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호사회 회장, 민변이 잡으면 대한변협도 넘어가대한변협, 대법관 후보 추천 등 ‘막강 권한’ 가져우파 후보 난립 ‘서울시 교육감 선거 재판된다’ 우려 팽배
  • 오는 31일 치러지는 서울변호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 회장 선거에 대해 ‘이대로 갈 경우 좌파 변호사가 법조계를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전망대로 될 경우 대법관 임명 등에서 정부, 사법부와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불안’의 시작은 서울변호사회 회장 선거부터다. 민변 소속 변호사가 후보 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민변은 소위 ‘인권’을 내세워 흉악범들을 변호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변호를 맡는가 하면, 각종 과거사위원회에서 요직을 맡아 정치적 활동을 주로 했던 변호사 단체다.

    현재 서울변호사회 회장 후보로 등록한 변호사는 김갑배(59·사시 27회), 나승철(34·사시 45회), 윤상일(55·사시 19회), 오욱환(51·사시 24회), 정태원(56·사시 25회), 조용식(51·사시 25회), 최정환(50·사시 28회) 등 모두 7명. 이들 중 김갑배 변호사가 바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소속이다. 김갑배 변호사와 개혁적 성향이 강한 나승철 변호사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은 우파 또는 보수적 성향의 변호사들이다.

    그런데 우파 또는 보수적 성향이라는 변호사들이 후보 단일화에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서로의 지지율을 깎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일 시민들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시변)이 변호사 315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나 변호사가 8.8%의 지지율로 1등을 했다. 당시 설문조사 결과 나 후보 8.9%, 오욱환 7.3%, 조용식 6.3%, 김갑배 6.0%, 최정환 5.7%, 윤상일 4.8%, 정태원 2.9%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변호사회 회장 선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대한변협에까지 영향을 준다. 대한변협 선거는 각 지방 변호사회 회장이 후보를 추천하면 선거인단인 대의원들이 모여 총회에서 간접선거로 선출한다. 대의원 수는 각 지회의 변호사 수에 비례해 선발하게 된다. 현재 지방 변호사회 중 가장 규모가 큰 지회는 서울변호사회로 전체 변호사의 80%(약 7500명)가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 때문에 우파 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시변’이 나서 보수우파 후보들의 단일화를 공개 촉구했으나 그 이상은 선거에 개입할 수 없는 탓에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한편 대한변협 후보들도 좌우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대한변협 회장 후보는 신영무 법무법인 세종 대표 변호사(67·사시 9회)와 하창우 변호사(57·사시 25회)다. 이중 신영무 변호사는 이미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상대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

  • ▲ 서울 서초동의 대한변호사협회 본관의 모습. 로스쿨과 변호사 수 증가로 위기를 겪고 있는 변호사 사회가 이번에는 단체장 선거로 내홍을 겪고 있다.ⓒ
    ▲ 서울 서초동의 대한변호사협회 본관의 모습. 로스쿨과 변호사 수 증가로 위기를 겪고 있는 변호사 사회가 이번에는 단체장 선거로 내홍을 겪고 있다.ⓒ

    신영무 변호사는 경쟁자인 하창우 변호사를 지목해 ‘실패한 로스쿨제도 도입 책임자가 또 변협회장에 나선다고요?’ ‘서울지회 회장 재임 중 100여 건 이상의 사건을 수임했다고요?’ ‘상임이사회 월 4회 출석, 수당이 500만원이라고요?’라는 내용을 담은 전단지를 배포, 결국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된 것이다. 신 변호사 측은 ‘내가 이러는 건 하 변호사 측에서 나를 민변과 결부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하창우 변호사는 이 같은 흑색선전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주변에서는 ‘맞대응을 해봤자 같은 모습을 보이게 돼 회원들의 실망만 커질 것’이라는 게 이유다.

    서울변호사회 회장, 대한변협 회장 선거가 이처럼 치열해진 이유는 이 단체들의 ‘힘’이 워낙 막강해서다. 전체 변호사들을 좌지우지할 내규를 정하고 징계를 통해 실질적인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대법관 후보 추천에도 간접적으로 간여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정권이 바뀌면 종종 정치권의 힘까지 선거에 작용하기도 했다는 게 법조계의 전언(傳言)이다(실제 1999년 국민의 정부 당시 민변 변호사가 최초로 대한변협 회장에 선출된 바 있다).

    이 같은 모습을 본 어떤 서울변호사회 회원은 “편 가르기나 이념 공방을 자제하고 지금 변호사들이 실제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흑색선전과 고만고만한 후보들의 난립으로는 회원들의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회원은 “좌우가 가장 중요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민변과 같은 편향성을 보이는 단체 회원이 변호사회 회장을 맡을 경우 변호사 사회와 법조계 내부의 문제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시변의 한 관계자는 “지금 서울변호사회 선거가 마치 지난 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처럼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 서울시 교육청의 체벌금지 등의 정책을 보라. 학교가 어떻게 되고 있냐”며 “변호사 단체 회장선거가 일반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별 거 없는 것 같지만, 법률 해석과 판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후보 난립으로 민변 소속 변호사가 어부지리를 취해서는 안 되는 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저희가 지난 20일 실시한 지지율 조사에서 모름 또는 무응답자가 전체의 58.1%에 달해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법조계의 객관성과 정치로부터 사법계가 독립성을 갖기 위해서는 잘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변호사회 회장 선거는 27~28일 부재자 선거를 시작으로 31일 본 투표가 진행된다. 서울변호사회의 새 회장이 선출되면 내달 28일 열릴 예정인 대한변협 간접선거에서도 회장이 선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