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러운 폭탄(Dirty Bomb)이 터지는 날

    사뮤엘 잭슨이 주연한 <Unthinkable>이라는 영화다.
    말그대로 '생각조차 할 수 없는'상황을 다룬 영화다.

    고성혁   


    며칠 전 운석이 불덩이로 러시아의 도시를 강타했다.

    동영상은 삽시간에 전세계 톱뉴스로 올랐다.
    그런데 불타는 운석이 떨어지는 장면이 생소하지 않았다.
    이미 영화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TV화면에서 운석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들었던 첫 느낌은 '영화에서처럼 진짜 그렇게 떨어지네! 와 신기하다!'였다.
    쓰나미를 소재로 한 재난 영화를 보고 난 후, 일본에서 발생한 진짜 쓰나미도 '와! 진짜 영화같다'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마디로 영화가 진짜인지 아니면, 실제 상황이 영화인지 묘하게 교차하는 순간들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재난을 묘사한 영화가 있다.
    더러운 폭탄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있다.
    영화속 이야기가 우리에게는 실제상황으로 다가 올 수도 있다.
    북한의 핵폭탄때문이다.

    이 영화는 북한 핵이 왜 위험한 것인가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어떤 면에선 영화는 가장 훌륭한 교육자료이다.


  • <영화 소개>


    미소냉전이 끝난 후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경우는 핵폭탄이 미국에서 터지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 안보정책의 핵심은 대규모의 정규전이 아니다.
    소위 더러운 폭탄(Dirty Bomb)이라고 불리는 통제되지 않는(Uncontrolled) 핵폭탄이다.

    미국은 북한이나 이란 등 미국의 적성국에서 만든 핵폭탄이 알카에다 등의 테러단체에 들어가고, 미국이나 서방세계에서 터지는 경우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美 정보기관의 눈과 귀는 행여나 발생할지도 모르는, 통제되지 않는 더러운 폭탄에 항상 촛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걱정은 영화로도 반영되었다.
    톰 클랜시의 베스트셀러 중, 2002년에 영화화된 <공포의 총합>(Sum of All Fears)'이라는 영화가 바로 그것이다.

    2010년엔 안보와, 인권, 그리고 고문을 복합적으로 다룬 영화가 있었다.
    사뮤엘 잭슨이 주연한 <Unthinkable>이라는 영화다.
    말그대로 '생각조차 할 수없는'상황을 다룬 영화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한때 미군에서 대테러 요원으로 활동했던 아랍계 용의자가 미국의 핵심도시 어딘가에 '핵'폭탄을 설치한다.
    미국 세 도시에 핵폭탄을 하나씩 설치하였고, 폭탄은 21일 금요일 정오에 터지도록 설정했다는 테러범의 비디오 테입을 본 미국에서는 인력을 총동원하여 그 테레범을 잡아들인다.
    하지만 이 테러범은 절대 폭탄의 위치를 말하지 않는다.
    폭탄의 제한 시간은 72시간!
    허나 그는 요구사항도 말하지 않는다.
    핵폭탄의 위치를 찾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였다.

    H 라 불리는 고문전문가(사뮤엘 잭슨)가 투입되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문으로 용의자를 추궁한다.
    핵폭탄 3개까지 위치를 파악하고 제거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자 정보기관에선 고문을 중단하게 한다.
    그러나 H라는 고문전문가는 용의자의 표정을 보고 직감적으로 핵폭탄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지막 남은 폭탄의 위치를 알기 위해 고문을 하려 하자, 정보기관에서 강력하게 제지하였다.

    그 순간 테러용의자의 얼굴에선 묘한 미소가 흘렀다.
    그리고 예정된 72시간이 되자 결국 버섯구름이 피어 올랐다.
    그리고 영화는 끝났다.

    인권과 안보, 그리고 고문이라는 이질적 요소의 상관관계에 대한 묘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영화였다.
    핵폭탄 테러의 위협, 폭탄의 위치를 알고 있는 용의자, 그리고 고문기술자가 있다.
    수천명의 생명이 걸린 핵폭탄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고문이라면, 과연 그 고문을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져준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하기엔, 이 영화가 던져주는 의미는 우리에겐 너무나 현실적이다.
    생각하기 조차 끔찍한 영화 속 내용이 우리에겐 현재 진행중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