중이다.

    그리고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교육-봉사 연계 기관인,
    [더불어 꿈]을 운영 중이다.”


    -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만난 뒤 한참이 지났는데

    “제 역할은 새 정부 출범을 돕는 것까지였다.
    하지만 대통령 옆에 있지 않다고 해서,
    아무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인사문제와 관련해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사람들이 대통령의 인사를 너무 낮게 평가하는데
    설명이 안 된 부분 있다.

    대통령의 탕평은
    우리 편만 쓰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주변을 떠나 능력과 실력을 모두 고려해
    어떤 사람이든 쓰겠다고 하는 결단의 실행이었다.

    참여정부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을 발탁했고,

    실력을 갖춘 관료들을 대거 배치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선거 때마다
    유력후보에게 줄서기 하는 관료정치를 떠나

    정치권 눈치 보지 말고 소신 있게 일하라는 얘기다.
    대통령께선
    정치가 공무원들을 물들게 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이런 설명이 전달이 잘 안된 부분이 있다.
    대통령이 부려먹기 편한 공무원을 뽑은 게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의 탕평은,
    취할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한 것이다.


    저만 해도 그렇다.
    [MB맨]이었던 저를,
    가장 중요한 자리인
    인수위 대변인으로 쓴다는 게
    쉬운 일이었겠나.


    새 정부가 후퇴하느냐,
    나아가느냐를 가르는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겨 주셔서 영광이었다.”


  • ▲ 가난하고 어려운 아이들에게 문화의 기회를 제공하며 뿌듯함을 느낀다는 박선규 전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 ⓒ이종현 기자
    ▲ 가난하고 어려운 아이들에게 문화의 기회를 제공하며 뿌듯함을 느낀다는 박선규 전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 ⓒ이종현 기자

    - [더불어 꿈]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

    “지난해 총선을 한 달 남겨놓고 공천을 받았을 때,
    지역주민 여러분들에게 두 가지 약속을 했었다.

    첫 번째가 인재양성이고,
    두 번째가 문화 소외 극복이다.

    문화부 차관을 하다 와보니까
    우리 지역의 문화 소외가 심각했다.
    정책을 현장에 접목해
    이런 소외를 극복하고 싶었다.


    그런데,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지고 생각해보니

    국회에 안가도 할 수 있는 일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방법을 찾았다.

    지난해 10월 허가를 받은 뒤,
    대변인으로 호출돼 잠깐 손 놓고 있다가
    새 정부가 출범하고 차근차근 준비했다.
    그리고 올해 5월부터 본격으로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꿈]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스스로 꿈을 꾸기 쉽지 않은 아이들을 돕는다.
    문화의 가장 큰 힘은 부정을 무너뜨리고
    감성을 성장시킨다는 점이다.

    가난하고 어려운 아이들에게
    뮤지컬-연극-오페라 등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공연이 끝난 뒤 만남의 자리를 마련해
    격려의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은 이런 기억을 평생 갖고 갈 것이다.
    경험이 중요한 아이들에게 어른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예술의 전당>에서
    연극과 뮤지컬을 처음 보고
    신나해 하는 아이들을 보고
    참 흐뭇했다.

    이런 일을 하라고
    시간이 주어진 게 아닌가 싶다.


    [더불어 꿈]은,
    영등포 지역에 국한된 단체가 아니다.

    전국의 아이들에게 수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정치인생과 관계없이 평생 이 일을 하고 싶다.”


    - 본인도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낸 걸로 알고 있다

    (고개를 들고 과거를 회상하며)
    많이들 제게
    [고생 한번 해본 적 없지 않냐]
    고 묻는다.

    잘 나가는 기자에,
    앵커에,
    청와대 대변인까지.

    이력이 화려하다보니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제가
    엘리트 의식에 젖어있다는
    오해를 하는 분이 계신데
    사실 그렇지는 않다.


    40여년 전 혼자되신 어머니의 손을 잡고
    무작정 올라와 신길동에 자리를 잡았다.
    정말 가난했던 시절이었다.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되고
    어려운 살림에 학교에 다녔다.


    생각해보면
    참 고마운 이웃 분들이 많다.

