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면부족’ 안철수가 왜 광화문에 나타났나 했더니...

    -‘방송지지연설’이 싫어 광화문에 ‘출현’한 안철수-

    오 윤 환


     안철수 전 후보가 트위터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며 대선판의 흑샌선전과 마타도어를 개탄한 것은 지난 15일 이다. 그러면서 그날 ‘문 후보 지지 일정이 없다‘고 밝혔다. 일견 여야의 흑색선전을 싸잡아 비판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 직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자신을 향한 문 후보와 ’나꼼수‘의 무자비하면서도 야비한 네가티브 선동에 비명을 지른 상황이어서 문 후보 진영을 겨냥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졌다.

    그렇지 않고서야 들릴듯 말듯한 아줌마 목소리로 “문 후보 지지”를 호소해온 길거리 유세까지 중단했을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그날 저녁 광화문 문 후보 유세장에 “짠”하고 나타났다.
    평소 하지도 않던 ‘노란색’ 머플러까지 두르고, 연단에서 문 후보와 포옹까지 했다. 길거리 유세에서 문 후보 상징 점퍼를 입은 운동원 접근까지 막았던 안 전후보이고 보면 그야말로 파격이다.

  •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고 수면부족을 호소했던 안철수가 ‘노란 머플러’를 매고 나타날 때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는 트윗 하나 날리고 하루종일 집애서 ‘낮잠’을 잤으니 “광하문에나 나가볼까?”하고 노란 머플러를 두른 것일까?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와 달개비에서 만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고 한 이후 문 후보 진영은 안 전 후보의 ‘문-안 동반유세’와 ‘TV 지지연설’에 목을 맸다. 안 전 후보는 그에 따라 문 후보 부산 유세에 나타나 손을 붙잡았고, 안산에서도 함께 무대에 섰다. ‘동반유세’는 그게 다다. 동반유세도 안 전 후보 거리유세에 문 후보를 초청하는 식이었다.

    문 후보 진영은 안 전 후보의 전폭지지에도 새누리당 박 후보와의 격차는 좀체 좁혀질 기미가 나타나지 않자 몸이 달았다. 선거전략이라고는 오로지 ‘안철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문 후보 진영이 ‘안철수에게 방송연설’을 요구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윤여준, 조국 처럼 TV에 나가 발가벗고 “문재인 지지”를 선언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안 전 후보는 일찌감치 ‘방송연설’을 차단했다.
    ‘5년 후’를 기약한 그로서는 문 후보에게 ‘종속’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겠지. “내가 아는 문재인과 문 후보는 다른 사람”이라고 했던 안 전 후보가 입에 침을 바르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문과 안 사이의 방송연설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문 후보 광화문 유세 직전까지도 계속됐다.

    다급해진 문 후보 측은 “그러면 광화문 유세라도...”라고 애걸복걸하기 이르렀다.
    방송연설이 싫으면 광화문에 나타나 달라는 것이다. 방송연설을 거절한 안 전 후보로서는 이 것 마저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게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는 ‘수면부족’ 호소에도 안철수가 광화문에 나타난 배경이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는 안 전 후보가 광화문에 나타나자 그를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 난리가 났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과정이 혼탁해지면 이겨도 절반의 마음이 돌아선다. 부끄러운 승리는 영원한 패자가 되는 길"이라고 것과 광화문 등장이 도대체 무슨 엇박자며, 헛발질이냐는 것이다. 기자들은 대변인을 추궁했다.

    그의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쩔수 없었다’’는 뉴앙스다. 방송연설과 광화문을 ‘딜' 했다는 얘기다. 이게 '이름다운 단일화’의 본색이다. 이게 안철수식 ‘새정치’의 진면목이다.

    ‘조폭’도 일단 가입하면 조직에 최선을 다한다. 그게 그들의 윤리다. 안 전 후보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고 했으면 발가벗고 문 후보를 돕는 게 옳다. 동반유세건 방송연설이건 가릴 게 없다. 돕는 것도 아니고, 재를 뿌리는 것도 아닌 안 전 후보 행보는 절대 ‘아낌없는 나무’가 아니고 ‘아니꼬운 나무’일 뿐이다.

    안 전 후보에겐 딸 하나 뿐이다. 20대 초다. 민주당 조직원들에 의해 1주일 동안 미행당하고, 고의 차량충돌사고를 당한 국정원 여직원은 올 스물여덜살이다. 결혼도 하지 않고 10평 남짓한 오피스텔에, 냉장고, 빨래건좋기, 컴퓨터 1대가 살림살이의 전부다. 그 좁은 공간에 사는 처녀의 방을 “국정원 여론조작 아지트”라고 지목하고 기습해 감금하고 억압한 민주당 조직원들의 ‘악행‘(惡行)을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부모가 딸을 걱정해 찾아왔는데도 가로막은 패륜아들을 TV로 지켜봤을 것이다. 그래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고 한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몇시간 되지 않아 광화문에 노란 머풀러를 하고 나타났다.

    안 철수 전 후보는 대선 투표를 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족한 수면을 미국에서 채우기 위해서인가? 대선판을 있는대로 휘저어놓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질 자세가 전혀 아니다. 뭔가 분탕질 쳐놓고 부랴 부랴 현장을 이탈하는 악동의 모습이다.

    그가 광화문에 나타난 다음날 통진당 이정희 후보가 사실상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했다. 장거리 로켓을 “북한이 위성이라고 말하시고...” “남쪽정부” 어쩌구 저쩌구 한 이정희다. 안 전 후보의 잠자리가 어떤지 몹시 궁금하다. 미국에 가선 잠이 잘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