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대 대선 이렇게 본다

        김철수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

  • 11월 26일에 대선후보등록이 끝나고 27일부터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야당인 민주통합당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등록하였다. 금년 대선의 화두였던 안철수는 야당의 구태에서 벗어날 수 없어 자폭을 선언하였다. 중간세력으로 등장했던 정치쇄신의 선봉장이었던 안철수가 사퇴함으로써 여야는 좌우익전으로 극심한 선거전을 벌이게 될 것 같다.

    그 동안 후보단일화 파동에 휩싸여 실종되었던 선거공약의 검증이 옳게 되지 않았고 후보등록 후에야 선거정책을 내거는 정당조차 없지 않다. 20일간의 대선 운동기간에 국민들은 과연 이들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선거판에서는 이미 박정희 대 노무현의 대리전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선거공약이라는 것이 포퓰리즘에 휩싸여 차별화가 되지 않으니 인신공격이나 과거사논쟁에 휘말리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없지 않다.

    과거사는 다 공과가 있는 것이다. 박정희는 인권탄압, 헌정질서유린이라는 과 대신 경제개발, 국민생활발전, 군사력 강화, 조국 근대화의 큰 공(功)을 세웠다. 과거 노무현은 탈권위주의, 서민과의 소통이라는 공(功)을 세웠으나, 국론분열, 한미외교불안, 물가앙등, 빈부격차심화 등의 과(過)의 측면이 많았다. 만약에 이들 후계자의 과거에 집착한다면 이번 대선이 가지는 미래한국의 국민통합건설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은 자기를 당선시켜 준 정당을 해산하고 새 정당을 창당하여 여권 내에서조차 분열을 일삼았다. 기분 내키는 대로 좌충우돌하여 외국과의 동맹관계도 불안하게 하였다. 가족ㆍ친척 관리조차 못하여 마침내 자살이라는 비극을 연출하였다. 장래의 새나라 건설을 하기 위하여 봉하마을에 소정치공화국을 건설하겠다는 야망에 찬 전직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했을 때의 그 심정은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주군을 죽음으로 몰아간 친노파들과 그 옹호세력이 5년전에는 폐족을 자처하다가 5년 만에 다시 대선 선수로서 뛰고 있는 것은 아이러닉하다.

    풍운아 박정희의 과는 적지 않다. 그러나 그 과를 자식에게 전가시키려고 하는 것은 연좌제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 박근혜가 유신긴급조치를 주도했다든가 인혁당 사건을 지시했으면 박근혜에게 과를 물어야 할 것인데 당시 그는 대학생에 불과했었다. 자살한 아버지를 가진 처나 가족은 외화반출사건 등에 있어 서면조사로 끝났으나 살아있는 대통령을 가진 현직 대통령의 아들은 특검에 소환되고 그 큰 아버지는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과거사를 캐려면 10ㆍ4 남북회담의 비밀녹취록과 노무현 대통령의 중수부 수사기록부터 공개해야 한다. 이제까지 고인의 예우를 생각해서 사자의 평온을 방해하지 않기 위하여 덮어 두었던 구정권의 비밀부터 폭로되어야 한다. 이 때 이를 보좌한 사람들의 책임을 물을 것은 당연하다. 과거사 네거티브 선거는 한국정치의 아킬레스건이다. 병풍을 야기한 김대업이나 북한의 천안함 공격을 대한민국의 소행이라고 우기는 자, 김현희의 KAL기 폭파사건을 대한민국의 공작으로 우기는 자들 때문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선거결과는 뒤바뀌었다. 이런 국가변란사법을 1ㆍ2년의 유기징역에 처하거나 증거불충분으로 방면하는 등의 선거범죄 처리는 국가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번 대선에서는 허위사실 공표죄(공직선거법 제250조), 후보자 비방죄(제251조), 방송ㆍ신문 등 부정 이용죄(제252조) 등은 엄벌에 처하여야 한다. 인터넷이라든가 facebook, SNS 등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에는 그 신속성과 불확실성으로 말미암아 선거결과를 왜곡할 수 있게 한다. 인터넷 실명제라든가 SNS 등의 책임을 묻는 것을 처벌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위헌적인 판결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익명의 우편이나 전신전화 등에 의한 선거범죄는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면 선거질서는 지켜지지 않을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나 검찰, 경찰은 이러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사범들을 신속히 적발하여 선거기간 내에 그 범죄를 확정하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제18대 대선에서는 후보가 소속하는 정당의 공약에 허위가 없는가를 철저히 검증하여야 할 것이다. 제18대 대선의 공약은 양당이 정치쇄신, 경제민주화, 복지증진, 국민대통합 등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그 차별을 알기 쉽지 않다. 특히 야당은 대선 기간 중에 중요공약을 발표하고, 표를 호소할 것이라 하니 문제가 많다. 예를 들어 복지정책도 일반적 복지를 적용하여 모든 유아, 소아, 유치원생, 초ㆍ중등학생의 무상교육과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다고 하고 있으며, 모든 노인에게 노인복지수당을 주며 모든 환자의 의료비용은 월 100만원 이하로 하고 99% 백성은 감세하고 1%의 부자만 증세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복지확대에 필요한 예산액수는 숨기고 그 조달방법은 추측에 맡기고 있다. 이에 대해서 국민은 시민사회의 대표자회의나 기자클럽, 방송기자클럽, 편집인협회 등이 주동이 되어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할 것이다. 경제의 민주화도 여당과 야당이 다 부르짖었다. 경제의 민주화의 내용은 경제의 자유와 창의의 보장이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 정부가 경제에 조정과 규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용은 자유방임주의에서 경제계획의 도입까지 다양하다. 작은 정부냐, 큰 정부냐의 논쟁이기도 하다. 야당이 주장하는 재벌 기업의 해체라든가 대기업의 해외도피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여당도 경제의 민주화원칙은 찬성하나 소급입법은 반대하고 있고 재벌해체는 반대하고 있다. 경제의 민주화는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국민의 소득향상과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의 조화 등이 요구되는 것이다. 국제경제의 불황속에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국민의 소득증대가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경제정책개발에 있어서 지나친 과욕은 금지된다고 하겠다. 특히 되돌릴 수 없는 복지정책의 확대로 인한 국가재정의 파탄은 막아야 하겠다.