    오징어-엿장수 아주머니께서
    돈주머니에서
    50원짜리 지전 꺼내서 책을 사보라고 주시고,
    어떤 분은 당신들 드시려고 가져온 따뜻한 밥을 주시고.

    학비에 보태라고
    석달 장학금 950원을 주신 분도 계셨다.

    저는 이 분들께
    돈이 아니라 용기와 희망을 받았다.


    그런 꿈들을 정치적 이유와 관계없이
    비슷한 처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들과 나누고 싶다.

    문화로 우리 아이들의 꿈을 키우고 싶다.
    다행히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
    수십명의 아이들을 외국에 내보낼 수 있었다.

    이달 초에는
    북경 청춘캠프에 12박13일로
    27명의 아이들을 보내
    현재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중국 정부가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고
    부대비용은 저희 [더불어 꿈]에서 지원했다.
     
    아이들이 중국 문화를 경험하며
    스스로의 꿈을 갖고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바로 우리의 역할이다.

    오는 12월에는
    20명의 아이들을
    캄보디아 봉사활동에 보낼 계획이다.
    더 어려운 나라에서 본인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다.
    캄보디아 아이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면서
    큰 눈을 가지고 세상 볼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우리는 목돈을 후원받는 방법은 생각지 않는다.
    1만원 후원자를 1만명 모은다면
    정말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좋은 문화를 경험하고 식견을 넓히면
    대한민국이 수혜를 받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면 참 마음이 뿌듯하다.


  • ▲ 박선규 전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이 [더불어 꿈]을 설명하며 기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박선규 전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이 [더불어 꿈]을 설명하며 기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인순이는 어떻게 섭외하게 됐는가

    (크게 웃다가 진지한 표정을 짓고는)
    먼저 인순이씨와의 인연을 좀 소개하고 싶다.
    제가 청와대 대변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루는 인순이씨가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6.25 참전 용사들께 고마움을 베푸는
    자선음악회를 열었다는
    신문 기사를 봤다.


    정말 가슴이 뭉클하더라.
    인순이씨가 거기서 말하기를,

    [한국 전쟁 와중에
    나 같은 자식을 남겨두고 오셔서
    죄책감을 갖었다면,
    오늘 이후 다 내려놓아도 좋습니다.

    그렇게 도와주셔서
    저도 이렇게 성장했습니다.

    여러분 모두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인순이씨가 그러면서
    [아버지]란 노래를 했다더라.

    그 기사를 보고 뭉클해서
    KBS 후배를 통해

    개인적으로 편지를 쓰게 됐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그래서 밥 한번 사겠다고.

    하루가 지났던가,
    인순이씨에게 문자가 왔다.
    정말 밥 사줄 거냐고.
    그렇게 만남이 시작됐다.

    이후 제가 문화부 차관 때,
    인순이씨에게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짓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저도 팔 걷고 나서서 적극 도왔다.
    그게 바로 다문화대안학교인
    [해밀학교]
    다.


    그 시대 인순이만큼 어려운 경험을 한 분들을 떠올렸다.
    50여전 전 형편은 어렵고 피부빛깔도 다르고,
    눈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런 분들을.

    그런 분들에게 인순이씨가 꿈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많은 이들이 힘을 합쳤다.
    인순이씨 존재 자체가 희망이 아닌가.

    지금도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일에는
    인순이씨가 언제나 함께 한다.
    제 개인적으로 정말 인순이씨를 존경하고 좋아한다.

    이 밖에도 석찬우 화백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더불어 꿈]을 돕고 계신다.

    현재는 [더불어 꿈]을 운영하는 일에 푹 빠져 있다.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이 보인다.


    인터뷰를 마치며 박선규 전 대변인은
    한 가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저는 잘 지낸다.
    혹자는 제가 핼쑥해졌다며 불만이 쌓여
    누구를 욕하고 다니는 게 아니냐고 한다.

    절대 아니다.
    전 지금 누구보다 행복하다.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분이 계신데 그러지 마시라.
    전 오히려 시간을 벌어 기쁘다.
    우리 모두가 잘사는 시간이 올 수 있게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어렵고 힘든 우리 아이들이
    당당히 사회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의 숨은 공신인
    박선규 전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고 활기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