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월요병' 북한은 '토요병'..뭐가 달라?

    서영석 기자 /포커스     
     
    한국의 직장인 대부분이 싫어하는 요일이 월요일이다. 월요일만 되면 뚜렷한 이유 없이 일요일의 후유증으로 괜히 우울해진다. 그래서 월요병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 직장인들도 월요병을 겪을까?

    탈북자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에는 직장인 뿐만 아니라 전체 주민이 월요병 대신 '토요병'을 앓는다고 한다.
    북한은 주6일제이다. 특히 주 마지막 근무일인 토요일이 싫은 이유는 바로 동인민반에서까지 진행하는 온갖 정치행사들 때문이다.
  • ▲ 북한 일터에서 토요일마다 의무화된 각종 생활총화 활동.ⓒ
    ▲ 북한 일터에서 토요일마다 의무화된 각종 생활총화 활동.ⓒ
    토요일만 되면 모든 직장들에선 일을 전폐하고 아침부터 퇴근까지
    당강연회, 영화문헌학습, 교시말씀학습, 학습제강경연, 총회 등 정치행사로 일정을 채운다.
    인민반도 예외가 아니다. 인민반장들은 오전에 동사무소나 구역행정위원회로 출근해야 하며
    저녁 직장인들의 퇴근시간에 맞춰 인민반들에서도 강연회를 한다.

     직장인들은 토요일만 되면 여름에는 냉풍이 없는, 겨울에는 난방이 없는 회의실들에 모여 하루 종일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지침을 메모하고 학습하는 고통을 인내해야만 한다.

    특히 북한 직장인들을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은 이 날에 집중되는 생활총화들이다.

    생활총화란 자아비판과 호상비판으로 당조직 앞에 자기 사상을 검증 받고, 또 다른 사람도 비판하는 형태의 모임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 남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일이 결코 유쾌할 수가 없다. 그러나 호상비판은 생활총화의 기본 원칙이어서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이러한 토요행사들은 초등학생들부터 직장인들까지 모두 감수해야만 하는 조직생활이다. 

    탈북자 이 모 씨는 학창시절 생활총화에 빠지려고 일부러 자주 엄살을 폈다고 했다.
    “토요일 생활총화 시간이 너무나 싫어서 일부러 목요일부터 꾀병을 부리고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바로 전날 아프다고 하면 눈치가 보이거든요.” 그러면서 이씨는 “그때는 꾀병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증상 같았다.”고 덧붙였다.

    총화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은 다른 탈북자 강 모 씨도 유사했다. “직장에서 눈병에 걸린 동료를 전염된다며 못 나오게 하는 걸 보고 아픈 동료에 대한 걱정보다, 총화를 안 해도 되는 그 친구가 너무 부러웠다”라고 했다. 몸에 질병이 생기더라도 총화를 피하는 것이 더 좋다는 뜻이다.

     북한주민이 얼마나 총화에 대한 심적 부담감과 거부감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공민의 의무, 당원의 의무로 강요하는 토요정치모임들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의식은 날로 노골화 되고 있는 형편이다. 

     한 주일의 고된 일과를 마치고 즐거운 일요일을 준비해야 하는 토요일에 정치세뇌와 함께 자신은 물론 남까지 비판하도록 하는 이런 강요는 세상예 유레없는 북한만의 또 다른 인권유린이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