    현재 한국이 직면해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외교ㆍ안보정책이다. 중국의 세대교체가 행하여졌고 일본이 12월 16일 총선거를 실시하고 미국이 내년 1월 20일에 오바마 제2기 정권이 들어서는 등 주변 국가는 급변하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 중심정책으로 방향을 돌렸고 중국포위작전으로 나와 긴장이 고조될 것이 분명하다. 중국과 일본이 국수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으며 북한이 불안정한 핵보유국으로 발돋음 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은 구한말과 같은 4대 강국의 놀이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 우리의 국익을 위하는 길은 무엇인지 여ㆍ야당의 정책은 확연히 다르다. 여당은 한미동맹강화, 일본ㆍ중국과의 협조, 자주국방의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남북평화협정의 체결, NLL의 무방비화, 북한핵무기외면, 제주해군기지반대, 한미FTA폐기 등을 주장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북아평화의 지랫대 국가로 미ㆍ중국ㆍ일본을 조정하겠다는 망상은 반미주의, 친북좌파노선을 낳고 말았다. 안철수 무소속후보는 민주통합당의 이 정책과 달리 안보에는 보수를 주장하고 있었는데 그가 퇴진한 뒤에 급진좌파적인 퍼주기 정책에 대한 견제가 가능할지 모른다.

    앞으로 5년 대한민국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통합이다. 여야가 이념으로 다투고, 지역간 대립이 횡행하고, 세대간 이익이 다르고, 근로자와 자본가가 대립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대립하고, 근로자도 조합근로자와 비조합근로자가 대립하며, 학생들이 선생과 대립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기에 국가의 권위가 서지 않으며 행정의 능률이 저해되고 국가경제가 위기에 빠질 위험조차 없지 않다. 그 동안 여러 정권이 구정권이 행한 불법에 대하여 명예를 회복하고 보상을 했지만 아직도 이러한 국민분열현상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북한동포를 돕기 위한 북한인권법 제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회는 개원하기만 하면 여야 대립으로 난장판이 되기 일 쑤였다.

    현재의 대선에서 중요한 것은 대선후보 개개인보다는 공약을 집행할 수 있는 주체가 확실한가를 따지는 것이다. 안철수 무소속에 대하여 무소속 대통령이 공약을 실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것과 마찬가지로 지리멸렬한 야당에게 국가원수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초반에 여소야대현상 때문에 탄핵을 당하여 한동안 직권행사가 중지되었다. 임기 말에는 자당 국회의원들에 떠밀려 당적을 포기했다.

    후보가 속하고 있는 정당이 합리적인 정당인지 떼만 쓰는 구태의 전형적인 정당인지를 분간해야 한다. 19대 국회의 여ㆍ야당은 친북좌파인 특정 국회의원 2명을 제명하기로 합의했으나 야당은 이를 실행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문제 특검제에 대해서는 여당이 합의했으나 동시에 약속한 친북좌파의원의 제명을 미루고 있는 것은 그가 속해 있는 정당과 다시 정권연합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회의원선거 때 연대하였던 당이기에 은혜를 갚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도의적 의무를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적 의무까지 무시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대한민국의 헌법을 준수할 의무를 지고 있다. 신성한 국민대표기관에 친북좌파의원이 있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그 놈의 헌법’이라고 헌법을 무시하고 악법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대통령은 다시는 뽑아서는 안 된다. 국민은 이번 대선에 있어 개인 후보보다도 그 집단의 호헌의사를 가졌는지 법률집행의지가 있는지부터 검증하여야 하겠다.
    (대한언론인회보 11월 전재 /www.kjclub.co.kr)