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직선제 선거..‘보수 대 진보’ 양강구도 재편 1차 투표서, 김현 변호사 최다득표..‘진보’ 위철환 변호사 2위 김 후보 ‘북한인권백서’ 발간, 변협 ‘마당발’위 후보 ‘교대 출신’ 이력 눈길..‘보통변호사론’으로 승부수
  • ▲ 2011년 1월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기자실에서 '2010 법관 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김현 변호사(당시 서울변회장).ⓒ 연합뉴스
    ▲ 2011년 1월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기자실에서 '2010 법관 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김현 변호사(당시 서울변회장).ⓒ 연합뉴스

     

    사상 첫 직선제로 치러지는 제47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가 보수 대 진보의 양강 구도 속에 마지막 결선투표에 들어가면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한변협은 14일 치러진 제47대 회장 선거 개표 결과 김현 후보(57·연수원 17기,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가 2,140표(31.0%)를 얻어 최다득표를 기록했으나, 전체 유효 투표수 6,799표의 3분의 1인 2,291표를 넘지 못해 결선투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에 이어 2위는 1,923표를 얻은 위철환 후보(55·연수원 18기, 경기중앙변호사회장)가 차지했다.

    이번 선거에 참여한 후보 중 최고 연장자인 양삼승 법무법인 화우 고문변호사(4기)는 1,473표, 오욱환(53·14기) 현 서울변회장은 1,337표를 얻었다.

    이번 투표에는 전국 변협 회원 1만2,325명 중 6,895명이 참여해 투표율 55.94%를 기록했다.

    사실상 ‘다자 보수’ 대 ‘단일 진보’의 구도를 형성한 이번 선거는 최초의 직선제 선거라는 점 때문인지 초반부터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면서 열기를 끌어올렸다.

    14일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김현 변호사는 후보등록 직전 하창우 전 서울변회장과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종반으로 갈수록 후보자간 악의적 비방과 설전이 오고가는 등 혼탁양상을 빚으면서 변협회장 선거는 법조계 안팎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보수 대 진보의 대결구도가 형성됐다는 사실이다.

    출사표를 던진 4명의 후보 중 김현, 양삼승, 오욱환 변호사는 보수 성향 후보라는 것이 법조계 내부의 일반적인 평가다.

    반면 서울교대 출신 변호사로 눈길을 끈 위철환 변호사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공공연히 지원의사를 밝히는 등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념 성향 상 ‘보수 3명’과 ‘진보 1명’으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상대적으로 보수적 풍토가 강한 법조계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한편에선 보수후보의 ‘난립’이 표를 분산시켜 위철환 후보가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여기에 위 후보가 스스로 지방변호사임을 내세우면서 비수도권 변호사들의 표심을 훑어온 점도 강점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실제 뚜껑을 연 결과는 달랐다.

    후보등록 전 하창우 변호사와의 단일화를 성사시키면서 기선제압에 성공한 김현 변호사가 선거 막판까지 강세를 이어가면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김현 후보는 대한변협사무총장과 서울지방변호사회장, 국제변호사협회 한국 이사 등을 지내면서 오래 전부터 회장 출마를 준비해 왔다.

    변호사들의 크고 작은 애경사를 일일이 챙긴 ‘마당발’로, 특유의 저인망식 표심 공략이 변호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특히 대한변협 북한인권소위 위원장, '탈북자를 걱정하는 변호사들' 대표를 맡는 등 북한인권 및 탈북자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2위를 차지한 위철환 후보도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였다.

    선거초반부터 보통변호사, 지방변호사를 내세운 위 후보는 비수도권의 표심에 승부수를 던졌다.

    대한변협 부회장으로 직선제 선거 도입의 산파역을 맡은 위 후보는 진보진영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비수도권 표심을 얻는데 주력했다.

    최근에는 ‘민변’이 사실상 위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메일을 소속 회원들에게 보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당시 민변은 공식명칭은 쓰지 않았지만 김칠준 전 민변 부회장 등 6명의 소속 변호사들이 함께 작성한 글을 회람형식으로 돌렸다.

    민변의 회람 글은 선거에 출마한 다른 후보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민변이 메일을 통해 위 후보를 지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른 후보들을 비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욱환 후보는 시변(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출신으로 보수적이다.
    양삼승 후보는 대전 법조비리로 고법 부장판사를 사임한 대형 로펌 대표.
    김현 후보는 최근 몇 년간 많은 회원들을 접대하며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명 모두 태생적으로 소수자와 약자 보호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보수적 후보.

    위 후보는 고등학교와 대학을 모두 주경야독으로 마치고 변호사가 됐기 때문에 소수자와 약자를 배려할 수 있고, 다른 후보들에 비해 인권 감수성이 풍부하다.
    민변 회원 여러분에게 적극 추천하며 주변에도 지지를 권유해 주길 부탁한다.

        - 민변이 소속 회원들에게 보낸 메일 '대한변협 회장으로 누가 적합할까요?' 중 일부

    1952년 변협 창립 이래 회장을 직선제로 뽑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변협회장의 임기는 2년이며, 결선투표에서 승리하는 후보가 25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제47대 변협회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결선투표는 21일 치러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